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축계획과 관련해 70년대 개발연대기의 거점 개발이 전북 지역사회에서 고통스런 기억으로 소환되고 있다.
'거점개발'은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에 자본·기술·인프라를 집중 투자해 그 성과가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개발전략으로 주로 신흥국에서 적용해왔다.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를 개최하고 반도체의 세계 2강 도약을 위해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반도체 대학원대학 신설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정부 차원의 전략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였다.
산업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산업을 전국적 공간으로 확산하겠다"며 면서 "향후 반도체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는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고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인프라·재정 등 우대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또 '남부권 혁신벨트'와 관련해 광주(첨단패키징)와 부산(전력반도체), 구미(소재·부품) 등 3곳을 콕 찍어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 기반을 닦는다고 말했다.
우선 광주는 글로벌 패키징 선도기업이 자리하고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으로 신규 패키징 수요가 기대되는 바 앵커기업과 연계해 소부장 기업이 '반도체 패키징 허브도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의 경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가칭 전력반도체지원단' 설립을 검토하는 한편 신규 투자에 대한 패키지 지원을 통해 전력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또 구미는 반도체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에 연구개발(R&D)과 사업화를 집중 지원하고 실증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내 대학 간 연합교육과 산학협력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남부권 반도체 벨트'는 국가 공간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70년대 거점개발'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0~80년대 개발연대기에는 서울과 부산 2개 축을 중심으로 했다면 남부권 반도체는 광주와 부산, 구미 등 3곳을 전략거점으로 삼았다.
이런 점에서 '반도체 벨트 3곳' 구상은 70년대식 거점 개발의 현대판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0년대 거점 개발이 주변 지역의 낙수효과를 기대했다면 남부권 반도체 벨트는 수도권에 집중된 관련 산업을 전국적 공간으로 확산해 균형성장의 지릿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부 공집합을 형성하기도 한다.
전자가 경부축 개발이라면 남부권 벨트는 '영남축' 벨트라는 차이는 있지만 낙후 전북을 비켜가고 있다는 점 또한 닮은꼴로 해석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특정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취지라면 기반산업의 여건보다 낙후도를 따져 균형발전과 관련 산업 육성의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마디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전북 이전 논란이 일단락된 가운데 새로운 대안이라 할 '남부권 반도체 벨트'마저 전북을 비켜간다면 낙후지역의 첨단 신산업 발전 전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는 하소연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70년대의 거점 개발이 전북의 50년 역사에 '낙후'라는 꼬리표를 달아줬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전북 3중 소외'를 안타까워할 정도로 그 상처가 깊다"고 혀를 찼다.
자칫 '남부권 반도체 벨트'가 3개의 도시라인으로 끝나면 영호남 안에서의 '전북 3중 소외'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어 낙후 전북을 또다시 비켜가는 것은 '정의'와 '균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차기 전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헌율 익산시장은 "전북은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소외돼 왔다. 이른바 '반도체 불모지'"라며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점이 지금 전북의 가장 큰 기회"라고 주장했다.
정헌율 시장은 "새만금은 국가전략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단계적으로 완성해 갈 수 있는 공간"이라며 "지방주도 성장의 첫 실험은 어디에서 시작돼야 하는가. 그 답은 전북, 그리고 새만금이다"고 피력했다.
정헌율 시장은 "새만금 반도체 벨트는 전북에 대한 시혜나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방주도 성장이라는 국가전략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시험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북 의원(군산김제부안을)도 최근 입장문을 내고 "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상에서 새만금은 단순 후보지가 아니라 핵심 전략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새만금을 단순히 하나의 후보지로 거론하는 차원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의 중심축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강한 목소리다.
이원택 의원은 "새만금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장성 높은 부지, 국가주도 설계 가능성 등을 갖춘 지역"이라며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할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호영 전북 의원은 13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부권 벨트가 실질적인 균형발전 전략이 되려면 전주를 포함한 4극 체제로 확대돼야 한다"며 "중앙당 특위는 반도체와 첨단산업이 유치지원의 첫 번째 과제로 '남부권 반도체 벨트 전주 포함'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호영 의원은 "전주는 전력반도체의 후공정과 양선체제 구축을 담당하고 이를 피지컬 AI 실증단지와 통합 운영한다면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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