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가 왕이냐", "나가!", "당신이 어떻게 여기 올 수가 있어!"
6일 국회도서관 광주분원 유치를 위해 열린 전남광주 남구 주민토론회가 사실상 정진욱 국회의원과 김병내 남구청장의 대리전으로 변질되며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토론회 말미에는 구청 관계자와 국회의원 보좌관이 서로 손가락질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주민들은 "정치 싸움에 남구민만 분열된다"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6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남구의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는 14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토론회는 이내 '보훈병원파'와 '송암공원파'로 나뉘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으로 변질됐다.
특히 한쪽 발언이 길어지자 "공정하게 하라", "사회자가 왕이냐!"는 항의가 빗발쳤고, 사회자는 "조용히 하세요! 퇴장시키겠습니다!"라고 경고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토론회 막바지에는 퇴장당했던 한 주민이 다시 들어와 항의하고, 구청 관계자와 정진욱 의원 보좌관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이는 등 난장판이 됐다.
이날 토론회는 구 보훈병원 부지를 주장하는 윤순홍 남구의원(더불어민주당)과 송암공원 부지를 주장하는 고우람 남구의원(조국혁신당)이 나란히 각 부지의 장단점을 소개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은 후 부지별로 각각 주민 3명씩 총6명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 보훈병원 부지를 주장하는 측은 '접근성'과 '교육적 가치'를 내세웠다. 딸이 인근 대성여고에 다닌다는 학부모 서은숙씨는 "학생들이 걸어서 책을 보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도보 접근성을 강조했다.
윤순홍 의원도 "50억이라는 적은 토지 보상비를 이유로 망설이지만, 구 보훈병원 부지가 10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땅이기에 국가 시설이 들어와야 한다"며 "2028년 완공될 도시철도 2호선과 연계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암공원 측은 '경제성'과 '미래 확장성'으로 맞섰다.
고우람 의원은 "남구의 부채가 510억대에 육박하는 만큼 1000억 원 상당의 보훈병원 부지를 헐값에 넘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도서관은 호남권을 아우르는 광역시설"이라며 "국회도서관 부산 분관 역시 도심이 아닌 외곽 공원을 선택해 지역 균형과 확장성을 고려했다. 우리도 국가 계획에 부합하는 송암공원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의견 청취에서 주민 김범태씨는 "많은 시민이 이번 사안을 국회의원과 남구청장의 기싸움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명분 싸움을 하다가 북구에 유치권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 이모씨 역시 "남구민을 갈라치는 정치적 토론회가 된 것 같아 아쉽다"며 "어느 부지가 되든 한마음으로 유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대립을 지양하고, 두 후보지의 장단점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비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목전문가로 나선 장서용 ㈜대한건설기술단 부사장은 "송암공원은 부지 평탄화를 위한 절토와 옹벽 설치 등 추가 공사비가, 보훈병원은 비싼 부지 매입비와 추가 진출입로 확보 비용이 든다"며 "토공비, 기초공사비, 토지매입비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해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우식 조선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두 후보지는 특성이 너무 다르다"며 "접근성, 교통량, 주변 교차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하고 주민 합의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도서관 광주분원은 북구가 옛 광주교도소와 중외공원 일대를 후보지로 검토하는 등 자치구 간 유치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다. 정작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남구가 내부 갈등으로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애써 확보한 유치 동력을 스스로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남구의회와 별도로 남구청도 오는 13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회도서관 분관 부지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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