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고(故) 노회찬 의원의 49재를 맞아, 고인의 유지를 이을 '노회찬 재단'(가칭)이 공식 출범했다. 같은 날 성남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서는 그의 명복을 비는 재(齋)가 올려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재단 설립 제안자 일동은 9일 공동 명의로 낸 제안서에서 "노회찬 재단을 설립해 노회찬이 했던 정치를 '노회찬 정치'로 되살리겠다"며 "노회찬의 삶과 꿈을 이어갈 제2, 제3의 노회찬을 양성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단 설립에 많은 시민 여러분들께서 후원자가 돼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마음을 모으고 함께해 주시면 재단을 통해 노회찬의 꿈과 삶이 우리들 세상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재단의 초점은 '정치'에 맞춰졌다. 이들은 "대한민국 곳곳의 사회 약자를 살피고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했던 노회찬의 말과 글, 발자취를 기록하고 펼쳐내 '좋은 정치'의 교본이 되게 하겠다"며 "미래에 대한 꿈이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에 진보정치를 한다"고 했던 고인의 말을 인용했다.
"노회찬이 말했던 '누구나 악기 하나쯤 다룰 수 있는' 문화적이고 자유로운 나라, '대한민국을 동물의 세계로 만들지 않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연대의 나라,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게 보장되고 남북이 서로 교류하고 도와주고 협력하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한 비전과 실천과제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장을 열겠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들은 "노회찬이 몸 바치고자 했던 노동 존중 사회와 선진 복지국가 실현은 노회찬과 우리들의 꿈이 되고, '이게 나라냐'는 촛불 시민들의 분노에 노회찬이 답하고자 했던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는 노회찬과 우리들의 삶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제안자 명단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외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고인과 진보정당 활동을 함께한 정치적 동지들과 이종걸·송영길 국회의원 등 인연을 맺은 정치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노동계에서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숙 국회환경노조위원장 등이, 시민사회 및 문화예술계에서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백승헌 전 민변 회장, 방송인 김미화 씨, 영화감독 변영주 씨, 김창희 전 <프레시안> 편집국장 등이 제안자로 동참했다.
이날 성남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노회찬 의원의 49재가 열렸다. 고인의 영정 뒤로 "그대 바라보던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놓였다. 고인의 부인 김지선 씨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술을 올리며 흐느꼈다. 이어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전 대표와 의원단 등이 술을 올렸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추모사에서 "당신께서 늘 마음과 시선으로 보듬었던, 우리 시대 투명 인간처럼 살아가는 모든 서민들 곁에, 그 마음에 다시 오시리라 믿는다"며 "그렇기에 저희는 여기까지의 슬픔을 접고 좀 당당하게, 정치권에서는 견결하게 야물게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앞 광장에서 시민 1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 노회찬 의원을 위한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추모제에서는 4.16 합창단이 노래를 했고, 행사장 한켠에는 시민들이 고인을 기리며 그린 그림과 고인의 낡은 구두를 보고 가져다 놓은 새 구두 등이 놓였다. 추모제 사회를 본 아나운서 이금희 씨는 고인에 대해 "여의도동 1번지에 꽤 많은 분을 초대 손님으로 모셨는데, 내 기억으로는 유일하게 진짜였다"고 회고했다. 이 씨는 2004년 <아침마당> 출연으로 고인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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