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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지역 교육 혁신모델…중심을 넘어 세계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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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지역 교육 혁신모델…중심을 넘어 세계로 '울림'

[인터뷰] 13년간 프로젝트 이끈 황태규 우석대 학장

지난달 1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본관 23층 스카이홀에서 열린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2.0 미래전략 발표회’에는 이례적일 만큼 다양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도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를 비롯한 광역·기초단체장, 한국사회적기업학회 이사장,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장,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완주문화재단 상임이사, 전북관광협회 회장 등 지역 관광정책의 핵심 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더해 전북RISE센터장, 전북바이오융합진흥원장,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장 등 농식품·바이오·지역혁신교육 분야를 대표하는 기관들도 함께해 당시 발표회가 단순한 학생 행사나 학내 프로그램이 아닌 지역혁신 거버넌스 전체가 주목한 중요한 자리였음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지난 13년 동안 지역 청년들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정책으로 제안해 온 지역 청년정책 참여 프로젝트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의 성과를 확인하고 응원하기 위해서다.

행사는 지자체, 공공기관, 문화·관광·농식품 분야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가운데, 지역 기반 청년정책 혁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현재 전북 지역사회에서는 여러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성과발표회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 학생과 성인학습자들이 제안한 정책 아이디어가 실행되는지, 또 이러한 변화가 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이에 <프레시안>은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프로젝트 13년의 여정을 직접 설계하고 이끌어온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을 만나 프로젝트의 전 과정과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 편집자

▲지난달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2.0-미래전략 발표회'에서 황태규 미래융합대학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석대

프레시안=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장(이하 황태규 학장)= 이 프로젝트는 거대한 정책 구상이나 전략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2013년 ‘새만금지역관광론’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학 수업을 만들었고 학생들과 함께 새만금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현장 중심형 수업을 시도했던 것인데 이 작은 실험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학생들은 지역을 ‘현장’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지역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음을 느꼈다.

결국 이 때 수업 하나가 씨앗이 되어 13년 동안 17회 프로젝트로 확장되었고 누적 참여 청년만 300명이 넘게 됐다. 94건의 시상과 3000만 원 이상의 상금이 장학금으로 주어졌고 일부 제안은 실제 지자체의 정책과 조례로 반영되기도 했다. 또 2022년에는 중국 길림성 장춘사범대학교에서 한국의 이 모델을 벤치마킹한 ‘중국판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며 한국형 지역혁신 교육모델의 국제 확산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도 세우게 됐다.

프레시안=교육이 단순 강의를 넘어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그동안 교육과정은 어떻게 변화했나.

황태규 학장= 핵심은 ‘교실을 넘는 수업’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수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석대학교 전체의 교육과정을 바꾸는 촉매가 되기도 했다. 교양에서는 ‘전북의 이해’, ‘지역문화의 이해’, ‘혁신도시의 이해’로 확장되었고 전공에서는 ‘지역관광창업론’, ‘지역축제론’, ‘지역관광경영자론’ 등 지역 기반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한 교과목들이 새롭게 개설됐다.

또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해 ‘중국문화론’, ‘동아시아문화관광론’, ‘글로벌음식문화론’ 등 국제 지역이해 교과도 개설했다. 모든 교과목은 공통적으로 현장 실습, 지역 답사, 주민 및 기관 인터뷰, 정책 제안이 포함돼 있다. 교재 역시 기존 이론 중심 교재로는 충분하지 않아 교수진이 직접 집필한 『임실치즈 50년사』, 『장수군의 비밀』, 『지역의 시간』, 『지역브랜드 성공법칙』 등을 사용하며 학생들이 지역 사례를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왔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 ⓒ

프레시안= 지역 기관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할텐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황태규 학장= 이 프로젝트는 ‘학교 안’의 활동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하나의 캠퍼스’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에서는 정기적으로 강의에 참여했고 정책 피드백도 제공해줬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과 정책으로 연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완주·고창·순창문화재단 또한 지역 콘텐츠를 현장에서 발굴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었다.

그리고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바로 학생들이 발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었다. 전북RISE센터, 전북바이오융합진흥원,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한복남 등 지역의 다양한 조직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현장성과 실행력을 더해주었다. 축제 전문가, 언론인, 관광·문화 기획자, 공공기관 실무자, 기업인 등 여러 전문가가 멘토로 직접 참여한 것도 중요한 기반이 됐다. 이러한 입체형 거버넌스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확장과 성과는 어려웠을 것이다.

프레시안=그동안 여러 성과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황태규 학장= 우선 첫 해인 2013년 새만금 관광기념품 개발을 들 수 있다. 학생들이 새만금의 맛·소리·향기·기념품·축제를 주제로 최초의 새만금 관광기념품을 기획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최초 ‘새만금지역관광론’ 교과목이 개설되어 지역연계형 관광교육의 출발점이 되었다. 두 번째는 2019년의 ‘임실치즈 산업과 미래전략’인데 지정환 신부님의 철학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임실치즈 50년사』와 스토리북 『만남』을 활용한 교과목이 신설되었다. 당시 학생들의 전략 제안은 조합에서 매우 높게 평가해 채용 의사까지 밝힌 사례다. 세 번째는 2018년의 ‘고창 시농대제와 조례 제정’인데 학생들의 제안이 실제 고창군의 축제로 채택되었고, 나아가 관련 축제 내용 중 ‘토종씨앗거래소 설치’ 등이 반영되어 토종씨앗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다. 교육이 제도혁신으로 연결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2023년에 진행된 ‘무주 태권관광 융복합 전략’은 태권도·관광·농촌유학·국제관광을 연계해 동남아 대상 패키지 상품까지 기획하며 융복합 지역혁신 모델을 보여주었고 2024년의 ‘완주 권삼득 명창 기반 콘텐츠 개발’프로젝트는 권삼득주(막걸리) 개발, 도예공방 협업 기념품 제작 등 전통문화와 로컬푸드를 결합한 창의적 프로젝트로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2022년에는 그동안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 장춘사범대학과 협력을 통해 ‘중국판 프로젝트’를 공식 시작하며 한국형 지역혁신 교육모델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 ⓒ

프레시안= 최근 성인학습자의 참여가 늘고 있다는데 어떤 변화를 체감하는지.

황태규 학장= 2022년 이후 성인학습자가 본격 참여하면서 프로젝트의 성격이 더욱 성숙해졌다. 청년의 창의성에 성인의 실무 경험과 실행력이 더해져 제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바로 실행 가능한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고 전북RISE센터, 문화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등의 협업을 통해 학생·성인 팀의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 검토 단계까지 진입한 사례가 생겼다. 교육을 넘어 지역혁신 거버넌스로 발전한 의미 있는 변화인 셈이다.

프레시안= 앞서 언급했듯 이 프로젝트가 중국 대학에서 운영되는 등 지역청년정책의 국제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황태규 학장= 2022년 중국 장춘사범대학교에서 한국형 모델을 공식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 본격적인 국제 공동 프로젝트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 강소성과 일본 이시가와현의 대학과 함께 한·중·일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청년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관광상품 개발’이다. 세 나라 학생들이 각각의 지역을 조사하고, 공동으로 관광상품을 설계하며 이를 국제 청년 관광정책 발표회 형태로 공유할 예정이다. 단순 교류를 넘어 청년들이 기획한 아이디어를 실제 기업이 활용해 공동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구조까지 만들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청년들은 동아시아 관광산업을 이해하는 글로벌 역량을 기를 수 있고, 지역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광산업을 고도화할 수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지역혁신 교육모델을 넘어 국제 관광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성과발표회 이후 한 달 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황태규 학장= 크게 네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개인과 단체들이 1000만 원대의 기부 약정 의사를 밝히며 프로젝트 지속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둘째는 수도권 및 인근 광역지역에서도 프로젝트 도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RISE 체제에서 초광역 협력의 가치가 강조되는 만큼 우리 대학과 학생들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로는 학생들이 제시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사장시키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과제화 작업이 준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진안군 캠핑산업 클러스터, 임실치즈 마케팅전략, 새만금 기념품 및 축제 아이디어 등이 그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확산과 관심 속에서 프로젝트를 전담할 우석대 ‘지역청년정책연구소’ 설립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는데 이는 연구·정책·교육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조직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 2.0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청년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석대

프레시안= 올해 제18회 발표회는 어떤 내용으로 준비되고 있나.

황태규 학장= 다음달에는 완주지역 ‘삼례딸기축제 지역브랜드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회가 열린다. 얼마 전 삼례딸기축제 장소가 우석대학교 교정으로 확정되면서 준비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스마트관광학과, 호텔외식조리학과,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축제의 기획·운영·브랜딩 전 과정에 참여하며 대학과 지역이 함께 만드는 지역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행사는 다음달 11일 오후 2시, 우석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프레시안= 끝으로 이 프로젝트에 어떤 바람이 있는지.

황태규 학장= 이제 청년은 단순히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동반자이자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대학 역시 취업 중심 기관을 넘어 지역혁신의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13년간의 프로젝트는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전북에서 시작한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는 전북RISE사업의 선도모델을 넘어 앞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K-청년정책 모델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준 전북특별자치도 문화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전북관광협회, 그리고 공동주최 단체인 한국사회적기업학회와 한국종합경제연구원 등 지역의 많은 기관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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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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