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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간 시민운동가, '기대'와 '실망'은 종이 한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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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간 시민운동가, '기대'와 '실망'은 종이 한장 차이

[시민정치시평] '시민정치의 의회 전략'이 필요하다

점입가경이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결구도는 어느새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의 대립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보수단체의 고발을 이유로 검찰이 당사 압수수색을 벌였고 당원명부가 저장된 서버를 가져가 버렸다. 이를 막기 위해 거친 몸싸움이 벌어 졌고, 이 과정에서 박원석 당선자를 포함한 4명이 연행되었다. 검찰은 공안정국을 연상시키는 행태까지 보이며, "국민이 원한다"며 강한 수사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현 정부 실세들의 각종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하던 차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인터넷 공간에선 누구는 그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느니, 검찰을 불러들인 게 결국 누구 때문이라느니 하며 서로를 비난하는 글들이 난무하고 있고, '강기갑 혁신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과연 하나의 정당으로 19대 국회와 18대 대선에 임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블랙홀이다. 박근혜도, 안철수도, 문재인도, 김두관도 이석기와 김재연의 보도 분량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들의 당적변경 과정에 위장전입이 있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김재연의 시댁 집 평수와 외제차 대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출입 기자들은 "대한민국 (진보)정당사와 언론사에 길이 남을 상황"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몇 주에 걸쳐 하나의 (진보)정당이 모든 정치 이슈를 이렇게 압도한 사례가 이제껏 없었다는 것이다. 기사 비중으로 본다면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원내1당이라고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고, 대선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단신 수준을 겨우 넘길 정도다.

사라졌다. 대선주자들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19대 국회에서 '새로운 정치', '시민정치'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들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어렵다. 2010년 6.2 지방선거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하여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그리고 2012년 4.11 총선에 이르기까지 '시민정치'는 한국 정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듯 했다. '안철수 현상'과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힘입어 적지 않은 숫자의 시민운동가들이 4.11 총선에 뛰어 들었고, 일부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역 및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총선에서 야당이 사실상 패배하면서, '시민정치'의 성과와 한계는 공론장에서 제대로 다뤄질 기회를 잃었다. 사실 서울시장 선거와 4.11 총선에서 '시민정치'가 '명실상부(名實相符)'했던 가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시민단체 '출신'이 개별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이상의 조직적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 사실상 민주통합당에 경도된 양상이었다는 점, '시민정치'의 구체적 내용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통합진보당 '사태'가 발생했다.

▲ 참여연대 출신으로 '내가 꿈꾸는 나라' 활동을 하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김기식 당선자.ⓒ프레시안(자료사진)
분주하다.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들은 이미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각종 현안 관련 위원회와 행사에 '당선자' 자격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역구 사무실 개소식을 열기도 하고, 후원회 결성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시민정치의 이념과 가치를 함께 구현할 수 있는 보좌진 구성에도 여념이 없다. 아직 상임위원회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들에선 의원들과 만남을 벌써 시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들과 함께 19대 국회의 주요 입법과제를 점검하고, 입법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시민정치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창했던 <내가 꿈꾸는 나라>는 더 높은 수준의 협력 방안을 당선자들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시민정치포럼'이 결성되어 의원연구단체로 등록될 전망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뿐 '새로운 정치', '시민정치'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실천이 진행 중이다.

필요하다.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들이 '새로운 정치'를 주도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지혜가 요구된다. 기존의 정치 관행과 당내 역학구도는 이들의 사고와 행동 모두를 제약한다. 의원이 가진 자원과 권력을 시민과 나누는 작은 실천도, 자칫 혼자만 '튀는 행동'으로 비춰질까 주의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 의회 진출'까지'의 시민정치가 아니라, 의회 진출 '이후' 시민정치의 모습을 의회 안팎에서 함께 그려 내야 한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이후 보여 주었던 '새로움'이 어떻게 가능했던가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노동당 의원, 당직자, 당원들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했던가? 더욱이 느슨한 네트워크 수준의 '시민정치(가)'들의 의정활동이 '새로운 정치'를 구현해 내기 위해선 그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어수선하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야 하는 대선이 있고, 통합진보당 사태는 당내 문제를 이미 넘어 '신(新) 공안정국'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런 때에 '시민정치'는 자칫 한가한 얘기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시민의 '상식(常識)'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요, 그것을 실현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실천은 가장 중요한 정치이다.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며,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측근'과 '실세'가 국정을 농단하고, 민간인을 사찰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은 엄단되고, 중단되어야 한다. 기자들은 여의도 텐트가 아니라 '현장'을 지켜야 하고, '가진 자의 탐욕'은 마땅히 통제되어야 한다. 국회는 이러한 '시민의 상식'이 실현되는 정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들을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자꾸 묻고, 성실히 답하게 해야 한다.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기대와 "아무것도 못했다"는 실망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자문해 본다. '시민운동의 입법전략'을 넘어 선 '시민정치의 의회전략'이 무엇인지를. '의회로 간 시민정치',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가 이뤄야 할 목표를 분명히 하고, 동원할 자원과 달성할 성과 목록을 정리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이 제기하는 의제와 대안, 아이디어를 의회 내로 진입시키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단체에 '호의적'인 의원들을 상대로 한 입법 로비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의제설정과 입법 과정 전반에 체계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협력'은 물론 '견제'와 '경쟁'의 관계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당선자들 역시 훨씬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과거 시민단체 출신 정치인들의 의정활동은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귀결되었다. 의원-정당-시민단체-싱크탱크가 종횡으로 엮이지 못했다. 국회가 가진 자원과 정보를 시민사회와 공유하는 노력도 부족했고, 자원과 아이디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 출신으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 박원석 당선자.ⓒ프레시안(최형락)
시작하자.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들과 그들을 국회로 보낸 이들 모두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시민정치의 목표와 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하자.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시민의 열망에 부응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지금의 혼란과 갈등도 결국 '시민의 상식'으로 풀어가야만 한다.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그것을 어떻게 함께 이뤄낼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 다음 주 19대 국회가 개원한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임이 분명하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힘겨루기에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덧붙여질 것이 분명하다. '국회로 간 시민운동가'들은 국회 일정에 따르기만 하지 말고, 뭔가 새로운 일정을 만들어 보자. 19대 국회 시민정치 일정을 함께 그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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