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권에서 '반도체 해법'을 놓고 경쟁이 불붙었다.
식품과 바이오에 이어 피지컬AI로 전략산업을 넓혀온 전북 정치권이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산업 유치 관련 방법론을 놓고 선의의 경쟁과 담론의 장을 펼치고 있다.
논쟁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6일 CBS라디오 경제연구실을 통해 방송된 '기후로운 경제생활' 인터뷰에서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 총량은 원전 15개, 15기가와트(GW) 수준"이라며 "꼭 거기(용인)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를 두고 김 장관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내 기업과 관련한 지방이전론에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즉각 반응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사흘 뒤인 12월 29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포함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이 반영되고 실행되도록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으로 기업이 가서 그 지역에서 기업활동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이전 격론은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사를 계기로 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상까지 확산하는 등 새로운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의 반도체 벨트'부터 인공지능 실증도시와 재생에너지 집적단지까지 첨단산업발전이 지역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북 정치권과 시민·환경단체에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전기가 생산되는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강력히 촉구하고 서명운동까지 받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증폭됐다.
이 대통령은 남부의 반도체 벨트와 관련해 △현재 용인에 계획·건설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옮기는 것인지 △별도의 반도체 산단을 남부에 설치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삼성전자 공장을 새만금에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 △새롭게 조성될 '남부권 반도체 벨트'의 핵심축으로 새만금이 돼야 한다는 주장 등 2가지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안호영 의원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삼성전자의 새만금 이전을 주장하며 전국적인 이슈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안호영 의원은 지난달 31일 민주당 전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전력수급과 송전망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사업"이라며 "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이라는 국가과제의 관점에서 새만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5일에는 아예 민주당 도당 산하에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전북이전 특위'를 설치하고 윤준병 도당위원장과 공동으로 특위 위원장을 맡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이원택 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새만금 반도체 벨트'에 무게추를 두는 모습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새만금 반도체 벨트는 정치가 아닌 행정으로 완성돼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2026년 신년사는 전북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알린 분명한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새만금 반도체 벨트는 전북에 대한 시혜나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 벨트 구상을 전북의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이제 정치가 아닌 행정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택 의원도 5일 입장문을 내고 "새만금이 남부 반도체 벨트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택 의원은 "남부 반도체 벨트 구상에서 새만금은 단순히 후보지가 아니라 핵심 전략축이 될 수 있다"며 "반도체공장 이전이 아니라 전력·실증·후공정·AI 등과 연계를 담당하는 전략거점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원택 의원은 아예 "용인과 새만금은 대체관계가 아니라 동반성장의 파트너이다"며 "용인은 고부가가치 제조와 핵심기술 축을 담당하고 새만금과 전북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벨트의 거점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다소 단계적 접근론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공장이 전북에 온다면 바랄 게 없다"며 "설사 어렵다 해도 앞으로 계획된 대규모 (반도체 벨트 관련) 시설들은 지방(전북)에 이전될 수 있도록 강하게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발언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삼성공장의 전북이전에 나서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남부권 반도체 벨트' 설치 계획과 관련해 전북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이른바 단계적 접근론 의지로 해석된다.
차기 전북지사를 염두에 둔 4명의 반도체산업 접근론은 전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기업이 들어와 전기를 소비해야 한다는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있어 바람직한 논쟁의 장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전북에 이전해야 한다(안호영 의원)는 의견과 반도체 벨트의 중심에 서자(정헌율 익산시장·이원택 의원)는 주장,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접근하자(김관영 전북지사)는 입장이 서로 궤를 달리하며 '반도체 접근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북 역사상 첫 반도체 접근 논쟁은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제시의 건강한 경쟁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각자의 대안이 약간 달라도 전북에 반도체산업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는 같은 만큼 지역민들은 반드시 성과를 내주기를 바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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