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부터 약 80년 간 이어져 온 충남도청 공무원들의 '밤샘 당직'이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는 낡은 행정 관습을 걷어내고 실질적인 재난 대응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충남도의 결단으로 보인다.
충남도는 행정 효율성 제고와 도민 안전 강화를 위해 '충남도 공무원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을 개정, 31일 숙직 근무를 끝으로 본청 당직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충청권 지자체 중에서는 첫 사례다.
충남도 본청의 당직 제도는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중앙부처 당직제 도입과 궤를 같이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남성 공무원은 숙직, 여성 공무원은 일직을 맡아 연간 1960명에 달하는 인원이 365일 청사를 지켜왔다.
하지만 과거 '청사 방범'과 '비상 연락'이 주 임무였던 당직은 무인 보안 시스템의 발달과 24시간 재난상황실 운영으로 그 존재 이유를 잃어갔다.
실제 당직 근무자들이 접수하는 민원의 상당수는 대중교통 안내나 로드킬 사체 처리 요청 같은 단순 민원이었고, 무의미한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도는 "행정 환경이 급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성적으로 유지되던 업무를 과감히 정리한 것이다"라며 "업무가 불명확한 데다 야간·휴일 근무로 인한 공무원들의 피로도 누적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의 이면에는 직원들을 상대로 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당직 폐지에 찬성했으며, 직원들은 '업무의 불명확성(61%)'과 '근무 피로도(61%)'를 호소했고, 실효성 없는 당직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 것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 폐지로 생기는 공백은 전문화된 시스템이 메우며, 31일 자로 신설·가동되는 '재난안전상황과'와 '운영지원과'가 기존 당직 업무를 흡수한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전문 역량을 갖춘 전담 부서가 즉각 대응함으로써 도민 안전의 밀도는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충남도는 당직 폐지를 통해 절감되는 행정 비용의 해당 예산은 시·군 및 유관기관과의 연계 시스템 구축 등 재난 안전망 고도화 사업에 전액 재투자된다.
도 관계자는 "당직은 도 공무원들에게 가장 오래된 고된 업무 중 하나였다"며 "이번 폐지는 단순한 휴식권 보장을 넘어, 업무 통폐합을 통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욱 촘촘하게 지키기 위한 행정 혁신의 과정이다"라고 강조했다.
80년 동안 청사의 불을 밝히던 '당직실'의 퇴장은,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실질적 안전'과 '행정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충남도의 의미 있는 실험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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