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조건부로 사회적 대화기구에 복귀하는 안건을 대의원대회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표결에 돌입할 시 가결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복귀 반대파 일부가 집단 퇴장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은 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사회적 교섭 추진 안건"을 표결에 붙이려 했다. 의결 주문은 "민주노총은 합의제 운영, 산별 참여 보장, 명칭 변경 세 가지 원칙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위 내용이 합의되면 경사노위에 참여하여 법·제도적 절차를 완료한다"였다.
그러나 총원 1914명에 재석 790명으로 참석 대의원이 과반에 미달해 표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회가 시작된 1시경 재석 대의원은 997명으로 과반이 넘었으나, 표결이 시작된 오후 4시 20분 경에는 200명 가량 줄었다. 복귀 반대파의 퇴장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큰 무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정상적으로 의사가 진행되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대의원들이 자리를 이석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대회에서는 오후 2시경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별도 참여 중인 '메가특구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안건이 현장 발의돼 상정 여부를 표결에 부쳤는데, 재석 1060명에 찬성 360명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사회적 대화 복귀에 찬성하는 대의원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초 민주노총은 이날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 안건이 가결되면 정부·사용자단체·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관계자들과 협의를 추진한 뒤 제시한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경사노위에 복귀할 계획이었다.
정부도 대화를 시작하자는 입장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4일 공문을 통해 민주노총의 3대 요구에 대해 "문제 인식과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사회적 대화기구 개선은 참가 주체 간 논의가 필요하므로 귀 노조의 경사노위 참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날 김지형 경사노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이 제안한 세 가지 사항을 포함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운영 방식 개선에 관해 노사정을 대표하는 책임 있는 주체들과 언제라도 긴밀하게 협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부결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 여부는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오는 24일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것도 현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를 다시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다.
간담회에서 양 위원장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빠른 시간 안에 설명하겠다. 온라인 대의원대회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선거 시작 전에는 판단하겠다. 선거가 시작된 뒤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표결에 앞서 3시간여에 걸쳐 안건 제안 설명과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 직권으로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 안건을 상정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왜 지금이어야 하나. 더 많이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실효성이 있겠나. 다양한 고민과 주장이 있는 것 잘 안다"면서도 "투쟁이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이듯 교섭도 우리의 투쟁을 전면화하고 요구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가결을 호소했다.
안건 제안 설명을 맡은 유현주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사회적 대화 기구에 복귀해야 할 이유로 △AI 전환 대응 △업종·산별 교섭 강화 및 초기업 교섭 정형 창출 △정부의 포섭 전략에 맞서 단일 전선 구축 △미래대응기금, 3대 메가 프로젝트 등과 관련 사회적 변화 흐름에 대한 개입력 확보 등을 들었다.
반면 반대 토론자로 나선 이창배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유지하는 일하는사람기본법을 밀어붙이고 있고, 경영성과급을 교섭대상에서 빼는 지침을 냈다. 입으로는 대화를 말하며 손으로는 교섭권을 빼앗고 있다"며 "지금 사회적 대화에 힘을 쏟으면 투쟁의 시기를 놓친다"고 주장했다.
김민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장은 "대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불리한 조건, 기울어진 대화 판을 먼저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조건을 전진시키는 의제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는 싸움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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