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잇따라 사설을 통해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을 돌파하는 방법으로 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목록 공개·사찰과 종전선언을 등가물로 교환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자 '아직 북한에 대해 포기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양측은 협상 재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과 함께 한국전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할 것이고, 북한은 최소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현황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사찰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매체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무력을 증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외교 정책의 지금까지 성과를 "실패" "실망" 등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이런 후퇴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그 동맹들은 (북한과) 계속 대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런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북한을 비공식적인 핵무장국으로 인정받고 싶어할 것이지만 "그도 북미 정상회담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비롯해 잇단 정상외교 활동을 띄우면서 북한의 무역과 발전이 촉진될 것이라고 선전한 만큼 "그 젊은 독재자의 정통성은 비참한 생활수준의 향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소득을 시장에 의존하는 사람이 북한 전체 주민의 거의 3/4에 이르는 상황에서 "경제적 자유를 맛본 입은 더 많은 경제적 자유에 대한 식욕을 일으키는 법"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중국 간 협력을 회복하는 과제에 대해, 블룸버그는 "대북 제재가 공식 해제되는 지점까진" 북미 협상의 진전이 중국에 이익이 된다고 중국은 생각하고 있는 만큼 미·중 협력이 가능하다고 이 매체는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바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북 화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안보 우려를 경시(minimize)하거나 (미국이 없는) 별개의 평화를 이루려 해서는 영구적인 안정이 달성되지 않는" 만큼 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이 명백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모든 설득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매체는 "미국 역시 북한과 효과적으로 대좌하려면 인내를 갖고, 조직적으로,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협력 속에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지난달 27일 사설을 통해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최선의 희망은 등가 교환에 관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데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을 '품목'을 제시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내놓아야 할 것들로 "핵탄두, 생산 시설, 기타 핵 기반시설 등 핵 자산의 완전한 공개와 이를 검증할 사찰 동의"에 더해 "미사일과 핵분열 물질의 생산 동결"도 얹었다.
그러면 "남북한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에 미국이 참여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0일자 사설에서 미국과 북한이 각각 종전선언과 "핵무기, 미사일, 핵 장소의 완전한 공개와 핵물질과 미사일 생산의 중단,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 사찰단 수용"을 교환하는 "단계적 접근"을 지지했다.
종전선언에 대해 이 신문은 "과도적인(interim) 평화 선언"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는 북한의 비핵화 후에나 발효할 평화조약과 같지 않다"고 규정했다. 종전선언을 해도 "언제든 미국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북한에) 군사적으로 대응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 관리들과 일부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논리인, 종전선언을 하면 주한 미군 철수의 문이 열리고 한미동맹 관계가 약화해 필요할 때 군사적 행동을 취할 능력이 훼손된다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종전선언은 "전쟁이 이미 수십년전에 끝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미국과 북한 사이에 더욱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비핵화와 제재에만 좁게 초점을 맞춘" 미국과 "평화 선언을 압박하면서 남북한과 더 광범위한 지역을 철로로 연결하는 것을 포함해 야심 찬 목표를 염두에 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대비하며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더욱 독립적인 대북 정책을 추구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검토하고만 있을 시간은 없다"는 뜻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미 간 새로운 평화 관계라는 "야심 찬 목표는 두 지도자들에게 커다란 위험 요소를 품고 있는 동시에 잠재적으로 커다란 이득도 될 수 있다"며 "더욱 큰 정치적 의지, 용기, 창의성의 발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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