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유엔(UN) 대표부는 X 계정에 한 아동의 다리 사진을 올렸다. 두 다리엔 뾰족한 창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18개월 난 자와드(Jawad)가 이달 19일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석방된 후 찍힌 사진이었다. 가자지구 난민촌에 살았던 그는 아버지와 함께 체포된 지 10여 시간 후 홀로 석방됐다.
다리엔 둥근 화상 자국과 못에 찔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도 여러 개 발견됐다. 자와드를 진료한 의사는 이물질에 의한 관통상과 담배꽁초를 피부에 비벼 끈 화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그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자와디의 어머니는 "고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언론 취재가 뒤따르자, 이스라엘군은 고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3월엔 17세 왈리드 아흐마드(Walid Ahmad)가 이스라엘 메기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서안지구에 살았던 그는 6개월 전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진' 혐의로 체포됐다. 부검 결과, 오랜 굶주림으로 인한 극심한 체중 감소, 근육 위축, 그리고 치료받지 않아 악화한 대장염과 옴(피부병)도 확인됐다.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16세 소년은 석방 후 미국 언론과 만나 "당시 왈리드가 감방 밖으로 나가다가 쓰러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히며 코뼈가 부서졌고, 그의 주변에 피가 흥건히 흘러 다른 소년들이 도우려고 달려갔으나 최루 스프레이를 맞았다"며 "교도관이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몸을 끌고 갔다"고 밝혔다.
왈리드의 사망은 지난 3월 UN 인권이사회가 발간한 '고문과 집단 학살(Torture and genocide)' 보고서에 적혔다. 1967년 이후의 팔레스타인 영토 내 인권 침해 문제를 감시하는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UN 특별보고관이 작성했다.
알바네제 특보는 "이스라엘군은 성인에게 적용하는 똑같은 징벌 체제를 아동에게 적용하고 있다"며 "출혈이 날 정도의 결박, 구타, 질질 끌기, 기아, 추위 노출, 치료 거부, 개를 이용한 공격, 독방 감금, 성적 학대, 강제 탈의, 가족 강간·살해 위협 등의 증언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굶김, 물고문, 강간, 기저귀 강제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은 구금되는 순간부터 이스라엘군의 학대를 당한다. 구금자는 상시로 눈이 가려지고, 난폭하게 제압당하며, 나체로 계속 걷게 된다. 그러는 동안 고통을 느낄 정도의 위력으로 수갑이 채워지고, 간수들로부터 소변 세례를 받으며, 정체성과 종교를 겨냥한 모욕과 비하를 듣고, 가족을 살해한다는 위협을 듣는다.
또한 간수들은 구금자에게 물고문을 하거나, 수갑 찬 손을 장기간 매달아 두면서 곤봉이나 무기로 심각한 구타를 가한다. 알바네제 특보는 "구금자 몸을 담배로 지지거나, 자갈 위에 무릎을 꿇게 하고, 강제로 환각제도 먹인다"며 "최루가스, 전기 충격, 공격견 등도 사용된다"고 보고했다.
보고서는 "심문 중에도 감각 과부하, 수면 부족, 심리적 붕괴 등을 유도하려고 귀가 먹먹할 정도의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는 소위 '디스코 룸'에 가두기도 한다"며 "입원과 치료는 체계적으로 거부돼, 필수 의약품이 지급되지 않거나 마취 없이 수술도 이뤄지며, 옴과 같은 피부 질환은 대부분 구금시설에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장기 격리, 수면 부족, 기아, 탈수를 통해 구금자들은 '걸어 다니는 해골'이 됐다"며 "일부는 장기간 기저귀를 착용하도록 강요받는다"고 밝혔다.
아동, 성인을 가리지 않은 성폭력도 만연하다. 알바네제 특보는 "이스라엘 요원들은 철봉, 곤봉, 금속 탐지기 등의 물건을 이용한 집단 강간 등을 자행했다"며 "구금자들은 성기나 항문에 구타와 전기 충격을 당하고, 강제로 옷이 벗겨지며, 굴욕적인 자세로 강제적이고 치욕적인 신체 내부 수색을 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폭력은 구금자들 눈을 가린 채 자행되고, 요원은 이들의 나체를 촬영하기도 한다.
인도주의 활동가, 의사, 기자 등도 구금 중 고문 표적이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백 명의 보건 및 구조 대원이 의료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굴욕적인 방식으로 영장 없이 체포됐고, 이중 최소 4명의 의료진의 사망이 확인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은 50명 넘게 체포돼 집중 심문을 받고 고문당했다.
오락처럼 즐기는 이스라엘 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구금 당국은 이를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랑해 왔고, 자국의 기자들과 민간인이 학대를 관찰하고 휴대전화로 기록하는 것도 허용했다.
알바네제 특보는 이스라엘 내 언론, 학계, 대중문화 등이 "비인간적인 언어를 전파했으며, 비판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나 교도소 간수가 고문을 가하며 즐거워하는 영상이 방영되거나, TV 토론회에선 수감자를 강간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논쟁하며,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포로들 옆에서 자세를 취하거나, 고무적인 음악에 맞춰 동네 전체를 폭파하는 영상 등이 그대로 게시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침공이 시작된 2023년 10월 이후 84~94명 사이의 팔레스타인인이 구금 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이 구금자의 상태, 소재, 신원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아" 실제 사망자 규모를 확인하긴 어렵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사망자의 시신 인도도 거부하거나 지연시켜 "부검할 수 없어지거나 부패로 인해 신원 확인이 방해받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에 2001~2020년 사이 제기된 1300건 넘는 고문 혐의 제기 중 단 2건만 수사가 이뤄졌다. 기소된 사건은 없다. 2023년 침공 이후 최소 1500명의 아동을 포함한 1만 85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체포됐다. 지난 2월 기준, 3358명이 기소나 재판 없이 행정 절차로 구금돼 있다. 이밖에 40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실종됐고, 상당수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바네제 특보는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모든 고문 및 학대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 △이를 위한 근본 전제로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을 위반하는 팔레스타인 영토 내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해체할 것 △국제적십자위원회,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에 범죄를 조사하는 접근 권한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제 사회를 향해 △이스라엘 범죄에 공모하지 않을 의무를 준수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배상을 제공토록 보장해야 하며 △중대한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개인·법인을 재판하기 위해 보편적 관할권 메커니즘(국적과 상관없이 각국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을 활성화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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