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서 공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7일 오전 당 지도부 회의에서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서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데, 옛날에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수도권 그린벨트는 우리 몸의 허파와 심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확대를 하겠다는 것은 이명박·박근혜표 정책"이라며 "이것은 실패했다. 집값이 폭등했었다. 시스템이 고장난 상태에서 공급 확대는 기름을 붓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그럼에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가세를 했는데, 이것은 재벌과 토건업자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특히 확정되지도 않은 그린벨트 개발 정보를 민주당 의원에게 유출해서 이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시민단체와 함께 고발을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공세를 폈다. 정 대표는 공급 확대 대신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근본적 처방을 재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같은날 당 상무위에서 "여당이 공급 확대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까지 거론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후분양제 시행, 분양원가 공개, 보유세 강화, 반값 임대주택 공급 확충 등 근본적인 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비슷한 취지의 주문을 했다.
이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신중한 입장'으로 선을 긋긴 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매수문의가 두 배 이상 폭증하는 등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이 투기 심리를 억제하는 심리전 성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시장에 위험한 신호를 던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집값 안정 정책의 원칙은 분명하다. 투기수요는 잡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저렴한 공공주택은 늘리는 방향"이라며 정부 정책 가운데 "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세율 강화,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 대출규제 강화 등 이미 예고되고 있는 큰 방향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특히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긍정 평가하고 "그러나 국토부와 기재부의 온도차가 나타나는 등 여전히 시장에 혼선을 주는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는 것은 아쉽다. 당정청이 한 목소리로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점도 무척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여당이 그린벨트 해제 쪽에 가까운 입장이라면, 해제 권한을 가진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최후의 보루"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전날 만찬 회동에 대해 "(회동 이후) 어떤 방침 변화 등이 필요했다면 시 간부회의가 소집됐겠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며 "국토부도 반드시 그린벨트를 풀라는 입장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보다 도심 유휴지를 우선으로 해야 하고, 그린벨트는 최후에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연휴 전에 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전날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출범식 직후 일부 기자들과 만나 "세제·금융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며 이 대책은 추석 전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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