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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불법사찰 '양비론'으로 MB 안고 가기?

2년전 침묵하다 이제와 '나도 피해자'

청와대 불법 사찰 논란과 관련해 '양비론'을 펴는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면서도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 사찰을 했다"고 밝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을 희석시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0년 총리실에서 처음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침묵했었다. 이후 국무총리실 원충현 전 비사관의 수첩이 공개되면서 본인에 대한 사찰까지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난 2010년 12월 7일 "그런 얘기는 많이 있었잖아요"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던 박 위원장은 1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유세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또 국민에게 힘이 돼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감시하고 사찰했는데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과 이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사찰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뒤늦게 규정했다.

2년 전 불법 사찰 파동 당시 박 위원장의 상황 인식이 안이했다는 방증이다. 혹은 당시 이명박 정부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기 싫어 일부러 침묵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위원장의 4.11총선 선대위 출범식 당시 모습. 왼 쪽에 '3공 인물'인 김용환 전 장관, 오른쪽에 공천헌금 수수로 최근까지 징역을 받았던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눈에 띤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겠다"고 주장해온 박 위원장은 두 '올드 보이'를 선대위 고문에 임명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 위원장은 오히려 양비론으로 '물타기'에 나섰다. 그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 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런 잘못된 정치, 이제 확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새누리당은 이렇게 잘못된 구태정치, 과거정치와 단절하기 위해 비대위까지 꾸려 개혁하고 쇄신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새로운 정치를 통해 이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불법 사찰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새로운 '입'인 이상일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을 막론하고 기관의 정치사찰과 허위 사실 유포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노무현 정권의 사찰을 다룬 보도에 따르면, 2004년 정보 기관의 소위 '박근혜 태스크포스'의 기능을 수행하는 일부 직원에 의해 이른바 '박근혜 보고서'가 제작됐고,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을 포함해 두 차례 '박근혜 보고서'가 나온 걸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일로 인해 폭로전과 정쟁을 하기보다 앞으로 어떤 정부에서도 다시는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제도적인 근절 장치를 마련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천명한다"며 "앞으로 새누리당은 불법 사찰 자료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제2차, 제3차의 피해를 입는 걸 막기 위한 강력한 법적·제도적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에 도전하는 총선 후보들 중심으로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은 4.11 총선 민심에 직격탄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폭발력이 큰 사안인데,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B 탈당론'도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박 위원장은 여전히 이를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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