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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해산한 국가, 소송비용까지 청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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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해산한 국가, 소송비용까지 청구하다

[기고] 끌려나간 것도 모자라 돈까지 내라고?… 국가소송법, 누굴 위한 법인가

2023년 윤석열 정부의 세 차례 집회 강제해산에 맞서 노동자들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최종 패소했다. 이후 현 정부는 이들에게 총 3380만 원의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반발이 나오자, '국가소송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당시 노동자 측을 대리한 변호사가 반박글을 보내왔다.

1. 윤석열 정부 집회 강제해산의 적법성을 묻기 위한 국가배상소송의 불가피성

지난 6월 5일 시작된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2주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권력을 투입해 즉시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실제로 그렇게 한 전례가 다수 있었다. 2023년 5월 25일 금속노조가 행진을 마친 뒤, 60여 명이 신고 없이 대법원 옆 인도에서 '대법원 투쟁 문화제'를 열자, 경찰은 이를 미신고 집회로 보고 해산명령을 방송했다. 그리곤 1시간 반 뒤 참가자를 일일이 들어 올려 300m(미터) 거리의 공터에 '이격 조치'했다.

다음 달 9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문화제를 시도했으나 똑같이 강제 해산됐다(이하 '1차·2차 강제해산'이라고 통칭한다). 7월 7일에는 서울프레스센터 앞 인도에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노숙문화제를 열었다가 경찰기동대에 포위돼 인권활동가·변호사들과 함께 청계광장으로 강제 해산됐다, 이날 투입된 기동대는 12·3 비상계엄의 밤 국회 봉쇄에도 투입된 경력이었다.

미신고 또는 제한 시간을 넘긴 집회는 무조건 해산돼야 하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미신고 집회 및 경찰이 정한 제한 시간을 넘긴 집회는 자진 해산 요청을 거쳐 해산을 명할 수 있다(제20조 제1항). 그러나 강제로 해산할 '집행'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남는 건 결국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범죄 또는 극도의 혼잡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이 위해를 입을 긴급한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제5·6조),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시위라 하더라도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보아 강제해산 요건을 엄격히 제한했다(2010도6388).

그러나 이런 법리와 원칙이 윤석열 정부의 경찰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경찰은 스스로 집회의 제한조건을 부여한 후, 해산명령과 같은 집시법에 관한 사법적 판단을 내리고 이를 곧바로 집행하는 삼권일체의 존재가 될 수 있다. 경찰의 경고 방송이 집회 음향보다 더 크더라도, 집회 참여자를 에워싸고 '집에 가라'고 확성기로 소리치다 사지를 들어 사거리 너머에 데려다 놓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심의하고 견제할 공권력은 대한민국에 없다. 경찰의 위법행위를 고소해도 이를 수사하는 것은 경찰이다. 그래서 거듭 강제해산을 당한 노동자들은 법원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국가배상소송의 형식으로라도 위법성을 확인받고자 했으나, 법원은 대법원 앞 강제해산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강제해산 3년 뒤 현재 소송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국가의 소송비용 고지서를 받았다. 1차 소송에 참여한 원고 58명은 2심까지의 소송비용이 1022만 3208원으로 확정됐다. 국가는 10위권의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1심과 2심 재판에 1760만 원과 1320만 원의 변호사 보수를 지급했고, 이 중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하 변호사보수규칙) 제3조에 따라, 노동자들이 물어줄 변호사 보수는 총 976만 원으로 결정됐다. 만약 대한민국이 3심처럼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선임했다면 물어줄 변호사 보수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2차 소송 원고들 62명에게 청구된 변호사 보수는 총 1024만 원이다.

▲2023년 7월 8일 경찰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인도에서 새벽까지 진행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 노숙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2. 이재명 대통령의 트윗 - 국가는 반드시 소송비용 청구를 해야만 하는가?

이재명 정부 하에서 소송비용 청구를 당했다는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유럽 순방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첨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X에 '현행법상 판결대로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포기하면 배임죄, 직무유기죄로 처벌하게 돼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고, 이 비정상이 너무 많이 진행돼 바로잡을 길이 없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소송을 제기했던 노동자 및 연대단체는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소송비용을 철회하고 정부가 직접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가배상의 소송비용에 관해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국가가 소송비용을 반드시 청구해야 하나? ② 국가는 반드시 소송대리인을 사용해야만 했나? ③ 국가는 소송대리인을 어떤 기준으로 선임하고 보수를 지급하나?

먼저, 현행법대로면 정말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을까? 국가소송의 패소자에게 소송비용을 반드시 회수하라는 내용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소송법)에는 없고 동법 시행령에만 있다. '패소자로부터 회수할 소송비용은 제1심 해당 고등검찰청 또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법원의 소송비용 확정 결정을 받아 소관 행정청의 장으로 하여금 회수하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제12조 제3항). 검사장과 해당 소송 소관 행정청의 장에게 회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위 조문은 1982년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아니하다가, 1982. 3. 17. 국가소송법 시행령을 개정·시행하면서 '국가소송이 국가의 승소로 확정돼 집행할 경우 감독을 철저히 해 국가 재산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도입됐다. 그러므로 소송비용을 회수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이 대통령의 글은 위 시행령의 해석으로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송비용 회수에 관해서는 '법치행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행정기본법 제8조). 정부가 패소한 국민에게 반드시 소송비용을 회수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적 비용 부담으로서 국민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소송비용 회수 의무와 관련해 국가소송법상 직접 근거는 물론이고 시행령에서 규정할 위임근거조항도 없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봐야 한다.

또한 <경찰청 소송사무 처리에 관한 규정>은 소송비용 회수의 예외사유를 정하고 있다. 30만 원 미만의 소액인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개인회생·파산·면책결정을 받은 자, 그리고 '그 밖에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관할 검사장의 승인을 거쳐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할 수 있다(제16조 제7호). 즉 경찰은 전 정부의 집회 강제해산에 관해 반성적 고려를 거쳐 이 사건을 위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아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할 수 있었다.

즉 이 대통령의 글은 반만 맞다. 국가소송법 시행령에 소송비용 회수 의무는 명시돼 있으나, 이는 행정사무의 법률적 근거도 아니고 행정청 내부적으로 업무처리지침을 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2년 제정된 경찰청 소송사무 훈령으로 포괄적인 포기 사유를 규정해, 정책적인 고려에 따라 재량으로 포기할 수 있는 근거도 뒀다. 이 훈령에 따라 소송비용 회수 포기의 사유를 검토하고 승인받으면 당연히 직무유기죄도 성립하지 아니하고, 배임죄의 임무 위배 행위로도 보기 어렵다. 변호사보수규칙상 법원의 직권감면 근거가 있는 이상,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한 것이 곧바로 패소당사자의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현행 법대로 소송비용 회수를 각 행정청 소송수행자 등의 재량으로 포기하기만 기대할 수는 없다. 과거부터 권고된 바처럼 국가소송법 개정으로 법률상 소송비용 회수 포기 근거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이미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재정경제부 등 다수의 부처가 소송사무규정·지침에 경찰과 동일한 내용의 포괄적인 예외 사유를 규정해 놓은 상황에서, 이를 법률 조문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전혀 무리도 아니다. 국회와 민주진보정당들의 노력만 있다면 국가소송법 개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3. 국가는 반드시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어야 하는가?

소송비용 회수와 별도로 남는 의문은 1·2차 강제해산 국가소송에서 왜 이렇게 큰 규모의 소송비용이 발생했는가이다. 1차 강제해산 사건의 1·2심 수임료는 합계 3080만 원, 2차 사건은 합계 2860만 원에 달한다. 대법원 규칙에 따라 각각 976만 원과 1024만 원을 노동자들이 물어낸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회수할 수 없는 나머지 소송비용 3940만 원은 고스란히 세금 지출로 남는다. 2026년 법무부 예산 중 일반회계 내 인건비는 2조 7653억 원에 달한다.

원칙적으로 국가소송을 직접 담당하는 소송수행자는 법무부 직원·검사·공익법무관·해당 행정청 직원이다(국가소송법 제3조 제1·2항). 단 법무부장관 또는 권한을 위임받은 각급 검사장은 민간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재량을 갖는다(국가소송법 제3조 제4항, 제13조).

문제는 '어떤 경우'에 국가소송을 민간 변호사에게 맡길 사유가 인정되는지와 그 보수의 기준이 국가소송법·시행령·시행규칙상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 각급 검사장이 소가 2억 원 이상 또는 사안이 중대한 사건에 소송대리인을 선임할 때에는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전부다(국가소송법 시행령 제3조). 민간 변호사 선임은 곧 상당한 액수의 변호사 보수를 예산으로 집행하고 소송 상대인 국민의 소송비용을 발생시키므로, 결코 순수한 재량사항으로만 유보할 수 없다. 각 부처별로 소송사무 관련 규정·지침에 정해놓을 수는 있으나, 이는 여전히 행정청별 재량 행사 기준을 스스로 정한 것에 불과하다.

경찰은 소송사무규정에 '소송사건의 복잡성이나 중요도로 보아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는 민간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3조 제1항). 이번에 문제된 1·2차 강제해산 사건의 쟁점은 집시법 및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강제해산이 적법했냐인데, 이는 현장에서 강제해산을 단행한 경찰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당시 강제해산에 항의하던 변호사들은 정보관들에게 "우리도 판례를 많이 읽어서 잘 안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므로 강제해산의 적법성을 다투는 국가소송은 민간 변호사, 그것도 거액의 수임료를 들여 소위 10위권 이내의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결국 현 정부도 마음만 먹으면 민간 변호사 및 '대형 로펌'에 국가소송을 맡길 수 있다. 민간 변호사의 보수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법무부 훈령으로 소가에 따른 선임 비용 최고한도액을 정하고 있었으나, 이는 '정부가 우수한 변호사로부터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2007년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과 공안검사들이 제일 잘 아는 강제해산 국가소송을 왜 굳이 '대형 로펌'에 위임했을까? 노동자들을 강제해산시킨 국가소송이 대단히 민감하거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보고 이런 결정을 내린 담당자는 누구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대단히 의심스러운 사유로 집회 관련 국가소송에서 매우 예외적인 소송비용이 발생했음에도, 내란을 극복한 다음 정부에서 이를 청구하는 비극이 다시 발생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각 부처·청의 소송사무 관련 규정·지침에서라도 민간 변호사 선임의 기준과 보수기준을 정하도록 국가소송법에 위임근거를 규정해야 한다. 또한 중앙부처도 공공기관 경영공시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건에서 어떤 변호사를 사용하고 얼마를 지급했는지가 공시돼야 한다. 질적 통제 및 특혜 방지를 위해 선임된 변호사를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4. 국가가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나라를 향해

결론적으로 현행 국가소송법은 국가가 승소 시 패소자에게 소송비용 회수를 강제하지 않고, 시행령에서만 소관 행정청의 장에게 소송비용 회수를 하도록 각급 검찰청의 장이 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1982년 제5공화국 당시 확립된 이후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소송비용 포기의 사유는 소관 행정청 규정으로만 정해져 있으므로 각급 검찰청의 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번 1·2차 강제해산 국가소송의 소송비용 청구 사례는 내란 청산을 기치로 집권한 정부에서도 구체제의 법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22대 국회는 집시법에 대통령 집무실을 추가하는 개정안은 7개월 만에 신속히 통과시켰다. 이처럼 국회가 결심하면 집회 해산과 같은 경우 소송비용 회수의 예외를 규정하도록 국가소송법도 개정할 수 있다. 그것이 강제해산을 무릅쓰고 국회로 달려와 비상계엄 해제를 지원한 국민에 대한 예우이고, 무력으로 일체의 집회를 금하려고 한 내란 세력의 재도발을 예방하는 조치다.

▲2023년 6월 9일 경찰의 집회 강제 해산 과정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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