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지 2년 만에 백서가 발간됐다. 당초 예정보다 1년 늦게 발간된 백서는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을 '대통령실의 과도한 기대와 지나친 낙관론'으로 꼽았지만 그 분석은 전체 306쪽 중 18쪽에 불과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28일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백서를 발간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전체 306쪽 분량인 백서에는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정부와 시, 민간이 함께 활동했던 전 과정을 비롯해 유치활동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실패 요인 등을 분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백서는 대통령실의 과도한 기대와 지나친 낙관론이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 낙관적 전망을 보이면서 일선에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는 주재국과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외교정책적인 고려로 한국에 대한 지지 확보가 쉽지 않은 재외공관에도 입장 변경을 위한 교섭이 지속적으로 요구된 점이 기록됐다. 한국에 대한 지지가 어려운 국가들의 경우에도 공관이 적극적으로 교섭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관련 부처 및 재외공관의 판세 분석과 정보 공유가 왜곡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특사 파견은 오히려 역효과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정부는 대통령 특사 31명과 외교부 특사 35명을 투표권을 가진 회원국에 파견했다. 그러나 반복적인 파견은 오히려 회원국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원인이 됐다. 일부 인사는 배려 없는 언행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기는가 하면 실적 경쟁이 벌어지며 일부 인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국가의 입장을 낙관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당시 혹평을 받았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는 '일부에서는 부산 개최를 설득할 만한 메시지와 확고한 콘셉트가 부족하고 인기 한류 콘텐츠와 유명인만 대거 등장시켰으며 국민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만 언급됐다. 당시 프레젠테이션에는 가수 싸이가 등장해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부산 엑스포를 홍보했다. 33초 분량의 영상에서 부산과 관련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9초 남짓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전체 306쪽 중 18쪽에 그쳤다. 유치지원사업에는 1217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관련된 언급은 2쪽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연도별 예산편성 현황을 제외하면 상세 내역은 빠졌다. 백서는 '유치 교섭 수단 측면에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며 '2023년도에 무상원조 사업 규모가 전년 대비 약 6배 확대됐다'고 썼지만 이와 관련된 상세 내역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머지 288쪽의 대부분은 유치 과정과 부록에 할애됐다. 60쪽에 이르는 부록에는 보도자료와 외신 보도 내역 등 경과보고에 가까운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다 백서가 주요 외신 보도라며 기록한 일본 Wow! Korea의 보도는 현지 매체의 기사가 아닌 일본어로 번역된 한국 언론의 기사를 게재한 것이기도 했다.
당초 예정보다 1년 늦게 지각 발간된 백서가 '맹탕' 수준에 그치자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최형욱 서·동구지역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2030부산엑스포유치실패검증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특위는 부산시의 백서를 "경과보고서 수준"이라고 규정하고 핵심이 되어야 할 전략과 실패 원인은 사실상 빠져 있다며 비판했다.
특위는 이날 백서 평가와 함께 향후 조사 방향을 설명하며 "필요시 국회 차원의 자료 요구와 합동 토론회, 최종적으로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겠다"고 했다. 특위는 백서에 대한 분야별 평가를 마친 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연석회의 등을 통한 검증 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2040엑스포의 유치 추진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는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최형욱 위원장은 "백서 내용을 보면 부산시는 거의 잘못이 없는 것처럼 나와있다. 부산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면서 "2030엑스포 유치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30엑스포의 유치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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