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시ㆍ산문 작품이 교과서에 계속 남게 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도 의원의 작품에 대한 '교과서 삭제' 논란과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질의한 결과 `위반이 아니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평가원은 이날 오후 교과서 검정협의회 회의를 열어 도 의원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도록 권고한 기존 조치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원은 '출판사가 도종환 의원의 작품(시ㆍ수필 등)과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관련 자료를 교과서에 게재하는 것이 특정 정치인을 홍보함으로써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한 결과 '출판사가 특정 정치인의 작품 등을 교과서에 게재하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답을 받았다.
평가원은 "선거법 등의 해석과 관련한 중요 기관의 유권해석인 만큼 존중할 것"이라며 "검정협의회는 이 안건을 상정하고 선관위 답변과 검정협의회의 교육적 판단기준, 각 위원이 수렴한 외부 의견 등을 종합해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작품에 대한 수정ㆍ보완 권고의 철회를 비롯해 관련 규정의 보완ㆍ완화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평가원은 검정을 신청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대해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심의회를 열고 그 결과를 26일 통보했다. 평가원은 심의 결과, 도 의원의 시ㆍ수필을 수록한 교과서 8종의 발행 출판사에 수정ㆍ보완 권고서를 보내 사실상 삭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9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인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보수ㆍ진보 성향과 관계없이 일제히 "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쓴 작품들에 대해 정치적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어교사모임 등 교육계에서도 한목소리로 평가원의 수정ㆍ보완 권고에 대해 비난했고, 교과서 출판계에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이와함께 평가원이 검정기준으로 '교과서의 정치성 중립성'을 들면서 "현역 정치인의 경우 수록을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데 대해서도 논란은 거셌다.
이런 원칙이라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진로와 직업' 등의 부문에서 사례로 다룬 초중고 교과서 11권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역시 현역 정치인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산문 역시 교과서에서 뺄 것인지, 5공 시절 민정당 의원을 지낸 김춘수 시인의 유명 작품 '꽃' 등도 삭제해야 하는지 등 논박이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박근혜 캠프에 합류한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지난해 집필한 고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대한 조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가세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져 민주통합당 등은 현대판 '분시갱유(焚詩坑儒)'라며 맹비난했고, 여권에서도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이에 평가원은 9일 저녁 '선관위에 질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검정심의회를 재개최해 처리방안을 심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고, 선관위는 하루만인 10일 오전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신속히 평가원에 회신했다.
평가원이 결국 심의회를 재개최해 사실상 기존 방침을 철회하는 수순을 밟게 되면서 막대한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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