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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석유화학국의 위기, 일시적 아닌 구조적 전환 문제…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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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계 4위 석유화학국의 위기, 일시적 아닌 구조적 전환 문제…대응은?

충청남도 노동전환 석유화학산업 분야 포럼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극복과 노동의 미래' 열려

석유화학 산업은 20세기 이후 세계 제조업의 확장과 함께 성장해 온 대표적인 산업이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비료 등 석유화학 제품은 포장재,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 건설, 의료, 농업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핵심 기초 소재로 활용된다. 특히 플라스틱과 비료는 현대의 생활양식을 지탱하는 기반 물질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석유화학 생산 능력(점유율 5.6%)을 갖추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유를 들여와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으로 가공해 세계로 수출하는 나라다. 국가 핵심 기간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수, 울산, 서산(대산) 등 3대 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원가 경쟁력과 밀집된 공급망 일체화(Infrastructures)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게 효자종목이었던 석유화학 산업이 하락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산업 시설 증설과 자급률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중동·미국의 원가경쟁력, 글로벌 공급과잉에 탄소중립·순환 경제 규범 강화까지 겹치면서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은 2021년을 기점으로 수직 하락을 시작한 뒤, 2025년 기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가동률은 57%대까지 급락했고, 고용불안과 협력업체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석유화학 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일시적인 업황 부진이 아니라 성숙 산업이 거치는 구조적 전환의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 산업재편에 따른 고용·직무 변화를 살펴보고 지역과 노동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노동전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이유다.

16일 충청남도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는 충청남도가 주최하고 충남경제진흥원, 충청남도노동전환지원센터, 충남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2026 충청남도 노동전환 석유화학산업 분야 포럼 -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극복과 노동의 미래'가 열렸다.

▲ 대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연합뉴스

석유화학산업이 위기라고 인식하는 노동자는 86.9%

이 자리에서 박상철 충남노동전환특별위원회 석유화학산업분과 위원장은 충남노동전환지원센터에서 서산 석유화학 관련 노동자 113명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서산 석유화학산업 노동자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 58.4%, 비정규직이 41.6%로 정규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특수고용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가 나타나는 운송 관련 협력업체는 비정규직 비중이 높았다.

현재의 석유화학산업이 위기라고 인식하는 노동자는 86.9%이며, 이중 71명은 매우 위기라고 인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운송 관련 협력업체(83.3%), 석유화학 생산 관련 협력업체(81.5%)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위기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플랜트 관련 협력업체 노동자는 ‘매우 위기’라고 응답한 비중이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서산 석유화학산업 위기가 일정 기간 지속된 후 회복될 것이라고 응답한 노동자는 평균 약 6.1년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철 위원장은 "결국 노동자들은 서산 석유화학산업 위기가 장기간 유지되거나 또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산업이 위기라고 느끼는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 감소(65.5%)'와 '작업 물량 감소(64.2%)', '임금 동결이나 감소(53.8%)' 등을 꼽았다.

'고용에 대한 불안'은 68.8%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인력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다'라고 인식한 이도 65.6%나 됐다. 박상철 위원장은 "고용불안 및 인력조정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종합하면, 석유화학 생산 협력업체, 플랜트 관련 협력업체, 석유화학 원청업체 등의 순으로 고용불안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하려는 의향은 높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사용자 86%도 '매우 위기'라고 인식

마찬가지로 서산 석유화학산업이 위기라고 인식하는 사용자는 응답자 15명 중 13명(86.7%)이 '매우 위기'라고 인식했다. 석유화학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신규채용 감소', '작업물량 감소' 등으로 서산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인력감축, 권고사직 등의 시행’에 대한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어, 본격적인 인위적 인력조정은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산 석유화학 관련 기업들은 위기 원인에 대해 대내적 요인보다 중국과의 경쟁(35%), 원료수급 불안(20%) 등 대외적 요인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서산 석유화학산업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자 비중(35%)이 높았으며 위기가 일정 기간 지속된 후 회복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 역시 장기간(평균 약 8.6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철 위원장은 "서산 석유화학 관련 기업들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재직 인원을 인위적으로 감소하기보다는 신규인력 채용을 축소해 연 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노동자와 기업 모두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위기에 대한 준비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요 직무별 노동이동 및 노동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원청과 협력업체 사이의 고용불안 인식과 대응 여건의 차이 존재한다"

주무현 지방사회연구원 원장은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일시적 불황이 아닌 구조적, 복합적 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기가 고용 불안으로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의 시작은 원청의 인력조정이 아닌 협력업체와 주변 노동시장에서 먼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기업 재편 지원만으로 지역의 고용 충격을 대응할 수 없기에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의 결합,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전환에 대한 (각 주체들의) 공동 대응이 쉽지 않다"며 자신이 수행한 태안 석탄화력 노동자 인터뷰를 언급한 뒤 "이들 노동자들에게는 정보와 의사결정에 접근할 기회의 차이, 고용 형태에 따른 대응 여건과 이해관계의 차이, 평상시 소통과 신뢰의 부족이 연대를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석탄화력 노동자 관련해서 "기업별 대응이 우선되는 상황에서 전환 배치가 가능한 노동자와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감의 중단에 직접 노출되는 노동자는 같은 전환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지역 거주와 가족생활 등의 이유로 이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선택의 폭이 더욱 좁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은 "석유화학산업에서도 원청과 협력업체 사이의 고용불안 인식과 대응 여건의 차이에서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물론 발전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은 소유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이 다르므로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지만 위기의 부담과 전환 기회가 고용 지위에 따라 다르게 배분되면서 공동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점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은 그러면서 "협력업체 노동자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가 논의에 참여할 통로를 마련하고,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공유하며, 고용 형태별로 다른 요구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위기가 발생한 뒤 일시적으로 모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평상시에도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역 노사민정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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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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