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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대형 트레일러 과적 단속 '악순환'…책임은 오로지 운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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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대형 트레일러 과적 단속 '악순환'…책임은 오로지 운전자 몫

현실에 맞는 과적단속 제도개선 목소리 높아

"과적 안 하면 일감이 끊깁니다. 하지만 걸리면 과태료는 제 몫이죠."

대형 중장비인 로베드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김모(47) 씨는 단속 현장을 떠올리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난 10월, 축하중을 초과해 운행하다 단속에 걸린 그는 누적 적발에 따라 300만원의 과태료를 떠안아야 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과적 단속에 적발된 화물차는 2만5000여 대에 부과된 과태료만도 1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도로와 교량 보호를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법제도와 현실적인 문제 사이의 큰 인식차이로 인한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중량' 기준 단속의 맹점

현행 도로법은 차량의 '총중량'을 기준으로 과적 여부를 판단한다.

▲대형 운송차량인 로베드 트레일러. 하중을 고려해 축중량을 분산배치하더라도 총 중량을 초과해 단속에 적발되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된다. 그 책임 순전히 운전자에게 전가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 때문에 하중이 고르게 분산된 차량이라도 기준 중량을 넘으면 단속 대상이 된다. 반대로 일부 구간에 무게가 집중돼 실제 도로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더라도 총중량이 기준을 넘지 않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획일적 기준은 도로 손상의 실제 요인과 거리가 있다"며 "하중 분포, 축 간 거리 등을 반영한 과학적 관리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임의 무게, 운전자에만 전가

문제는 일방적인 '책임 구조'다. 과적 운행의 배경에는 화주의 무리한 적재 요구나 운송사의 납기 압박이 자리 잡고 있지만 과태료와 행정처분은 대부분 현장 운전자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과적 요구를 거부하면 일감을 잃기 쉽고 그대로 운행하면 단속·보험 불이익·법적 처벌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박택순 한국로베드협회장은 "현행 제도는 도로 보호라는 명분 아래 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과적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운전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허가 절차, 사실상 ‘무용지물’

관계 당국은 '불가피한 경우 사전 허가를 받아 운행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운행 제한 조건으로 인해 허가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발전기나 산업 설비처럼 분리가 불가능한 중대형 화물의 경우 합법적 운송 수단이 마땅치 않다 보니 '단속 위험을 감수한 운송'이 일상화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베드 트레일러에 대한 불합리한 단속은 국내 기업의 수입·수출 물류까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로만 보는 단속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총중량 중심의 단속 체계를 지양하고 하중 분포와 축 하중 등 실제 도로 손상 요소를 분석하는 '스마트 과적 관리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시범 도입 중인 실시간 측정망이나 AI 기반 하중 분포 분석 시스템 또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OECD 10위권 경제 규모에 걸맞은 물류·도로 정책이 필요하다"며 "단속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현실에 부합한 구조적 개선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베드 트레일러 운전자 김씨는 "현장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올해도 단속 실적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해 제도의 허점과 운전자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권의 적극적인 개선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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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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