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박영준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사를 앞두고 있던 2008년 11월 회장 후보자였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을 만난 자리에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이 동석했다. 현재 포스코 고문을 맡고 있는 윤 전 사장은 정준양 현 회장과 경쟁 관계였다. 윤 전 사장도 "이동조 회장이 (당시 만남 자리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사정당국과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이 회장과 함께 포스코 회장 선임을 두 달 앞둔 2008년 11월 서울 강남의 O호텔 일식당에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 포스코 지역사무소장 김 모 씨를 만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시 박 전 차관이 윤 사장에게 회장 선임 대가로 금품 제공 의사를 넌지시 떠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박영준 전 차관 ⓒ연합 |
박 전 차관은 이를 전후로 윤 전 사장의 경쟁자였던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의 '대부' 격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도 접촉했다. 박 전 차관은 이후 이구택 당시 회장에게 "정준양 사장을 회장으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박 전 차관과 함께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같은 과정에 현재 포스코 협력업체 회장인 이동조 회장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당국은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의 불법, 비리 의혹을 밝혀줄 '키맨'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회사인 제이엔테크는 이 회장이 박 전 차관과 함께 포스코 회장 인선에 개입한 후 승승장구했다. 정 회장이 포스코 회장이 된 후 제이엔테크는 업계에서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포스코 협력업체로 등록됐고, 매출액이 8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이 2010년 자원 외교 차원에서 미얀마를 방문할 때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는 포스코의 자회사 대우인터네셔널이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차관과 '영포라인'이 이 회장을 매개로 포스코 관련 이권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이 회장은 중국으로 사실상 '도피'한 상태다. 박 전 차관이 이 회장을 미리 빼돌렸다는 의혹도 나온다.
최근 대검 중수부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의 자금을 관리했다는 정황을 포착됐다. 박 전 차관의 자금 세탁원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자금 관리를 위탁받은 경북 포항의 은행 직원을 소환했고, 이 회장의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된 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관리하고 있는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이 더 나올지도 주목된다.
이상득 "보좌관 출신 박영준, 관리했어야 하는데 부끄럽게 생각한다"
박 전 차관이 보좌관 시절 '모신' 이상득 의원은 전날 <TV조선>에 출연해 "(박영준 전 차관이 부정한 돈을 받은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믿은 탓에 사고가 났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박태준 전 명예회장을 만나는 등 인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차라리 내 뒷조사를 해달라. 이것저것 개입한다고 말들이 많으니까 개입했는지 안 했는지 조사해보면 되지 않느냐"며 "언론에서 무슨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내 이름이 나와서 괴롭다. 가족들도 매우 괴로워한다. 억울한 점도 있는데, 친·인척이 폐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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