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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칼 휘두를 때 우린 빵으로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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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칼 휘두를 때 우린 빵으로 맞서야"

[종북논쟁] 민주당, '프레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새누리당 지도부가 북한 인권법 제정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총리를 지낸 6선 의원인 이해찬 당 대표 후보에게까지 '자격심사' 운운하고 나서자 민주당도 일제히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촉발되고 임수경 의원 폭언 사건까지 겹친 '종북 논란'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 보수언론의 삼각공세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사자격인 이해찬 후보도 "신매카시즘 공세에 맞서겠다"고 앞장섰고 경쟁자인 김한길 후보, 박지원 비대위원장 등 당 수뇌부도 가세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미묘한 견해 차도 느껴진다. 정면돌파론과 국면전환론이 대별되고 있다.

'매카시즘 정면돌파론'과 '민생제일 국면전환론'

▲ 7일 민주당 의총장에선 새누리당을 향한 공세 뿐 아니라 집안단속도 병행됐다ⓒ민주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7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박정희, 전두환 시대로 완전히 회귀된 것 같다"면서 "해방 이후 모든 정권이 소위 색깔론으로 국민을 지배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은 한번도 동의하지 않고 맞서 싸워 그들의 색깔론을 물리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21세기 대명천지에 국정실패와 여러 현안, 민간인 불법사찰, 언론사 파업 등이 있는데 이제 대통령까지 나서서 종북주의 운운하고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까지 국가관 운운하며 대한민국이 색깔론에 빠졌다"며 "함께 뭉쳐서 이런 시대착오적 매카시즘을 헤쳐나가야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임수경 의원이 북한에서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주장을 리트윗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사이트이므로 우리가 접속해서도 안되고, 비록 SNS일망정 리트윗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당으로서 상황을 파악해서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잘 하는 게 중요하지만 실수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새누리당 이명박, 박근혜 이 분들이 파 놓은 함정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도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집안단속을 했다.

김한길 대표 후보도 이날 "새누리당 신공안정국의 정략적 프레임을 거부하고 민생정치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개인 성명을 통해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북한 인권법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김 후보 역시 "신공안정국에 휘말려들지 않도록 우리의 언행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감정에 치우쳐서 신공안정국에 말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후보는 "색깔논쟁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신공안정국을 떠받치는 것이 될 수 있다"면서 "이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쳐놓은 신공안정국의 프레임에 갇혀 싸우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문제 등 민생제일주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것이 대선승리로 가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전날 정면돌파를 선언한 이해찬 후보나 정당,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야권 공동투쟁기구 구성을 제안한 우상호 후보의 제안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것이다.

"핏대 세워야만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정면돌파론'에 대해 "당장 저 쪽이 이렇게 나오니 우리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박근혜식 변화의 허구성을 폭로할 수 있는 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가 우리 삶을 바꿀 능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번 색깔론 정국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나"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저 쪽이 칼을 휘두를 때 우리도 녹슨 칼, 은장도 다 꺼내서 휘둘러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빵'을 휘둘러야 한다"고 국면전환론에 무게를 실었다.

민생개혁, 경제개혁론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사회의제에 방점이 찍힌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걸었던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에선 상당수다.

또 다른 의원은 "박근혜, 조·중·동과 거친 언사를 주고 받지 않는다고 해서 진보적이지 않고 핏대 세워야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당내 진보파 중 상당수는 지금 오히려 조용히 민생 의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손학규 고문은 물론 문재인 고문도 이 논란에는 한 발 비껴서 있다. 문 고문의 경우 7일 일본을 방문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을 만났다.

이해찬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와 김한길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각각 '정면돌파론'과 '국면전환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하지만 중립성향의 한 의원은 "지금이야 경선이 코 앞이라 좀 달라 보이는 것도 있고 또 두 사람이 다르기야 다르겠지만, 이 후보가 대표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정면돌파식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단기적으론 '정면돌파' 중장기적으론 '국면전환'식의 갈래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임수경 의원 사태만 아니었어도 통진당 발 색깔공방은 피로도가 역력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숙이자는 것이냐. 국면전환론은 '조중동 프레임'이다","조중동이 비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옳다는 뜻이다"는 식의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난타전 국면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

또 민주당이 주체적으로 전환의 모멘텀을 잡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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