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한 언론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언론 개혁' 입법전이 본격화했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재석 177인 중 찬성 170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종결된 직후 이뤄진 여당 주도 일방 처리다.
민주당은 이 법을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명명해 추진해왔지만,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입틀막' 법이라고 비판해왔다. 특히 법안이 규정하는 허위·조작정보와 고의적 유포 행위의 개념과 관련해선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지에서도 '위헌' 소지를 제기한 바 있다.
법안은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해당 정보의 정보통신망 내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언론과 유튜버 등이 공익이나 타인의 이익에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해당 정보들을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새로 담겼다.
법안은 증명이 어려운 손해도 5000만 원까지 배상액 부과가 가능하도록 하며,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엔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재물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한다. 법원 판결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할 시엔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 부과되기도 한다.
당초 이 법안의 법사위 심의 단계에선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 '공익 침해' 등 허위·조작정보의 유통 금지 조건이 삭제됐었지만,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위헌 논란 끝에 본회의 최종 수정안에선 복구됐다.
그러나 과방위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던 현행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규정은 최종안에 다시 담겼다. 법안은 비방을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시민사회는 해당 조항이 권력형 비리 보도나 내부 고발, 미투 운동 등을 막는 데 악용된다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처럼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 및 적절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민주당은 과방위·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상정안에 대해서도 막판까지 법안 수정을 거듭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안 통과 직후 낸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이에 대해 "법조계와 언론·시민단체가 위헌·땜질·졸속 입법이라며 우려했지만, 본회의 직전까지 누더기식 수정이 이어졌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날치기 통과가 반복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도 이날 본회의 후 성명을 내고 법안 통과를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표현의 자유 침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규탄한다' 제하 성명서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서라도 위헌적 법률안의 시행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보수 야당과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참여연대는 "오늘 최종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시민사회, 언론, 학계 등에서 수차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원안 거의 그대로"라며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로 추가함으로써 그동안 행정심의·정치심의 등으로 비판받아 왔던 방송미디어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고, '공공의 이익 침해'라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이유를 근거로 유통을 금지해 명확성·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플랫폼 기업에게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판단하고 삭제·계정해지 등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해 사적 검열의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국가가 나서서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법취지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과 비판이 시민사회와 학계 및 언론계에서 이어졌다. 땜질식 수정만으로는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무엇보다 규제 대상에 언론보도까지 포함해 언론의 권력 감시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법의 규제 대상인 '게재자'에 언론사까지 포함돼, 방미심위가 앞으로 인터넷 기사까지 심의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는 전혀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이 전날 내란재판부법에 이어 이날 정보통신망법도 '본회의 수정안 가결' 형태로 처리한 데 대해,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의장도 "크게 우려하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 산회 직전 발언을 통해 "국회법에 따른 절차이지만 반복적인 본회의 수정에 대해서는 짚지 않을 수 없다"며 "법사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부결안이 불안정성 논란으로 본회의에서 수정되는 것은 몹시 나쁜 전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회의 수정은) 법사위 설치 목적에 반할 뿐 아니라 국회라는 입법 기관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입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개선을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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