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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장관, 고은 10억 손배소에 "전형적 2차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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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장관, 고은 10억 손배소에 "전형적 2차 피해"

신용현 "용기 낸 '미투'에 '너희 고발하면 큰코 다친다' 하는 사인" 비판

시인 고은(본명 고은태) 씨가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시인 최영미 씨 등을 상대로 10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가운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를 가해자에 의한 "전형적인 2차 피해"로 규정하며 최 씨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27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최영미 시인과는 저희가 이미 소통을 하고 있다"며 "저희(여성부)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관련 사업인 신고센터 사업에서 무료 법률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고, 여성변호사회와 MOU를 맺고 있다. 이 건과 관련해서는, 아주 전형적인 2차 피해인데, 법률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에 '여성부가 이런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야 한다. 고소당했다는 사실만 보도가 되고, 여성부가 최 씨를 어떻게 백업(지원)하고 있는지는 잘 보도되지 않고 있다'며 미투 운동 위축 우려를 제기했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그것은 최 씨의 의견을 듣고 하겠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앞선 질의에서 "며칠 전 최영미 시인이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했다. 미투 운동으로 폭로를 했는데, 거꾸로 10억 원 상당의 명예훼손으로 배상 요구를 받았다"며 "저는 굉장히 큰 사인(sign·신호)을 준 것이라 생각한다. 미투 운동으로 용기 내어 고발했던 사람들에게 '거 봐라. 너희 고발하면 큰코 다닌다'는 사인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그러면서 정 장관에게 "여성부는 (이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미투 운동에 대한 후속 조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다만 신 의원의 질의 내용 중 '명예훼손'이라는 부분은 형법 제307조 위반으로 형사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으나, 실제로 고 씨가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송은 민사상 손해배상이고 이 사건은 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앞서 최영미 씨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어느 날 저녁, 탑골공원 근처 한 술집"에서 고 씨가 바지 지퍼를 열어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고 여성 동석자들에게 "만져달라"고 하는 등 성폭력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과거 자신이 시 '괴물'을 통해 고발한 '원로 문인'의 성추행 행각은 고 씨를 지목한 것이었다고도 했다. 작년 12월 <황해문화> 겨울호에 실린 '괴물'에는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가 K 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중략)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 내가 소리쳤다 / "이 교활한 늙은이야!" (중략)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 이 나라를 떠나야지" 등의 표현이 나온다.

최 씨의 폭로는 문학계 '미투' 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고 씨는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한국의 대표 문인이었으나, 이 사건 이후 서울시는 그를 기린 전시공간 '만인의 방'을 철거했고 수원시·고은재단은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고 씨는 이에 대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최 씨와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 장관과 신 의원의 질문·답변은 이같은 송사 소식이 전해진 지(26일) 하루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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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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