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언론사 350여 곳이 자신을 비판한 사설을 동시에 게재한 데 대해 언론들이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진실은 승리한다고 반박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전면전이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 관측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가짜 뉴스 언론들은 야당이다. 이들은 위대한 우리나라에 매우 나쁘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언론들의 동시 사설 게재를 주도한 <보스턴 글로브>에 대해 "보스턴 글로브는 뉴욕타임스에 13억 또는 21억 달러에 팔렸다. 이후 뉴욕타임스는 (보스턴 글로브를) 1달러에 팔았다"며 "(보스턴) 글로브가 다른 신문사들과 함께 언론 자유에 대해 공모하고 있는데, 증명해 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진정한 언론자유'보다 더 바라는 것이 없다"며 본인은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팩트는 언론이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언론이) 이야기하는 것의 대부분은 가짜뉴스다. 정치적인 어젠다를 강요하거나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다"며 기존 언론에 대한 여전한 불신을 드러냈다.
앞서 이날 공동 사설 게재를 주도한 <보스턴 글로브>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350여 곳은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Journalists are not the enemy) 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들 언론이 이처럼 전례없는 공동행동을 한 이유는 주류 언론에 대한 반감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론은 국민의 적"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보스턴 글로브>는 해당 사설에서 미국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언론 자유는 자유 보장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미국에는 이러한 명제가 심각한 위협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부패한 정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것이라면서, 현재 트럼프 정부가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자유로운 언론에는 당신이 필요하다(A FREE PRESS NEEDS YOU)'는 제목을 통해 독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하는 자신들과 함께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 라는 슬로건을 신문 제호 밑에 적시하며 그 어떤 언론사보다 트럼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사설 공동 게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언론들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며 언론을 적으로 돌리고 이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동 사설 게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정치적인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동 사설 게재에 참여하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존 디아즈 오피니언 에디터는 칼럼을 통해 "(공동 사설 게재는) 모든 미디어가 함께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말려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사설을 게재한 언론들을 민주당과) '공모'했다고 규정하면서 향후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일축하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사설 게재 이후 첫 트위터 메시지로 이들 언론이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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