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황우여 원내대표께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이 문제에 대해 당장 특검을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도입 배경과 관련해 이 대변인은 "사찰문제가 드러났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고 계셨던 권재진 법무장관이 지금 계시다. 그 법무장관 지휘 아래 있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과연 지금 검찰의 수사를 제대로 신뢰할 수 있겠느냐, 과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 이에 대해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내가 몸통이다"라고 말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뉴시스 |
이 대변인은 이어 "권재진 법무장관은 (청와대의 불법 사찰 은폐 논란) 당시 민정수석으로 계셨을 때의 책임감과 검찰 수사의 축소·은폐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시고 그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오전 민주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긴급회의를 통해 이번 청와대 하명 불법 사찰은 특검이 당연히 도입돼야 할 사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4.11총선이 끝난 후 18대 국회 마지막 '특검'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18대 국회 임기가 5월 31일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 승패에 상관없이 여전히 새누리당 주도하에 특검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검사 임명권자도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같은 점을 우려한 박 대변인은 "청와대 하명 불법 사찰과 관련된 특검 도입이 여당의 공동 책임을 차단하는 정치적 꼼수가 돼거나 검찰 수사의 시간끌기용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수사 지휘라인이었던 권재진, 노환균, 신경식 등의 검찰 지휘부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보고를 받은 바가 있는지, 은폐 지시를 했었는지, 검찰에 축소 수사를 지시한 바 있는지 직접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0년엔 '침묵'해 놓고 이제와 "더러운 정치 단절"하겠다는 박근혜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2년 전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재수사를 하는 상황은 매우 유감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게 본연의 임무다. 자꾸 엉뚱한 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쇄신과 개혁을 해나가는 것도 이런 잘못된, 더러운 정치와 단절하겠다는 것"이라며 "잘못된 과거부터 뿌리 뽑는 게 정치 쇄신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BH 보고용" 등의 문건이 드러났음에도 "청와대는 연루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검찰 수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했을 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당시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고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박 위원장도 '새누리당 정권'의 책임에서 비켜설 수 없는 부분이다. 남 말 하듯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도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을 "정치 공세"라며 무시했다. 유선호 당시 민주통합당 법사위원장은 "국회가 나서서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파헤치고 무너진 국정 기강을 바로잡아야 하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여당 내에서도 사찰 피해자인 정두언 의원 등이 특검 도입을 주장했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새삼 "더러운 정치와 단절", "잘못된 과거부터 뿌리 뽑는 것"을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계인 새누리당 구상찬 의원 등 일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까지 거론하고 있다. 선거를 불과 10일 여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 주도의 광범위한 민간인, 전 정권 인사, 언론인 사찰이 선거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 당시 새누리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상황이 곪아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 정국'을 촉진 시킨 것이어서 "새누리당의 자승자박"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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