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료 제출 부실로 논란이 깊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 예산 심의와 관련해 한나라당 지도부도 엇박자를 냈다.
정몽준 대표는 1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취지를 정부가 이해해야 한다"고 정부의 성실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정부는 다른 사업과 동일한 수준의 자료를 제출했고 추가로 자료를 제출했다며 지금까지 관행에 비추어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지만, 4대강 사업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곧바로 안상수 원내대표가 "다른 SOC사업과 동일하게 국회 제출했고 오히려 더욱 상세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안 원내대표는 "DJ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예비비나 재해대책사업은 총액 예산 편성됐었고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에 그것을 문제삼은 적이 전혀 없다"며 "야당의 주장은 4대강 사업 원천적으로 막거나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정략적 정치공세"라고 정 대표의 말을 공박했다.
안 원내대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을 두려워한 나머지 서민살리기를 외면하는 민주당은 그야말로 경제살리기 발목잡는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오히려 행정부가 국회 발목 잡아"
그러나 정몽준 대표가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4대강 예산 심의 관련 자료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달 2일 국회에 4대강 사업 예산을 포함해 2010년도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 항목은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숨어 있는 예산이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정부의 자료 제출 방식을 문제삼았고, 정부는 뒤늦게 지난 10일 추가로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를 통해 정부는 '총액'을 명시하지 않았던 4대강 사업을 국토해양부 소관 예산으로 따로 분류해 총 3조8000억여 원으로 책정했고, 수자원공사 자체 예산으로 3조2000억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여전히 '구체적인 세목이 없다. 목차만 들고 예산을 심의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4대강 사업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보 설치 사업, 하천 준설 사업, 자전거도로 사업 등인데 '시설비'라는 항목으로 공구별 총액만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도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출해야 정상적 예산심의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심재철 예결위원장 마저 지난 13일 "민주당이 자료가 부실하다고 세부항목 제출을 요구한 것은 타당성이 있다"며 "국토부에 제대로 만들고 상세한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국토해양위 파행 직후 한나라당 일각에서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한나라당 정희수 예산소위원장은 "당신들끼리 다하라"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히려 행정부가 국회의 예산심의를 발목잡고 있다. 정상적인 예산심의에 협조하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의 경우는 공구별 토지비, 시설비라는 두개 항목만 제시하고 있는데 국토부, 기재부 장관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예산심의를 안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의 보완자료 제출에도 불구하고 4대강 예산의 조속한 처리는 난망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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