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으로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라"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북정치권은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전북이 이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이루어진 수도권 중심 산업 재편이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재생에너지 기반은 전북의 최대 강점이며,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국정방향과 맞물릴 때 전북은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전북이 RE100 산업단지 경쟁에서 이길 ‘잠재력’은 분명 있지만, 지금 상태만 놓고 보면 전남·경기 남동부보다 한 두 발 뒤쳐져 있다.”고 경고한다.
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국가대표 시범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주변부 보조단지로 밀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RE100 산단은 지역 재생에너지 100%를 활용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 같은 수출 주력산업을 앵커로 끌어들이는 국정과제로 설정돼 있다.
현재 거론되는 주요 경쟁 지역은 전남(신안·해남·영암) ‘해상풍력+대규모 태양광+AI 데이터센터’, 경기 남동부(용인·이천·평택 축) ‘반도체 국가산단＋RE100 보완 클러스터’, 충남 서해안(당진·태안·보령 등) ‘기존 산단 RE100 전환＋신규 산단’,그리고 새만금(전북)지역으로 ‘이차전지 특화단지＋RE100 산단＋AI 데이터센터’등이 꼽히고 있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사업의 도약 전략으로 “RE100 산업단지 기반을 조성하고, 이차전지·AI 등 첨단기업을 유치하겠다”며 재생에너지 기반과 ‘RE100 선도모델’ 이미지를 공식화하고 있다.
전북도 자체 정책 제안에서도 “세계 최대급 태양광·풍력단지 기반으로 100%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입지”라며 “아시아 유일의 복합 기술 실험 환경(육·해·공+스마트팜·로봇·드론 등)”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북은 SK넥실리스(동박),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천보BLS, 성일하이텍, 비나텍 등 이차전지 핵심소재 기업들을 이미 보유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새만금은 2023년 국가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됐고, 전구체·리사이클링 등 핵심광물 가공과 전주기 공급망을 콘셉트로 잡고 있다.
2025년 기준,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에는 24개 기업, 9조 3천억 원 투자가 이미 집행·계획 중이다.
RE100 산단의 1순위 타깃이 이차전지·반도체 같은 전력집약·수출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만금은 이미 '관련 소재산업 클러스터를 깔아둔 곳'이라는 산업 생태계 강점이 있다.
그리고 새만금 국가산단은 1·2·5·6공구 245만 평에 확장부지 182만 평 등 거대한 용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새만금개발청은 개청 이후 누적 16.4조 원 투자 유치, 투자진흥지구 지정 확대 등을 통해 인센티브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새만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대규모 용지를 한 번에 'RE100 컨셉'으로 묶어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분명한 장점이기도 하다.
또 전북도 구상에 따르면, 새만금 RE100 산단은 AI 데이터센터 특구, 수변도시와 연계해 ‘에너지 신도시’ 모델로 조성된다.
'이차전지 소재와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신도시' 패키지로 갈 수 있는 지역은 전국에서 새만금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의 약점과 리스크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전남은 풍력 167.5GW + 태양광 276.7GW, 총 444.2GW 잠재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이 잠재력을 전부 쓸 경우 전력 자립률이 197.9%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 해남군은 국가 관리 간척지인 산이면 덕호리·마산면 학의리 일대 461㏊에 태양광 300㎿, 산이면 부동리 일원 803㏊에 태양광 600㎿를 생산하는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들 산이·마산면 지역에는 2조2500억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되며 생산된 900㎿의 전력은 솔라시도 기업도시 RE100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에 공동 공급될 예정이다. 신안 해상풍력은 3.2GW 단일단지(아시아·태평양 최대, 세계 2위)로 추진 중이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집적화·RE100 산단 구상에 바로 연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순수한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빠른 속도의 프로젝트”만 놓고 보면, “전남 1강, 전북은 도전자” 구도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RE100 산단은 태양광·풍력만 많이 짓는다고 끝이 아니라,24시간 RE100을 맞출 수 있게 계통·ESS·PPA·백업전원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TF는 RE100 산단에 맞는 전용 계통·제도 설계를 별도로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계통 강화 계획·송전선로 루트 등은 아직 지역 별로 확정된 바가 많지 않다.
이 부분은 전북·전남 모두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지만, 전남은 이미 다수의 발전 프로젝트와 연계한 “에너지 고속도로” 논의가 앞서 있고,전북이 계통 투자·송전 갈등을 선제적으로 풀지 못하면 RE100 산단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새만금신공항과 물류 인프라의 불확실성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새만금국제공항은 2025년 9월,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받았고, 재판부는 조류충돌 위험·환경영향평가 부실·경제성 부족 등을 근거로 들었다.
국토부는 이에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과 집행정지 가처분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사업은 1~2년 이상 지연될 수 있고, 기각되면 2026년 하반기 착공 가능성도 거론된다.
RE100 자체는 공항이 필수는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항만·공항·배후도시 인프라의 '확실성'은 투자 판단의 핵심이다.
지금처럼 새만금 신공항이 ‘법원에 묶인 상태’인 것은 전북에 분명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북은 앵커 기업의 ‘이탈 위험’과 전력요금 문제도 나온다.
전북의 대표 이차전지 기업인 SK넥실리스 정읍 공장은 국내 공장을 R&D 중심 ‘마더 플랜트’로 전환하면서,말레이시아·우즈베키스탄 등 해외를 주력 생산거점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측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건비, 관세 부담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고,국내 전기요금이 해외보다 약 40% 비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RE100 산단을 만든다면서도,정작 기존 앵커기업이 “전기요금 때문에 해외로 간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전북의 경쟁력에 '악재'라는 지적이다.
'RE100＋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요금 패키지'가 설계되지 않으면,기업은 말로만 RE100이지 실제 생산은 해외에서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새만금 신공항을 둘러싼 수라갯벌·세계자연유산·조류 충돌 이슈는 이미 1심 판결로 명문화됐고,새만금호 수질, 조력발전·수문 개방, 환경단체와의 지속적인 갈등 등 '친환경 RE100'이미지와 충돌할 여지가 있는 논쟁거리가 여전히 많다.
결론적으로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RE100 산단, AI 데이터센터, 수변도시 패키지, 균형발전 상징성까지 묶으면 전북은 충분히 ‘국가대표 시범 RE100 산단’ 후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러나 현실 경쟁력으로 보자면 재생에너지 절대 잠재력과 프로젝트 속도는 전남이 앞서고,반도체 직접 입지는 경기 남동부가 압도하며, 계통·전기요금·인프라·앵커기업 유지 문제는 전북이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1조2000억 원 규모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와 관련해 전북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공모에서 탈락'하고 '이의 신청마저 불수용'되는 등 두 차례나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내년 초 새만금 RE100산업단지 지정에서 마저 탈락한다면 그들 역시 '삼진아웃' 대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역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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