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용계좌 등록 제도는 왜 만들어졌나
얼마 전 종합소득세 신고와 관련한 상담을 받았다. 복식부기의무자인 개인사업자가 사업용계좌 신고를 며칠 늦게 했다는 이유로 가산세를 부담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일정한 제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안내 내용을 살펴보니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사업용계좌 신고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 각종 조세감면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원,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만 원의 세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과연 이것이 합리적인 제도일까.
사업용계좌 제도는 2007년 도입되었다.
당시는 현금거래 비중이 높았고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도 정착되지 않았다. 국세청이 사업자의 금융거래를 파악하는 데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제약이 있었다. 사업과 관련된 거래를 특정 계좌로 관리하게 하고 이를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자금과 개인자금을 구분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였다. 당시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제도였다.
지금도 같은 방식이 필요한가
그러나 제도 도입 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전자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자료, 현금영수증 자료, 홈택스 전산자료가 모두 구축되어 있다. 무엇보다 국세청의 금융정보 분석 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었다. 과거에는 사업자의 금융거래를 확인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행정력이 필요했다. 금융거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국세청은 방대한 전산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무조사나 탈루 혐의 검증 과정에서 금융거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 거래 흐름에 이상 징후가 있거나 세무상 문제가 의심되는 경우 과거보다 훨씬 신속하고 정교하게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실무에서도 사업자는 하나의 계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급여 지급 계좌, 카드매출 정산 계좌, 온라인 쇼핑몰 정산 계좌, 운영자금 계좌 등 여러 계좌를 업무 목적에 따라 사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계좌를 세무서에 신고했는지 여부가 과연 어느 정도의 실질적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산세는 이해할 수 있다. 감면 배제는 과도하다
사업용계좌 등록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가산세는 이해할 수 있다.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행정적 제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복식부기의무자가 사업용계좌 신고를 기한 내 하지 않으면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 각종 조세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매출을 누락하지 않았고 장부도 성실하게 작성했으며 소득도 투명하게 신고했음에도 사업용계좌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세액감면이 사라지는 사례가 발생한다. 사업용계좌는 세원관리를 위한 제도다.
반면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이나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입법 목적이 서로 다르다.
그런데 절차적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책적 지원까지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지는 의문이다. 특히 신규로 복식부기의무자가 된 사업자의 경우 대부분 사업이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의무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최초 사업용계좌 등록이 다소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이나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을 전면 배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적어도 최초 등록이 지연된 경우에는 가산세만 부과하고 조세감면은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절차적 의무 위반과 실질적인 탈세 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제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때다
사업용계좌 제도가 도입되던 시절과 현재의 세정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필요한 제도였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필요성이 현재의 존속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원 투명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세청의 정보수집 능력과 전산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현재에도 사업용계좌 등록 제도가 여전히 필요한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현재와 같은 강한 제재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할 시점이 되었다. 사업용계좌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가산세 정도의 제재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각종 세액감면까지 일괄 배제하는 방식은 비례의 원칙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제는 감면 배제 규정을 손보는 수준을 넘어 사업용계좌 등록 제도 자체가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제도인지부터 다시 물어볼 때가 되었다. 세제는 시대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정비되어야 한다.
사업용계좌 등록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이제는 제도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점검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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