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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헤어지면 기약이"…남북 이산가족 '야속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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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헤어지면 기약이"…남북 이산가족 '야속한 시간'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 일정 마무리, 작별 상봉만 남아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이 둘째날에 접어든 가운데,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제 다시 만날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1일 가족들은 오전 숙소 객실에서 가족별로 개별 상봉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이후 오후에는 전날 첫 상봉 때와 마찬가지로 금강산호텔에서 단체 상봉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단체 상봉을 끝으로 일정이 종료되며, 가족들은 상봉 셋째 날인 22일 작별 상봉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기약 없는 헤어짐을 감내해야 한다.

한국전쟁 때 헤어졌던 여동생과 남동생을 만나러 온 박기동(82) 씨는 "60여 년 만에 (동생들을) 만나 반갑지만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됐다. 기약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 씨와 함께 상봉에 참가한 박 씨의 남한 동생 박선녀(74) 씨도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다. 평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담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도중 피난 길에 이산가족이 된 언니와 동생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찾은 배순희(82) 씨는 "70여 년 만에 만났으니 못다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 어제, 오늘 한 이야기도 또 하고 싶다"며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1945년 해방 이후 헤어졌던 동생과 만난 김혜자(75) 씨는 "이제 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북한 동생인 김은하 씨는 "내일 아침이 또 있지 않냐"며 위로했다.

김혜자 씨는 "너무 좋다. 꿈같다. 지금까지도 꿈꾸고 있는 것 같다"며 "같이 있고 싶다. 안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1951년 1.4후퇴 때 어머니 및 동생과 헤어졌다가 이번에 동생을 만나러 온 차제근(84) 씨는 북한 동생 차제훈 씨에게 "내가 동생을 버리고 나만 살겠다고 나와서 미안해. 버리고 나와서 미안해"라며 계속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차제훈 씨는 "아이 뭐가 미안해요"라며 형을 위로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족들은 상봉의 순간을 남기기 위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동생을 만나러 온 김병오(81) 씨의 아들 김종석 씨는 필름이 들어있는 일회용 카메라를 준비해 아버지와 북한의 가족들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김 씨는 북한 가족들이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가족들이 사진을 인화해서 두고 두고 간직하게 하기 위해 헤어질 때 북한 가족들에게 카메라를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 21일 오후 단체상봉에서 한 가족이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운 표정을 짓는 가족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화기애애하게 웃음꽃을 피우는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오전에 상봉과 점심식사를 개별적으로 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진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첫날 단체 상봉에서는 남북 가족이 서로 마주보며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 상봉에서는 남북 가족이 서로 섞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북한의 딸을 만나러 온 유관식(89) 씨의 아들 유승원 씨는 "객실 상봉이 아주 재밌었다"며 유관식 씨의 사촌인 유옥녀 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취재진에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상봉 때 삼촌을 만난 북한 림철 씨는 "방에서 같이 식사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음식도 맛있었다"며 개별상봉에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 상봉에는 피곤함을 이유로 참가하지 못한 가족들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 상봉에 참가한 김달인(92) 씨는 어지럼증으로 상봉에 불참했다. 북한의 딸을 만나기 위해 상봉에 참가한 한신자(99) 씨도 상봉 장소에 나오지 못했는데, 단체 상봉 종료 5분 전에 도착해 딸들과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셋째날인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으로 예정됐던 작별 상봉과 점심식사가 남한의 요청으로 인해 1시간 늘어났다. 가족들은 22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마지막 만남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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