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21일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경제 정책에서 '우클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소득 주도 성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면 수정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데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말 자체에 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득 주도 성장에는 최저임금도 있고, 근로 시간 단축도 있고,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같은 여러 측면이 있는데, 그걸 최저임금 하나로 묶고 만악의 근원은 최저임금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소득 주도 성장의 큰 틀은 유효하지만, 정책적 수단에서 유효한지는 시간이 지나 과학적인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서면 보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지표와 같은 통계적인 징후가 나아지지 않으면, '소득 주도 성장' 세부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 유효한지 알아보는 시간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8년 연말을 제시한 바 있다. 장하성 실장은 "연말까지 고용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만약 고용 지표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인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고용 지표 개선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소득 주도 성장'을 주도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혁신 성장'을 주도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의 갈등에 대해 "정책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실행하는 분들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정책 그 자체보다는 그와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관점으로 가면,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없기에 그런 부분들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이라는 모순되는 정책이 장하성 실장 대 김동연 부총리의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경기를 부양하려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경기 부양에) 세금을 쓴다고 하는데, 당연히 세금을 써야 한다. 미국도 경기를 부양하려 양적 완화를 한다"며 "다만, 과거 토목 SOC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에 생활 밀착형 SOC로 가고, 혁신 성장에도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확장적 재정'을 써야 한다는 데는 학자들 사이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재정을 쓰는 대상이 복지보다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나 '혁신 성장'에 치중된다는 점은 논란거리로 남는다. 바이오산업,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신성장 동력' 개발에 국가 재정을 쓴다면, 대기업 위주로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청와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수정을 시사했다고 해석하는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소득 주도 성장의 변경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득 주도 성장을 최저임금으로 등치시키고 있는데, 소득 주도 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며 소득 주도 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