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평범하던 일상이 멈춘다면 어떨까? 내 몸이 더 이상 내 의지를 따르지 않게 됐을 때 재활의 고통과 무너진 일상을 견디며 다시 삶의 의지를 붙잡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최정원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집 <몰락의 아모르파티>는 불행한 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화자를 통해 육체와 마음의 병실에 갇힌 이들에게 희망을 건넨다.
최 작가는 책에서 재활 병원과 병실 안팎에서 마주한 절망, 인간의 존엄이 흔들리는 순간들, 그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붙드는 의지가 서정적이고 치열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소설은 재활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향하는 화자의 하루에서 시작한다. 차창 밖 풍경은 어제와 다르지 않지만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에는 이미 수많은 절망과 희망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 시선은 사고가 있던 날의 기억에서 같은 병실 환자들의 다양한 인간군상, 인간적이기도 하고 극도로 이기적이기도 했던 의료진의 모습, 동정과 연민을 잃어버린 간병인의 모습까지 이어진다.
최 작가는 회색 담장 너머 재활의 현장을 세밀하게 펼쳐 보이며 독자를 그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길고 긴 재활의 시간 속에서 화자는 매일 넘어지고 몰락하지만 끝내 물푸레나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는 자아와 마주하고 그 순간 배경음악이 레퀴엠에서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로 변주되는 모습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영석 소설가는 "이 책은 환자의 재활보다 관성에 젖어 움직이는 의료진, 각자의 고통을 짊어진 채 신음하는 환자들의 군상은 우리 사회 소외된 병동의 민낯을 가감 없이 비춘다"며 "주인공은 병원을 떠도는 '재활 난민'의 신세가 되어 낡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생의 가장 밑바닥을 응시한다. 그 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처절하도록 현실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고통의 심연에서도 끝내 '아모르파티'를 외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뜨거운 헌사"라며 "척박한 재활의 길 위에서 피어난 이 기록이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물푸레 나무 지팡기'가 되어주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최정원 작가는 "이 소설은 육체의 고통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이들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실에 갇힌 채 홀로 울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한 구원의 교향곡"이라며 "삶을 다시 살아내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의 출간을 알린다"고 전했다.
최 작가는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문예창작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7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융, 오정희 소설을 만나다> <장편 울새가 노래하는 곳> 단편집 <애플망고> 등이 있다. 370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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