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이 혜화역 여성 시위와 예멘 난민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안 모두 여당 지지층을 포함한 다수·주류 여론에 비판적인 시각이 담겼다.
홍 의원은 12일 당 원내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한 모두발언에서 "최근 혐오·증오·차별에 대한 논란이 매우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통합과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홍 의원은 이어 "저도 카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성체 훼손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이것(성체 훼손 논란)이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과도한 공격으로, 또 다른 증오나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리어 이를 계기로, 카톨릭을 비롯한 종교계가 우리 사회의 증오와 차별, 무분별한 혐오에 대해 성찰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선도적 역할을 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홍 의원은 이어 "이미 유럽 사회를 비롯해 1990년대부터 극우주의가 본격화된 사례를 보면, 인종·종교·피부색·출신지역 등을 기반으로 한 차별과 혐오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안정과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이 확인된 바 있다"며 "한국사회는 그동안 국민 불안과 불신을 부추기는 가장 중요한 접근 방법 중 하나가 반공주의와 색깔론이었으나, 이제 반공주의와 색깔론이 힘을 잃어가자 다시 인종·종교·민족·출신지 등을 활용해 또 다른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면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거나 불안을 야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전 세계에서, 테러와 전쟁의 원인은 실제로 이런 종교나 민족이 문제라기보다 빈곤과 양극화가 초래한 문제"라며 "사회 내 불안·공포·차별을 없애고, 국제사회에서도 테러로 인한 공포를 없애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될 것은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통합과 관용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종교계를 비롯한 정치권 등 사회각층이 (참여하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홍 의원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예멘 난민에 대한 외국인혐오 여론이 대두되는 배경으로는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는 편견과 함께 기독교 세력의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지적되고 있다. 그의 발언은 난민·이민자가 치안 불안 요소가 되는 이유가 그들이 이슬람(종교)·아랍(민족)이어서가 아니라 빈곤·불평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홍 의원은 북한대학원대 교수를 지낸 북한 전문가 출신 재선 의원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같은 학교(한양대) 선후배 사이다. 당내 진보성향 의견그룹 '더좋은미래' 소속이기도 하다. '더좋은미래'는 전날 소속 의원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는 "혜화역 시위에 우리 당 의원들이 몇 명 가봤느냐.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는 게 여당이다"(우상호), "젠더와 생태 이슈를 좀 더 중요한 이슈의 위치로 옮겨야 한다"(남인순), "차기 지도부는 사상·가치 측면에서 진보성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강훈식) 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우상호 "혜화역 시위에 의원 몇 명이나 갔나")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