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이념 전쟁' 올인…'어게인 200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이념 전쟁' 올인…'어게인 2004'?

[종북논쟁] 박근혜, 전면 등장해 8년 전 이념전쟁 재탕?

새누리당이 대대적인 색깔 공세에 나섰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묵인 하에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부정 세력이) 1명인지, 10명인지" 밝히라는 노골적인 주장도 내 놓았다. 당 내에서 "중도층 표심에 좋지 않다", "이성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강경파 일색으로 채워진 새누리당 지도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이후 친박계 일색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야당에 집중 포화를 쏟아붓는 형국이다. "색깔 공세는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무색하지 않다.

▲ 빨간 점퍼를 맞춰입은 새누리당 관계자들과 박근혜 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이한구 "간첩" 발언까지 꺼내…'어게인 2004'?

이한구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는 종북주의자나 심지어는 간첩출신들까지도 국회의원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최근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이 당선 가능성이 없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경력까지 문제 삼은 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 중 '간첩' 출신은 아무도 없다. 지난 2005년 국방부, 기무사가 이석기 후보를 '간첩'이라고 공표한데 대해 법원은 '명예훼손'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민주당 임수경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에도 이렇게 종북 세력의 비례대표가 있다는 것은 국민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든다"며 민주당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임수경 의원을 비례대표로 선정하게 됐는지에 대한 여부도 같이 민주당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까지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외부 영입 인사인 조동원 홍보기획위원장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됐다"며 "민주통합당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있는지, 없으면 없다, 있으면 있다, 말씀을 피하면서 색깔론이나 매카시즘이라 하면서 뒤로 숨고 있다. 1명인지, 10명인지, 아니면 그러한 사람이 없는 건지 솔직하게 말하라"고 가세했다.

여당 내 '비박' 주자들도 박 전 위원장의 '이념 전쟁'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의 경쟁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야당이 쟁점화하지 않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 입장부터 밝히고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4일 경기북부청에서 열린 6월 직원 월례조회에서 "지금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일색화, 교묘한 사상공작을 통해 남한에 조직을 만들고 여러 곳에 침투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국면이 새누리당에게 유리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당내 소장 개혁파의 대표 인사인 정두언 의원도 "최근 통진당 사태는 수구 꼴통 좌파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분명 우파 진영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역풍이 우려되긴 하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에게 득 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당 전면에 등장한 박근혜, 또 색깔론 내놓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간 이념 대립의 살풍경은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야 공수는 바뀌었지만,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였던 열린우리당과 벌인 '이념 전쟁'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 전 위원장은 '이념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가진 셈이다.

2004년 8월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후 여야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급기야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12월 국회 본회의장 5분 발언을 통해 "이철우 의원이 북한노동당원으로 92년 입당하고 대둔산이란 암호명을 부여받고 지금까지 암약 중이라고 한다"고 도발했다. 이철우 의원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주 의원은 곧바로 국회 윤리위에 회부됐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주성영 의원의 간첩 발언 배후에는 박근혜 대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정국을 보수 야당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일부러 도발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주 의원을 적극 감싸며 국보법 폐지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주 의원에 대한 윤리위 의결을 두고 "동료 의원에 대한 폭거"라며 강력 반발했다. 상황은 박 전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윤리위는 이듬해 6월 주 의원에게 "본회의장 공개 사과" 수준의 징계를 의결했다. 그나마 주 의원은 "대구 사과는 들어봤어도 공개 사과는 처음 들어봅니다, 뭐 이거 먹는 겁니까? 과일의 일종인가요"라고 조롱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주 의원은 "직무상 면책"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는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승소했다.

결국 2005년 여당은 국보법 폐지에 실패했고, 탄핵 정국을 딛고 일어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레임덕의 길에 들어서야 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이념 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쥐었다. 이는 한나라당의 각종 재보선 승리로 이어졌다.

▲ 2004년 12월 국가보안법 폐지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법사위원회를 점거한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시 대표 주재로 의총을 열고 있다. ⓒ연합

이후 6년 여가 흘렀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위원장은 다시 당의 전면에 등장했다. 달라진 점은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의 위상이다. '탄압 받는 야당'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던 2004~2005년과 달리 지금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도 '이념 전쟁'에 가세했다. 검찰이 "종북 세력 척결"을 내세우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당·정·청 공히 야당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정두언 의원은 현 정국이 새누리당에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MB는 가세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여당이 합심해 야당을 공격하는 모양새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른바 '과유불급론'이다. 남경필 의원은 "국회도 열지 못한 상황에서 이념논쟁과 색깔논쟁만 일삼는 건 국민이 바라는 정치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이성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이 장악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묵인이 계속되는 한 강경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대적인 이념 공세 속에는 박 전 위원장 특유의 '피해자'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4년 "가냘픈 소수 야당"을 이끌었던 박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최대 피해자로 정치적 위상을 자리매김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그는 "거대 야당 견제론"을 내 놓았었다. 150석을 차지한 여당이 된 지금도 박 전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위험한 국가관'을 문제삼으며 '선제 공격'을 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이 대선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