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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비리'로 부각된 '포스코-권력실세'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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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비리'로 부각된 '포스코-권력실세' 관계는?

[분석] 2009년 '포스코 인사 개입' 논란 왜 다시 주목 받나

2009년 1월 29일 오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 CEO추천위원회가 열렸다.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과 경쟁 관계였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은 놀라운 사실을 폭로했다.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후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현 정부 실세들이 정준양 회장을 밀고 있고, 이들이 이구택 전 회장에게 "차기 회장은 정준양"이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파이시티 비리' 뒤에 어른거리는 포스코-MB 정부의 관계

위원회는 술렁였다.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고, 결국 정 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선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정 회장이 선출됐지만 치명적인 결점을 안고 '정준양호'는 닻을 올렸다. 이같은 내용은 2009년 4월 민주통합당 우제창 의원에 의해 폭로됐다. 우 의원은 당시 "박영준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지난 1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선임이 결정된 CEO 추천위원회가 열리기 전, 정 회장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 등을 접촉하는 등 포스코 회장 인선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 박영준 전 차관 ⓒ뉴시스
우 의원에 따르면 '정권 실세' 박영준 전 차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까지 개입됐다. 2008년 11월 25일 박 전 차관은 정 회장의 경쟁자인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을 서울 강남의 오크우드 호텔에서 만났다. 이후 12월 24일에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이상득 의원도 12월29일 박 명예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양 회장도 비슷한 시점에 박 전 차관을 만났다고 한다.

CEO추천위원회가 열리기 약 20일 전인 2009년 1월 7일 박 전 차관은 이구택 전 회장과 조찬을 함께 하며 "차기 회장은 정준양"이라고 통보했다. 이 전 회장은 다음날 이같은 내용을 윤석만 사장에게 전달했고, 일주일 뒤 이 전 회장은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를 발표했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12일, 그리고 CEO 추천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월 28일 윤석만 사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이명박) 대통령께서 정준양으로 결정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친구, 심복이 정준양 회장 내정을 위해 전방위로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우제창 의원은 폭로 이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원래 윤석만 회장이 이구택 회장과 박태준 회장의, 어떤 의미에서는 후임자였다. 그것을 (박영준 전 차관이) 바꾼 것"이라며 "정준양 회장이 여러 가지 흠이 있는 것 아느냐? 자사주 매입이라든지 처남 회사 납품이라든지 친동생 납품 의혹 있는 것 아느냐"고 정 회장의 평소 행실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즉 이명박 정권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정 회장을 무리하게 포스코 회장으로 밀어붙였다는 주장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약점이 있는 인사여야 정권의 말을 잘 듣지 않겠느냐"는 분석들도 나왔다.

파이시티 시공권은 어떻게 포스코에 넘어갔나?

이처럼 정권 실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준양 회장의 이름이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박영준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동조 씨가 회장으로 있는 제이엔테크가 포스코 하청업체로 선정돼 승승장구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정 회장과 현 정부 권력 실세간 관계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2조 4000억 원 규모의 사업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에 포스코가 단독 입찰해 시공사로 선정돼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이동률 파이시티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허가 작업이 끝나고 분양에 들어가려는 순간 1조 원의 개발이익을 가로채기 위해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짜고 경영권을 빼앗아갔다"며 "이들의 배후에 막강한 권력이 숨어 있다. 이것은 권력형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SBS 화면 캡쳐

이정배 전 대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에게 로비를 했음에도 인허가가 늦어져 곤욕을 치렀다. 결국 2010년 8월 우리은행 측이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을 신청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사업권을 잃어버리게 된 셈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파이시티는 시공사 공모를 새로 시작했다. 당시 13개 건설사가 사업 설명회에 참여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입찰을 포기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사업제안서를 냈고, 파이시티측이 지난해 7월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입찰 조건이 완화돼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제시한 조건으로 시공권을 따낼 수 있었다면 모든 건설사가 수주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애초부터 시공사가 내정돼 있었고, 다른 건설사는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포스코건설에 주려고 억지로 파산신청을 했다"며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을 신용훼손 업무방해 사기 및 강요죄로 고소했다. 이 전 대표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우리은행 측이 '200억 원을 줄 테니 손을 떼고 해외로 나가라. 뒷일은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리은행이나 포스코건설 측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200억 원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주단의 제안을 그대로 전한 것 뿐이며, 포스코건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공권을 획득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의혹을 "음모론"으로 치부한 것이다.

그러나 정준양 회장과 이명박 정부의 관계에 비춰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영포라인' 실세들의 고향에 자리한 대기업의 주변에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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