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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으뜸 음식: 민어, 복숭아, 생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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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으뜸 음식: 민어, 복숭아, 생맥산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민어가 일품, 보신탕은 삼품

"아! 날은 덥고, 입맛은 없고, 몸은 물 먹은 솜마냥 축축 늘어지는데 뭘 먹어야 기운이 날까? 멀쩡하던 발도 이렇게 붓는 다니까. 무슨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났나봐."

방문한 환자 몸의 신호를 살피고 그간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혼자 지내시면서 먹는 게 부실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혈압이 평소보다 낮아지고 체액의 순환이 떨어져서, 환자 말씀대로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지게 된 것이죠.

흔히 말하는 여름철 보양식을 드셔야 하는 상황인데, 위장기능이 약해진 점을 고려해서 민어를 권했습니다. 민어회가 좋긴 하지만 날로 먹는 것은 탈이 날 수도 있으니 탕으로 드시라 했습니다.

소서가 지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신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더위와 함께 장마철의 습기가 더해지면서 몸이 무겁고 이전에 아프던 부위가 안 좋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은 체력이 저하되면서 입맛이 떨어지고, 이것이 다시 심신의 약화와 지병의 악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불러 오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이 되지요. 급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을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특히 혼자 사는 분들 몸과 마음의 쇠잔함은 쓸쓸한 마음과 함께 뭔가 공동체적 혹은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여름이 되면서 맥을 못 추는 어르신들께 권하는 것이 있습니다. 생맥산과 민어, 복숭아입니다. 생맥산은 생맥음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일종의 여름철 건강음료입니다. 맥을 살린다는 이름이 더위에 기진맥진한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지요. 맥문동과 삼, 오미자로 구성되어 늘어진 신체적 탄력을 회복시키고 땀과 더위로 소모된 부분을 보충해줍니다. 차갑게 마시는 것도 좋지만 냉방과 차가운 먹거리로 탈이 나기 쉬운 계절임을 고려한다면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습니다. 차게 마시더라도 입에서 냉기를 가시게 한 후에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민어는 조선시대부터 사대부의 여름철 보양식으로 각광받아온 생선입니다. '民魚'라는 이름은 흔히 먹을 수 있는 국민음식 같은 느낌이지만,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라는 당시 양반들의 유행어로 미뤄 보아, 꽤 귀한 식재료였음을 짐작케 합니다.

<동의보감>은 '민어를 회어(鮰魚)라 부르는데, 남해에서 나고 맛이 좋고 독이 없으며 부레로는 풀을 만든다'고 했고,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맛은 담담하고 좋다. 날 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부레로는 아교를 만든다'고 소개합니다. 산란기를 앞둔 지금이 가장 맛이 좋은 시기라고 합니다.

힘이 떨어진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이나 보신탕, 그리고 추어탕과 같은 일반적인 보양식을 권하기도 하지만, 신체기능이 좀 더 약해지신 분들에게 민어를 권하는 이유는 그 담담한 맛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담담한 맛을 삼초(三焦)에 배속합니다. 삼초는 우리 몸의 수분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 더위와 높은 습도로 인해 신체 기능에 과부하가 걸려 장부의 기능이 약해진 노인들에게 더욱 필요하지요. 이런 의미에서 민어는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위장에서 소화흡수도 잘 되고 삼초의 기능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좋은 식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양반들이 민어를 즐긴 이유는 조금 달랐을 것입니다. 평소 고기와 술과 같은 고량진미를 접하기 쉬운 양반들은 이미 위장과 삼초기능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을 확률이 큽니다. 그래서 더위로 지친 몸을 회복시키면서 삼초에 부담을 주지 않을 음식을 찾았을 것이고, 마침 제철을 맞은 담백한 맛의 민어가 선택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전 양반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이 먹지만 질적으로 떨어진 음식을 먹는 현대인에게도 민어는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름철 과일로는 복숭아를 권합니다. <도화원기>나 <서유기>에서도 알 수 있듯, 예로부터 복숭아는 선계 혹은 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환자들에게 복숭아를 권하는 것은 새콤달콤한 맛과 함께 촉촉하게 진액을 더하고 혈의 순환을 돕는 효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다른 여름과일과는 다르게 그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에 사랑받는 수박, 참외, 토마토 등은 더위를 식혀주고 갈증을 해소하지만 과하면 그 서늘한 성질로 인해 위장에 탈이 나기 쉽습니다. 과일뿐만 아니라 차가운 물과 음료도 마찬가지지요. 반면 복숭아는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면서도 차가운 성질로 인해 발생하는 탈이 없으니, 진액이 마르고 몸이 차가워지는 노인들에게 적합합니다. 게다가 과육이 무른 종류가 있어서 이가 부실하신 분들이 드시기에도 좋고요. 물론 좋다고 해서 식사를 대신할 수는 없고, 당대사에 문제가 있는 분들은 과하게 먹는 것을 삼가야겠지요.

여름은 덥게 나야 합니다. 하지만 더위와 습기로 인해 몸을 상하지는 말아야합니다. 햇빛과 신체적 활동을 너무 싫어하지 말고, 차가운 환경과 먹을거리를 주의하는 것, 그리고 마음의 조급함 대신 느긋한 여유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민어나 복숭아와 같은 음식은 그 위에 더하는 양념과 같은 것이고요.

더위를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적당히 덥게, 여름이 주는 풍요로움과 그 열기를 즐기며 지내는 것이 이 계절을 건강하게 나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Tip) 민어를 맛있게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 민어매운탕과 수제비
레시피 by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

<재료>
민어 1마리(800그램), 육수4컵, 감자 1개, 애호박 1/3개, 청주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고춧가루 2큰술, 고추장 1큰술, 간장1큰술, 대파 1뿌리, 마늘 2알, 매운고추 2개, 쑥갓 한 줌, 소금/ 수제비반죽 : 밀가루 1.5컵, 물0.5컵, 소금 1꼬집

<만드는 법>
1. 민어는 비늘을 긁어내고 깨끗이 씻어 4~5토막으로 자른다.
2. 회를 뜨고 남은 뼈와 머리를 다시마, 자투리채소들과 함께 고아 국물을 낸다.
3.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굵직굵직하게 썰어놓는다.
4. 애호박은 깨끗이 씨서 감자와 같은 크기로 썰어놓는다.
5.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마늘은 곱게 찧어 놓는다.
6. 쑥갓은 억센 줄기를 잘라내고 다듬어 씻어 물기를 빼놓는다.
7. 수제비 반죽을 만들어 비닐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8. 미리 내놓은 국물에 고추장을 풀고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불에 올린다.
9. 미리 썰어 놓은 감자를 넣고 같이 끓인다.
10. 국물이 끓어오르면 손질해둔 민어와 애호박을 넣고 끓인다.
11. 민어와 감자가 익으면 준비해둔 대파, 마늘, 고추, 쑥갓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12. 모자라는 간은 소금으로 하고 불을 끈다.
13. 민어탕을 먹고 남은 국물에 다시 국물을 조금 더 추가한 후 수제비 반죽을 떼서 넣고 끓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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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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