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청탁 의혹'을 폭로한 <시사IN> 주진우 기자를 고발한 나경원 전 의원과 김재호 판사 부부 측은 처음엔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나 전 의원이 직접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편은 2006년 2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6개월간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기소 청탁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김재호 판사는 수사 당국에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전 의원 측의) 고발 경위를 설명했지만 기소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말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 나경원 전 의원과 김재호 판사 ⓒ뉴시스 |
또 나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박은정 검사는 사건 배당 10여 일 만에 출산휴가를 떠나 기소를 담당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한 부분도 문제가 있다. 실제 박 검사는 기소 검사가 아니며, 당시 서부지검 동료였던 최운영 검사가 사건을 이어 받아 기소를 담당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최 검사도 언론에 "청탁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8일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가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에게서 '청탁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후임인 최영운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박 검사는 지난 5일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06년 1월 당시 최 검사에게 나 전 의원 관련 사건을 인계할 때 김 판사가 청탁한 사건이라는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재호 판사가 전화한 사건'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사건 기록에 첨부했다는 것이다.
박 검사의 진술서 내용이 맞다면 최 검사의 해명도 거짓이 된다.
김재호, 판사옷 벗을까?…나경원은 정치적 치명타
결국 김재호 판사는 피고소인 입장으로 경찰에 출두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소 청탁 사건' 폭로와 관련해 주 기자를 먼저 고발한 것은 나경원 전 의원 부부 측이지만,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주 기자는 나 전 의원 측의 고발장을 받은 후 나 전 의원 부부를 맞고소했다.
나 전 의원 부부의 처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기소 청탁 자체는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처벌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 측은 "2006년 1월~4월사이 일어난 일이니만큼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김재호 판사 입장에서는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옷을 벗어야 할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민주통합당은 아예 검찰이 나서서 나 전 의원 부부를 무고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기자가 나 전 의원 부부를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한 부분은 처벌 여지가 있다. 문제는 나 전 의원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전부 '고발'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보좌관, 측근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대한 고발전을 무차별로 진행한 것이다. 또 당시 나 전 의원은 '기소 청탁' 의혹과 관련해 본인 입으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대변인 명의, 익명의 캠프 관계자 등을 통해 해명을 해 왔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지시 없이 이같은 일들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없다. 결국 처벌 여부는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 의지에 달려 있다.
어찌됐든 나 전 의원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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