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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모란봉 악단 띄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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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모란봉 악단 띄운 이유는

[평화통일시민강좌] <4·끝> 전영선 건국대학교 HK 연구단 연구교수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평화통일시민강좌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비한 북한사전'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지난 8월 4일 서울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즐거운 북한생활 탐구, 공연예술로 본 북한'을 주제로 전영선 건국대학교 HK 연구단 연구교수가 진행했던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인민을 교양시키기 위한 수단인 북한의 문화예술

남북 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욕망을 창조하는가 아니면 거세하는가 입니다. 시장경제체제는 개인의 욕망을 분출시킵니다. 끊임없이 소비하게 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개인의 욕망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사회를 위해서 개인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를 위한 교양사업으로 문화예술이 활용됩니다. 남북경제구조 시스템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남한 문화 구조의 핵심은 시장원리입니다. 얼마나 흥행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심지어 흥행에 실패하면 상영을 조기 중단하기도 합니다. 영화 투자사는 최대한의 흥행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됩니다. 예술은 산업입니다. 예술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택되어야 하기 때문에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북한에서 예술은 곧 정치입니다. 보는 것, 듣는 것이 모두 정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민을 교양하기 위해 예술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예술은 당에서 계획하고 유통하고 관리합니다. 계획경제는 단순히 시장에 생필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이 무엇을 보고 듣는 지도 계획합니다.

남한에서 문화는 경쟁구조이지만 북한의 예술은 독점구조입니다. 우리는 TV채널이 300~400개이지만 북한은 조선중앙텔레비젼 채널 1개입니다. 다양성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성잡지는 <조선여성> 하나, 직장인을 위한 잡지는 <천리마> 하나, 문화인들을 위해서는 <조선예술> 하나면 됩니다.

북한은 인문학을 학문체계로 따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사회과학입니다. 언어, 문학, 예술은 사회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언어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활동과 혁명을 위해 필요하며 예술도 사회적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노래는 사냥을 하기 전에 대상을 그려놓고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혹은 모내기처럼 공동으로 작업을 할 때 호흡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 지난 4일 강연하고 있는 전영선 교수 ⓒ평화통일시민행동

북한 문사철(文史哲)의 핵심은 '수령'

북한 정체성의 핵심은 수령입니다. 문화정체성을 이루는 핵심은 문사철(文史哲)입니다. 문(文)은 문학예술이고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아름다운 것은 수령과 수령을 따르는 인민의 모습과 수령의 지도에 의해 변화 발전되고 있는 사회주의 조선의 모습입니다. 이것이 예술의 대상입니다. 사회주의 조선의 역사는 수령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철학도 '수령님의 말씀'이 기준이 됩니다.

김정은 체제에서는 인민들이 수령을 모시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김일성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넘어갈 때는 후계자론을 강조했습니다.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논리는 지금은 주체시대이고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것은 주체사상인데 이것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지도자가 수령의 아들이란 점이 후계자가 되지 못할 이유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008년에서 2010년 북한 문화정책의 핵심은 인민들이 수령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협동농장화 시대를 다룬 연극 <산울림>(2010년)은 6개월 이상 전국순회공연을 다녔고 북한의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시기를 다룬 <오늘을 추억하리>(2011년)는 1년 동안 전국순회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80년대 음악인들이 회고음악회를 진행합니다. 그리웠던 시대를 이야기하며 감성화 작업을 합니다. 이제는 우리 인민들이 수령을 모실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문화적으로 전파하였습니다. 이렇게 김정은 시대에는 수령과 인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문화예술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북한의 문화예술은 근본적인 갈등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그려지는 갈등은 수령의 말씀을 겉만 받아들이는 자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자와의 갈등입니다. 그 기반은 '정치사회적 생명체론'입니다. 육체적 삶은 부모님이 주시지만 주체시대를 살아 갈 수 있는 역할과 정치적 의미는 수령님이 주셨다는 것입니다. 사회정치적 생명을 주었기 때문에 '어버이 수령'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의 3대 혁명가극은 <당의 참된 딸>, <피바다>, <꽃파는 처녀>입니다. <당의 참된 딸>은 인민군에 갓 입대한 소녀병사가 당이 제시한 명령에 따라 부상병을 후송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입니다. <피바다>는 주인공 '을남 어머니'가 일제시기 자식들을 항일유격대에 보내고 자신도 해방전투에 참가한다는 내용입니다. <꽃파는 처녀>는 일제시기 평범한 소녀 '꽃분이'가 시대적인 분노를 깨닫고 계급모순에서 해방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들의 특징은 이름 없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영화는 전쟁을 그릴 때 전쟁의 전 역사를 그리지 않으며 높은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습니다. 전쟁은 사상전이므로 인민들이 전쟁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전쟁에서 찾기 힘든 부상병을 후송하는 소녀 병사, 평범한 어머니, 이름 없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인민들이 이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혁명화 되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예술은 민족성을 기반으로, '민족예술'

북한 문화 예술의 두 번째 특징은 민족예술입니다. 북한은 민족예술을 '민족생활을 바탕으로 삼고 자기나라 인민들의 생활감정과 정서, 미감에 맞게 창조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통하여 구현되는 문학예술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예술의 보편성'은 없다고 합니다. '보편성'은 자본주의 세력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민족마다 생활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데 예술이 같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모든 예술은 민족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이야기하며 민족문화 가운데 우수한 것은 받아들입니다.

우리와 차이는 있습니다. 남한의 민족문화정책의 핵심은 원형보존이지만 북한은 현대성에 중점을 둡니다. 옛날에 만들어진 민족문화는 그 당시에는 굉장히 우수했겠지만 오늘날 인민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역사관이 달라서 이런 차이가 생깁니다.

우리 사회는 역사는 퇴보한다고 봅니다. 동양에서 어느 때가 가장 좋았냐고 하면 요순시절이라고 합니다.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배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시절이 가장 좋았다고 보고 그 이후는 점점 더 타락해 나간다고 봅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인간은 타락의 역사로 봅니다.

그런데 맑스·레닌은 기존의 관념을 뒤집어 역사는 발전한다고 봅니다. 과거에 형성된 문화는 시간적으로 뒤처져 있기 때문에 현대 인민들에게 맞게 고쳐져야 한다고 보고 고전문학은 재해석을 합니다.

그리고 과거에 만들어진 문화유산 중에 교양이 될 만한 것들을 선별합니다. 종교 무용 중에 불교 무용은 안되고 조선 시대를 착취의 시대로 보기 때문에 궁중무용도 안됩니다. 남는 것은 탈춤이나 민요가 있고 이것을 현대에 맞게 바꿉니다.

남한은 전통의 개념이 대부분 조선 시대 문화입니다. 고요하고 선적이고 여성적인 것이 우리의 정서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고구려 시대를 전통문화의 근간으로 두고 있습니다. 북한무용의 기본정신은 상무 정신입니다. 활달하고 씩씩하고 빠르고 동작이 경쾌합니다.

예술을 통한 집단감성의 공유, 정치와 예술의 결합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을 맞이하여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이 올해 9월 진행됩니다. 북한은 2002년 김일성 주석 탄생 9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공연했습니다. 출연진은 10만 명에 달하며 2002년에는 6개월 동안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리랑 공연은 '아리랑 민족'이라는 민족사를 새로 씁니다. 민족은 수난을 겪어 왔지만 강성대국을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공연하는 10만 명과 공연관람자가 공유하게 됩니다. 정치와 예술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 지난 2007년 열린 북한 아리랑 공연 ⓒ청와대 사진기자단

연극 <오늘을 추억하리>에서 '오늘'은 북한의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할 데 대한 당의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어느 한 산간의 인민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연극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키워드는 '추억'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은 2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추억하기 힘들죠.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를 불러내기 시작합니다. 불러낸다는 것은 과거로 규정한다는 것입니다. 아리랑 공연처럼 북한은 이 연극을 통해서 그 시대의 감성체를 짚어 나가며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시킵니다.

'창조기풍'과 '일본새'의 으뜸 '모란봉악단'

김정은 시대에 모란봉 악단이 등장했습니다. 2012년 7월 모란봉악단이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시범공연을 했습니다. 2012년이면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8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국상기간이었을 시기에 모란봉악단이 창단공연을 했습니다. 굉장히 큰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2012년을 지도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경건한 분위기로 갈 것인가,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에 스포트라이트를 주면서 비전을 줄 것인가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인민들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모란봉악단은 공연에서 '미니 마우스' 같은 할리우드 만화와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마이 웨이>나 영화 <로키>, <백설공주>의 OST를 연주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시대는 '무엇인가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모란봉 악단은 북한의 주요 행사 때마다 현지 공연을 주도합니다. 북한 내에서 핵심적 예술단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모란봉악단이 이와 같이 핵심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창조기풍'과 '일본새'입니다. <로동신문> 2013년 7월 9일 자에서는 "완전히 때벗이를 하여야 한다. 주저앉아 우는 소리나 하고 조건타발만 하는 패배주의적 관점과 일본새를 결정적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시기는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침체되어 있는 시기였습니다.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었지만 인민들이 지도부를 완전하게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했고 '걱정하지 말고 나를 믿고 따라오라'는 메시지가 필요했습니다.

문학예술부분의 모든 예술인들이 근본적인 혁신을 일으킬 것을 주문했고 실제로 모란봉악단에 관여했던 인물들에게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올해 봄 서울에서 공연을 한 '삼지연 관혁악단'의 현송월 단장은 모란봉악단의 단장입니다. 상징적으로 모란봉악단을 보낸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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