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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날, 종로에서'…불길 속 세 모녀를 기억하는 한 작가의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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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날, 종로에서'…불길 속 세 모녀를 기억하는 한 작가의 '추도사'

김종욱 장편소설 '그날, 종로에서'…2018년 서울장여관 방화 참사 모티브

노후 건축물·주거취약계층 안전 사각지대…8년이 지난 지금도 묵직한 질문

2018년 1월 20일 새벽 3시, 서울 종로5가의 낡은 여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에서 사라져간 사건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 김종욱에게 그날의 화재는 그렇게 지나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특히 어려운 살림에도 방학을 맞은 두 딸에게 서울을 보여주기 위해 전남 장흥에서 올라왔다가 객지의 낡은 여관방에서 생을 마감한 어머니와 두 어린 딸의 죽음이 그의 가슴에 오래 남아 있었다.

그렇게 8년이 흐른 뒤 김종욱은 그날을 다시 종로로 불러냈다.

장편소설 《그날, 종로에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 된 마음을 '추도사를 쓰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이 작품은 범죄의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는 범죄소설이라기보다 그날 불길 속에서 사라져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시 불러내는 긴 추도사에 가깝다.

그 날 새벽,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서울장여관에서 한 남성이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질렀다. 당시 건물에 있던 10명 가운데 결국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가운데는 전남 장흥에서 서울을 찾은 34세 어머니와 14세, 11세 두 딸이 있었다. 세 모녀는 방학을 맞아 여행길에 올랐고 19일 서울에 도착해 서울장여관에서 첫날 밤을 보내게 되는데 그 밤이 그들에게는 이 생에서의 마지막 밤이 됐다.

김종욱은 《그날, 종로에서》에서 사건의 결말을 향해 곧장 달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세 모녀와 방화범, 그리고 그날 서울장여관에 머물러야 했던 비슷한 형편의 투숙객들의 행적을 하나씩 따라가며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 들여다본다.

▲당시 화재 현장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당시 화재현장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술에 취한 50대가 심야에 여관에 불을 질러 투숙객 5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남성은 여관 주인에게 성매매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숙객이 모두 잠든 시간대였던 데다 인화물질로 불이 급속히 번졌고, 대피로조차 마땅치 않았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작가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은 우리 사회의 변두리다. 서울장여관은 화려한 서울 한복판 종로에 있었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삶은 서울의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당시 서울장여관의 객실은 두 평 남짓에 불과했고 저소득층 장기 투숙객들이 한 달 40만~45만 원가량을 내고 생활하는 이른바 '달방'이었다. 1964년 사용승인을 받은 낡은 2층 건물이었지만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작가 김종욱이 소설 전편에 걸쳐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안전으로 가는 통로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사회적 위험에서 빠져나갈 '안전통로'는 처음부터 좁았고 8년이 흐른 지금도 그 같은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날, 종로에서'는 8년 전 화재사건을 다룬 소설이지만 책장을 덮은 뒤 독자에게 남는 질문은 현재형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어느 골목, 어느 낡은 건물에도 또 다른 '서울장여관'은 없는가.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불이 났을 때 빠져나갈 출구 뿐 아니라, 가난과 위험으로부터 빠져나갈 '사회의 안전통로'는 열려 있는가.

그 질문 때문에 '그날, 종로에서'는 한 사건을 재현한 소설을 넘어선다.

세 모녀에게 보내는 늦은 추도사이자,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향해 우리 사회가 눈을 돌리도록 요구하는 한 작가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경고다.

▲ⓒ작가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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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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