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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치맥은 자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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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치맥은 자제해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장마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새벽녘부터 빗소리가 들리더니 출근 무렵이 되자 빗줄기가 제법 굵어집니다. 장화를 신은 아이는 일부러 물웅덩이를 찾아 참방 거리며 걸어가고, 그 뒤를 따르는 제 머릿속에는 어릴 적 비 오던 날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비 맞지 말라는 어른들 말씀을 뒤로 하고 빗물 길에 병뚜껑을 띄우며 놀던 일, 소나무 가지에 송진을 발라 시합하던 일, 토방 마루에 앉아 뒷마당으로 내리는 장대같은 비를 보며 삶은 감자를 먹던 일, 큰물이 질 때 아버지랑 다리위로 올라가 불어난 물에 돼지가 떠내려 오던 모습을 구경 하던 일 등.

저로부터 아이까지 불과 한 세대가 지나는 사이, 우리는 비를 맞으면 피부염과 탈모를 걱정하고, 해갈보다는 미세먼지를 떠올리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아이가 지금 제 나이가 되었을 때의 세상은 또 어떨지... 아직 빗물이 공기를 덜 씻어낸 탓인지, 숨 쉬는 공기가 제법 텁텁합니다.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라고 해서 매우(梅雨)라 불리는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해 강수량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이 기간의 비는 농사는 물론, 우리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가 불편함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요.

장맛비가 주는 불편함의 주요인은 '습(濕)'입니다. 몸도 마음도 눅눅해지면서 항시 축 쳐지고, 음식은 잘 상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서는 곰팡이나 벌레가 잘 생겨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습이라는 것이 안개나 구름처럼 확실하게 잡히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별 것 아닌 듯 여겨지다가 어느새 모든 곳에 구석구석 다 스며들어 문제를 일으키지요. 이러한 습에 대해 의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바람이나 한기, 그리고 더위로 갑자기 영향을 받을 때는 사람은 바로 알아차리지만 습기가 스미는 것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들어오는 습은 여름의 무더위, 산과 연못의 증기, 비를 맞고 돌아다녀서 젖는 것, 땀이 배어 나와 옷을 적시는 것 등으로 허리와 다리를 붓고 아프게 한다. 안에서 생기는 습은 날 것과 차가운 것, 술과 밀가루 음식이 비장의 기능을 떨어뜨려 습을 만들고 열을 가두어 위장의 문제를 일으킨다. 습기가 경(經)에 있으면 코가 막히는 증상과 해질 무렵에 열이 나는 증상이 있고, 관절에 있으면 온 몸이 다 아프며, 장부에 있으면 청탁이 섞여서 대변을 무르게 하고 소변은 잘 나오지 않게 하고 배가 부풀어 오른다."

장마철의 습한 환경은 외부로부터의 습기를 증가시킵니다. 여기에 더운 날씨를 잠깐 해소하고 차가운 음료와 과일을 많이 먹는 습관, 여름밤의 낭만처럼 느껴지는 치맥이 내부의 습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땀을 과하게 내는 운동도 도리어 해가 되지요. 잠깐의 시원함을 얻는 대신 습이 쌓이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또한 덥고 습한 실외와 냉방기가 돌아가는 차가운 실내의 차이가 크면 피부에 차고 습한 기운이 정체되어 여름감기와 같은 문제가 일어납니다.

우리 몸에 습기가 차면 몸은 찌뿌듯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다가 점차 관절의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픕니다. 기의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순환이 울체된 부분에서는 열이 발생하기 쉽지요. 속으로는 일종의 하수가 넘치는 상태가 벌어집니다. 맑은 것과 탁한 것이 잘 구분되어 소변을 통해 잘 빠져 나가야 하는데, 그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제 기능을 못하게 되니 설사가 나고, 배는 부글부글 끓으면서 부풀어 오르고, 소변은 도리어 줄어드는 증상이 발생하지요.

그래서 한의학은 이러한 습의 증상을 치료할 때 살짝 땀을 내고(과하게 내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방법을 씁니다. 외부의 정체된 습을 발산시키고 내부의 넘치는 습은 소변을 통해 정상적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겁니다.

장마철에는 몸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습이 쌓이기 쉽습니다. 습은 기의 흐름에 장애를 가져 오고, 이것이 몸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불쾌지수로 대변되는 짜증이 열을 만들어 내는 습의 양(陽)적인 반응이라면, 무력감이나 우울은 습의 음(陰)적인 반응이지요. 이런 마음의 습은 기분을 전환해서 풀어야 합니다. 기(氣)의 영역(分)을 다른 상태로 만드는 것이지요. 특정 한약재의 성분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의학적 치료가 감정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앞서 언급한 습의 원리에 기본합니다. 환자의 감정에 따른 기분(氣分)을 균형 잡힌 상태로 바꿔서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지요.

장마철을 건강하게 나는 것은 환경의 영향으로 몸과 마음에 차기 쉬운 습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마전선을 물러나게는 할 수 없으니, 가볍게 땀을 낼 정도로 운동하고 차가운 것과 날 것, 그리고 술과 밀가루 음식을 적게 먹고 야식을 삼가는 습관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한가하고 즐거운 한 때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회복한다면 마음의 습기 또한 말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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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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