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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이중성 극복을 위하여

[대학문제연구소 논평] 조국 사면의 정치적 의미와 교육개혁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야의 입장이 판이한 것은 물론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을 보는 다른 시각들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검찰권 남용의 피해자에 대한 사필귀정임을 강조하고 조국혁신당은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는 첫걸음"으로 검찰개혁의 동력을 얻을 계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령 정의당은 "공정과 책임의 기준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사면 조치에 대한 국민 여론도 찬반이 팽팽하다.

정치적 입장에 따른 이견은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야당은 검찰의 정당한 법 집행임을 강변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조국 전 대표의 수난은 정치검찰의 과도한 권력 행사가 어떻게 진실을 왜곡시키고 언론을 이용한 상징조작을 통해 국민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다. 윤석열 검찰정권이 내란으로 국가를 혼란과 위기에 몰아넣은 행태를 보아도 그 역사적 의미는 저절로 드러난다. 조국 전 대표가 자신의 사면이 "검찰권을 오남용해온 검찰독재 종식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언명한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특별사면의 정치적 의미를 단지 검찰개혁의 동력으로만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의 또 다른 측면은 이른바 '조국 사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질문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 그같은 추문에 휩싸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대학문제 때문이었다. 정치검찰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사소한 듯 보이는 입시나 취업에서의 특혜 논란을 증폭시켜 여론몰이를 통해 조국을 '불공정'의 대명사로 만드는 상징화에 성공한다. 즉 조국 사태의 근원은 그런 특혜나 편법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왜곡된 기득권 구조에 닿아 있는 것이다.

검찰의 저항과 횡포가 본격화하면서 범민주진영의 대응은 거기에 맞서 검찰개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검찰권력 대 그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형성되고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배태시킨 불평등 문제는 후경으로 밀려났다. 조국 사태의 이중적 면모 가운데 검찰개혁이 부각하면서 교육 불평등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희석된 것이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불평등 문제나 공정을 거론하면 검찰개혁의 대의에 어긋나는 이적행위로 비난받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정치검찰에 의해 한 가족이 도륙되다시피 핍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회구조문제를 앞세우기도 어려운 지경이 된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5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출소하며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시도가 이처럼 검찰권력이 짜놓은 공정성 시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원인에는 교육정책의 실패가 가로놓여 있다. 초중등학교 교육까지 포함한 교육문제의 근저에는 과열된 대학입시 경쟁 풍토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것은 서울 중심 대학 서열 체제의 소산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 서열을 완화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에는 미온적이었을뿐더러 전 정부보다 시장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 문제를 증폭시켰다. 이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누적된 젊은 세대들의 좌절과 불만이 조국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키운 공정성 시비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사면의 진정한 정치적 의미는 이같은 역사적 경험을 발판으로 삼을 때 드러난다. 진보의 이중성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에 기반해서 사회개혁의 새 국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진보의 이중성이란 개혁을 외치면서도 대중이 체감하는 불평등 문제에는 충분히 응답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뜻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검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도, 정작 청년층과 서민이 매일 부딪히는 입시와 취업의 불공정 문제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 결과 진보진영은 '정의와 공정'을 내세우면서도 현실에서는 불평등구조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강화하는 모순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괴리가 바로 조국 사태의 도덕적 파장을 증폭시킨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조국 사면을 계기로 진보가 성찰해야 할 지점은 단순한 전략적 실패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근거로서의 가치와 실제 정치적 행보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다. 무엇보다 조국 사태로 그 민낯이 드러난 교육에서의 불평등 구조와 기회의 불공정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검찰개혁은 물론 시급한 일이고 중요하다. 내란 사태를 거치며 광범한 국민적 동의를 획득하게 된 검찰개혁은 이제 그 실현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이 이루어지더라도 불평등한 교육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특혜 논란은 끊임없이 재연될 것이고, 검찰은 언제든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여지를 갖게 될 것이다. 즉 교육개혁은 검찰 권력의 남용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새로 조직을 정비할 것이 예상되는 조국혁신당이 추구해야 할 사회개혁의 방향도 조국 사태가 내포하고 있는 그 이중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 하에서 세워질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을 완성하는 과제 못지않게 교육개혁에 대한 전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물론 그 과업이 조국혁신당에게만 부여된 것은 아니다. 교육 불평등 구조를 혁파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검찰개혁보다 더 복잡하고 중장기적인 성격을 가진다. 일류대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대학입시 경쟁의 과열과 사교육의 팽창 등 교육개혁의 과제들은 일반 국민의 일상적 욕구와 맺어져 있어서 정치적 폭발력도 강하다. 그러나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는 더 이상 그 책무를 회피하기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대학문제는 이제 지역소멸과 인구감소라는 국가적 위기를 부추기는 주된 원인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면의 정치적 의미는 단순히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필귀정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조국 사태가 드러낸 사회구조의 모순 즉, 불평등한 교육체제와 특권적 기득권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공정성'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은 이제 불가역적 흐름이 되었지만, 교육개혁은 여전히 지체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와 정치권이 감당해야 할 책무는 명확하다. 검찰개혁과 교육개혁의 병행, 이 이중과제의 제기야말로 조국 사면이 던진 진정한 정치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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