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20년 전 관습헌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묶어둘 수 있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20년 전 관습헌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묶어둘 수 있는가

헌법에 “서울이 수도”라고 쓰여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2004년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오랜 역사와 국민적 인식에 따라 서울이 수도라는 헌법적 규범이 형성되었고, 이를 바꾸려면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헌법개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과거의 관습이 언제까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붙잡을 수 있는가.

서울이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도 국가운영의 중심이 반드시 서울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과 헌법적 당위는 다르다. 과거의 관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변화된 현실 속에서도 그 관행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다면, 헌법은 미래를 여는 규범이 아니라 과거를 고정하는 장치가 되고 만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크게 달라졌다. 세종시는 더 이상 지도 위의 예정지가 아니다. 다수의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했고,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논의도 제도화되었다. 행정의 흐름, 공무원의 삶, 시민의 생활권이 이미 바뀌었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도 더 선명해졌다. 주거, 교통, 교육, 일자리, 지역소멸 문제는 특정 지역의 불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구조적 위기가 되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만을 반복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헌법은 관습을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관습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행정효율이라는 헌법적 과제를 가로막는다면, 그 관습은 다시 질문받아야 한다.

행정수도 세종은 세종시민만의 요구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설 수 있는지, 국토를 더 균형 있게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미래세대에게 어떤 국가공간을 물려줄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은 지역 이익의 언어가 아니라 국가개조의 언어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20년 전의 판단을 감정적으로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당시의 판단은 당시의 헌법현실 속에서 내려졌다. 그러나 20년 전의 헌법현실과 오늘의 헌법현실은 같지 않다. 세종은 성장했고, 국가의 과제는 더 분명해졌으며,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더 절박해졌다.

이제 헌법도 다시 물어야 한다. 서울이라는 관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는가. 관습은 과거의 기억일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은 미래의 약속이어야 한다.

20년 전 관습헌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계속 묶어둘 수는 없다.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균형발전의 헌법적 과제다.

※본 기고는 프레시안의 편지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