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차단 넘어 피해자 회복에 초점 맞춰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디지털 성범죄 대응, 차단 넘어 피해자 회복에 초점 맞춰야"

성폭력 대응 전문가들 "차단 기술 발전해도 고통은 지속…대책 마련 필요"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 대응방안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 회복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대응의 기조가 '디지털 성범죄물을 얼마나 차단했느냐'를 넘어 '피해자가 회복했는가'로 변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였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27일 서울 종로 페럼타워에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 다음 단계를 묻다' 토론회를 열었다. 디지털 성범죄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현 정부 대응의 한계를 짚었다.

정부 실무진들은 부처가 협력 체계를 구축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고 있지만, 기술적·법적 한계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순애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역량강화팀장은 "지난해 말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지원 과정에서 수집한 2만 6658개 사이트 가운데 95.5%가 국외 서버 운영 사이트"라며 "국경을 넘는 대응 체계가 없는 한 삭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확산방지팀장은 "디지털 성범죄 정보를 인지하면 24시간 이내 심의를 완료해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최근 심의위원들의 임기 만료 후 10개월 간 공백이 이어져 디지털 성범죄물 6만 9000건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한 건 한 건에 피해자의 일상과 인격이 묻어 있는데, 그들의 고통을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해줄 수 없어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최근 대법원 아동 얼굴에 성인 몸을 합성하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이 인정되면 피의자를 7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제작 혐의에 대한 형량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허민숙 입법조사처 조사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디지털 성폭력 대응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프레시안(박상혁)

피해자 회복을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지난 10년 한국 정부가 성과로서 발표한 내용은 '삭제 지원 체계를 얼마나 갖췄는지, 한 해에 얼마나 많은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하는지'에 맞춰져 있다"며 "그러나 기대에 차 있던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가 구제되지 않고, 가해자를 특정조차 못한다는 사실에 정부가 발표한 성과를 보며 괴리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도 "국가가 디지털 성폭력에 대응하기 시작한 지 30여 년 됐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사건 이후 수 년 동안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법은 이 순간에도 피해자가 겪는 '사회적 재난' 앞에 무기력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허 조사관은 "디지털 성범죄물을 얼마나 빠르게 삭제했는지만 따질 게 아니"라며 "피해자가 어느 시점에 고통을 끝냈고, 어떤 속도로 일상을 회복했는지 측정하는 '피해자 중심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조승노 팀장은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중 대다수인 청소년들을 검거해 보면 '큰 죄인 줄 몰랐다'고 한다. 다른 범죄와 달리 딥페이크는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딥페이크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라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설사 디지털 성범죄물을 전부 삭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는 범죄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피해자를 둘러싼 공동체는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