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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젊은 우파들은 왜 한국당을 떠나나?

수직적 관료 문화에 보좌관들 탈한국당 러시

6.13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 보좌진들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노쇠하고 정체된 한국당의 인물난은 명망가들의 외면 뿐만 아니라 정치 현장에서 의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보좌진들의 유출에서도 확인되는 현상이다.

이들의 이탈은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민주당보좌관협의회(민보협)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보협 출신 출마자 36명이 국회의원·기초단체장·지방의회 의원이 됐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11석을 얻으면서 보좌진 자리도 최대 99석 가량 늘었다.

영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에는 거의 본 적이 없던 한국당 출신들이 지원서를 많이 썼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실에도 한국당 출신 보좌관이 지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당 출신 보좌직원이 서류를 낸 비율은 어림잡아 20% 남짓"이라며 "서류를 넣은 지원자가 '한국당 출신인데 민주당에 호의적이라 지원한다. 괜찮겠냐'는 문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다른 한 의원실에는 지원자 가운데 약 40%가 한국당 출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 보좌관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리 옮기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한 보좌관은 "한국당 출신이면 민주당 의원들이 서류를 잘 안 받아준다. 때문에 선거운동본부나 당 부설기관 등에서 활동하는 식으로 우회로를 거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력 유출은 한국당 중진의원의 목소리로도 확인된다. 정진석 의원은 10일 보수그라운드제로 난상토론에서 "진보좌파는 10년 전 부터 정치에 관심있는 후배들을 육성해 왔다"며 "우리는 세대교체를 위한 충원구조를 충실하게 구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이번 지방선거 패배로 3연패 했다"며 "이해찬 의원이 줄기차게 주장하던 보수궤멸이 현실화된 것은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든다. 우리의 취약한 (인력충원)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산하 기관 관계자는 "최근 한국당에 인재수급이 안 되면서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기초단체장 쪽으로 보좌관을 내 보내려고 해도 새로 뽑을 수 있는 인원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은 초선도 노령화 되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쇠하고 고위관료 출신들이 많은 한국당 의원들의 수직적 업무 문화도 보좌관들이 민주당으로 이탈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번에 민주당 보좌직원 공개 채용에 지원한 한국당 출신 지원자는 "한국당은 관료 출신이 많아서 공직자 물을 못 버린다"며 "예를 들면 모든 보고를 선임보좌관을 통해서만 받는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초선의원은 총 42명으로 그 중 행정고시·사법고시 출신과 경찰 및 정부의 고위직을 역임한 인사가 21명으로 절반이다. 연령도 60대 이상이 22명으로 절반을 넘고, 40대 이하 의원은 김성원, 전희경, 신보라 의원이 고작이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직업이다. 직업적 개념으로 보좌진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과거에는 정치 입문 코스로 보좌진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국회의원이 보좌진 인사권자이다 보니 의원과 보좌진 사이는 수직관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동고동락하며 정치활동을 하는 동지적 관계가 민주당보다 한국당에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사석에서 의원과 형, 동생 하는 보좌관도 있다"며 "민주당에서는 의원이 권위적인 행동을 하면 민망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차명진 전 의원은 "한국당은 보좌관을 정치 훈련의 과정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의원과 보좌진의 신분이 다르다. 의원들은 다른 데서 성공해서 들어온 금수저 출신인데, 이것이 한국당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당보좌진협의회(한보협) 관계자는 "민주당은 의원과 보좌직원 관계가 동지적 개념이고, 한국당은 예전부터 수직적 개념이 고착됐다"며 "민주당의 수평적 관계는 우리가 항상 부러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당 보좌진은 젊은 우파이지만 영감(국회의원)에게 얽매이다 보니 바른 소리를 못 한다. 잘못된 것도 대놓고 이야기 못한다"며 "보수당이 바꿔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러한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 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의원 중에 보좌관 출신이 거의 없다. 우리가 진출할 틈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의 다른 비서관은 "의원과 보좌진이 동지적 관계면 자기 일 처럼 뛰게 된다. 의원에게 보다 헌신할 수 있다"며 "의원실에서의 일이 직장 개념이 되면 의원이 저녁에 뭘 하든 보좌관은 퇴근한다"고 밝혔다.

물론 의원 수의 증감에 따라 보좌진들의 이동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전반적인 침체와 맞물려 유능한 보좌진들의 이탈은 의정활동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정진석 의원은 "민주당은 보좌관 출신 의원들이 많다. 정치경험을 구축하면서 서로 살게 하는 구조인데 우리는 엘리트만 존재한다"면서 "씨를 뿌려야 한다. 정치에 관심있는 젊은 후배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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