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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우리는 또 다른 러다이트가 될 것인가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상] AI 혁신의 이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하는가

우리가 익히 알듯이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인간과 동물의 근력이 힘의 전부였던 시절에서 기계가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증기의 힘을 빌린 기계는 방직공장, 광산에 이어 거미줄 같은 철도망을 타고 거칠 것 없이 인간 세계를 장악해 나갔다. 1톤의 화물을 지고 사하라 사막을 횡단할 때 20마리의 단봉 낙타행렬이 8~10주를 이동해야 했다. 같은 거리를 증기 철도는 수천 마리를 끌고 3, 4일 만에 이동하는 효과를 냈다.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다.

맥락이 제거된 채 상식으로 자리 잡은 역사적 사건들이 있다. "어리석은 인디언, 맨해튼을 단돈 24달러에 넘기다"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1626년 네덜란드 식민지 장관 페터 미누이트는 맨해튼 섬을 카나시족으로부터 사들였다. 이때 매매 대금으로 준 것이 손도끼, 옷감, 구슬과 네덜란드 돈 60길더로 24달러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페터 미누이트의 지혜를 칭찬하고 헐값에 땅을 넘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비웃었다. 애초에 소유권 개념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원주민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을 침략자의 시각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어리석은 인간들을 지칭하는 또 하나의 사례는 러다이트 운동이다. 1811년부터 1816년까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일어났던 기계파괴 운동이다. 방직기계가 등장하자 자본가들은 굳이 사람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한때는 인정받는 기술자였던 사람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되었다. 곳곳에서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를 부수는 폭동이 일어났다. 군대가 동원되어 러다이트 운동의 불꽃은 꺼지고, 1825년 철도가 달리기 시작하자 기계화는 대세가 되었다. 후세 사람들은 러다이트 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진보에 대항했던 바보들로 소환한다.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누리는 평범한 삶을 사소한 것으로 여긴다. 뛰어난 천재나 거대 자산가나 명망 있는 정치인들의 불꽃 같은 삶에 비추어 본다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소한 평범한 삶처럼 소중한 것이 또 어디 있으랴. 러다이트 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기계 세계는 질주를 계속한 끝에 4차니 혹은 5차니 혁명을 이야기하며 인공지능의 도래를 찬미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의 얼굴을 일그러뜨린 이후 미래의 일이었던 인공지능은 지금 여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AI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다고 천명했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거스를 수 없는 AI시대를 대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보가 울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AI콘텐츠 페스티벌'에서 참관객들이 버추얼(가상) 아티스트 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빛나는 대한민국이 AI시대를 선도하면 사람들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속에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AI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산업인력양성 과제'에 따르면 국내에 AI 대체 가능 일자리가 327만 개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신년사에서 AI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이야기했다. 오 대표는 코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AI를 이용해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10분 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본 직원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달에 걸쳐 할 일이었다고 전한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약 41%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향후 5년 내에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자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지는 미국과 세계의 주요 기업들의 AI관련 인력 감축 현황과 계획을 보도했다. 회사 이름을 알파벳으로 나열한 아주 긴 기사에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아디다스, 아마존을 포함해 IT기업들 뿐만아니라 항공사, 배송전문기업, 대형마트체인, 언론사, 정유기업, 제조업체, 자동차회사, 식음료회사, 제약회사 등 거의 전 산업을 망라한 기업이 등장했다. 물론 AI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일자리도 있겠지만 기존 산업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다 충족시킬수 없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의 도래를 전기의 발명과 비교하며 다가올 미래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세계일 것이라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인간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공동체의 삶은 어떤 보장을 받아야 하는지 설계하는 것도 AI 경쟁력 확보만큼 중요하다. AI선도국의 실상이 AI 천국에 안착한 소수와 지옥에 버려진 다수가 각자도생 난전을 벌이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 소득, 기본 일자리는 어쩌면 인간성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정책이 될지도 모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사실 러다이트 운동에 관한 이야기다. 근 미래, 기계가 AI를 장착하게 되면서 더 이상 인간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넘어 인간을 절멸시키고자 나선다. 지구상에 굳이 인간이란 존재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인간들은 삶을,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기계와의 전쟁에 나선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 때는 기계를 지키기 위해 인간의 군대가 출동했지만 터미네이터에서는 기계 스스로가 인간을 응징하러 나선다. 영화에서는 말하지 않지만 기계들과 대치한 참호 속 인간 병사들의 전직은 기관사, 개발자, 운전 기사, 회계사, 기자, 교사, 화가, 배우, 작가, 번역가, 디자이너 등 쓸모 없어진 사람들 일 것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AI콘텐츠 페스티벌'에서 참관객들이 AI 아티스트 커뮤니티 작품들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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