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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주소' 얻었더니 투기 온상이 됐네요"

[현장] 보금자리주택 후보지 주민들이 청와대 앞에 모인 이유

"주소 생겼다고 좋아했더니, 위장전입자가 들끓어요"

서울시 서초구 '잔디마을' 주민대표 서양석 씨는 서초구 양재2동을 상대로 "잔디마을 주민의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받아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6월 대법원으로부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2007년부터 시작된 싸움이었다.

그동안 일시적으로 주소등록에 성공한 주민들도 있었지만, 서 씨가 최종 승리하기 전까지 전국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수도·전기·우편·의료보험 등에서 소외받은 채 '유령 주민'으로 살아야 했다. 번지수가 없어서 구급차가 들어와도 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 서 씨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소지를 받은 게 후회스럽다고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투기세력이 들어와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것. '잔디마을'은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로 발표한 곳 중 하나다.

▲주거관련 단체 회원 및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이 '투기 목적 위장전입'을 단속하고 처벌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프레시안

이날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이하 '주거권국민연합') 등 주거관련 시민단체와 수도권 일대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비닐하우스촌에 불법위장전입하는 투기세력을 근절해 달라"고 촉구했다.

"세대수 2배 늘어… 官이 모를 리 없어"

이들은 "주소전입 승소판결 이후 비닐하우스촌에 투기를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이 늘고 있다"며 "부동산 소개 브로커가 위장전입자들에게 전세자금 융자를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기를 목적으로 비닐하우스촌에 전입하는 하는 이들은 기존 비주거세대의 건물을 7,8개의 '원룸'으로 쪼개 주소를 등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이 비닐하우스촌에 직접 거주하지는 않는다.

주거권국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서초구 우면동의 경우, 2007년 전체 세대수가 약 185세대였으나 최근엔 400여 세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시의 '꿀벌마을'은 "원래 90세대가 살고 있었으나 현재 등록된 주소지는 120~130세대고, 곧 150~160세대로 늘어날 기세"라는 것이 홍승순 주민대표의 설명이다. '꿀벌마을'도 추가로 진행되는 보금자리주택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는 지역이다.

파악되지 않는 숫자를 포함하면 투기 목적의 세대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 씨는 "지금은 (위장전입) 안 하고 있다가 개발 공고 시점에 맞춰 주소이전을 하는 투기꾼들도 있다"며 "개발 직전 동시다발적인 위장전입은 '관'이 지켜봐 주지 않으면 우리로선 알기 힘들다"고 행정기관의 관심을 촉구했다.

홍 씨는 "어떤 주민이 두 평짜리 연탄광을 들였는데, 과천시 직원들이 그걸 알고 부수라고 지시했다"며 "직원들이 그런 사소한 사실도 아는데, 위장전입같은 사실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자체가 투기세력 비호하는 경우도"

주최 측은 "투기세력의 위장세대 구성에 동사무소·구청의 비호가 존재한다"고도 주장했다. "시와 결탁한 투기세력이 존재"하며 "일부 공무원이 자신의 명의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잔디마을 대표 서양석 씨는 "(위장전입에)동사무소·구청 직원이 개입했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서초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니까 위장전입자들이 하나 둘 빠졌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김수경 임대주택국민연합 사무국장은 "거주 주민들의 전입신고만 되어야 하는데 투기꾼들이 걸러지지 않고 있다"며 "구청에서 관련 기준을 확실히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위장전입자·자격도 없는데 수수료를 빼간 사람 등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후 주거권국민연합의 관련자들은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촉구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주최 측은"각 당의 대표들과 면담을 통해 주거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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