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에서 가톨릭 교회를 공격해 3명이 숨지고 성직자를 포함해 10명이 다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련 전화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시리아 남부 종파 간 폭력이 지속되며 내전 뒤 국가 통합이 절실한 시리아 정부가 소수 민족 보호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시리아 정부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이 사태를 계기로 시리아 정권 약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루살렘 로마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청은 17일 성명을 내 이날 오전 10시20분께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 교회 성가정 성당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1명은 위독한 상태고 2명은 중태다. 성명에 따르면 이 성당의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도 경상을 입었다. <AP> 통신은 로마넬리 신부를 포함해 총 부상자 수는 10명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로마넬리 신부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기적으로 통화 혹은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소식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다.
라틴 총대주교청은 성명에서 "무고한 민간인과 성스러운 장소에 대한 겨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비극은 가자지구에 닥친 다른 많은 비극들보다 더 크거나 끔찍한 건 아니다"라며 "많은 다른 무고한 민간인들 또한 피해를 입고 난민이 되고 죽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끔찍한 전쟁이 완전히 종식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가족 성당에 보내는 전보를 통해 사건에 대한 "깊은 슬픔"을 표시하고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AP>는 사상자가 이송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알아흘리 병원의 파델 나임 원장 대행에 따르면 이 성당엔 기독교인과 무슬림 모두가 피난해 있었고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도 머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엔 성당 부지 내에서 심리·사회적 지원을 받던 84살 여성과 60살 관리인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해당 공격으로 어머니가 머리에 파편을 맞아 다친 샤디 아부 다우드는 <AP>에 "고령자, 무고한 민간인, 어린이들만 있던 성당이 공격 당했다"며 "이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잔혹하고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7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빗나간 탄환이 가자지구 성가정 성당을 타격한 것에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이스라엘은 사건 조사에 착수했고 민간인과 성스러운 장소 보호에 계속해서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로마 교황청 <바티칸뉴스>에 "이스라엘군은 실수라고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며 "우리가 아는 건 전차(탱크)가 성가정 성당을 직접 공격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뒤 나온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성당 공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오전 네타냐후 총리에 전화해 가자지구 성당 공격에 대해 다뤘고 (네타냐후) 총리가 성명을 내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소식을 듣고 화를 내며 베탸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당장 통화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네타냐후 총리가 실수였다고 하자 그러한 내용의 성명을 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을 납치한 뒤 이스라엘이 벌인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5만8000명 이상이 숨졌다.
시리아 정부, 남부 종파 간 폭력 지속으로 소수민족 보호 신뢰 잃어…전문가 "'약한 시리아' 원하는 이스라엘에 기회"
한편 시리아 남부의 종파 간 폭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폭력이 계속되자 재진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정부군 철수를 요구하며 수도 다마스쿠스를 폭격했던 이스라엘의 군사 개입이 사태의 복잡성을 키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이스라엘은 요구대로 시리아 정부군이 철수했음에도 시리아 남부 스웨이다에 17일 공습을 가했다. 지난 주말 드루즈가 다수인 이 지역에서 이슬람에 뿌리를 둔 고유 종교를 믿는 드루즈족과 수니파 무슬림 베두인족이 충돌했고 이에 시리아 정부군이 개입했지만 드루즈와의 충돌로 번졌다. 이스라엘은 자국에도 살고 있는 드루즈 보호를 명목으로 시리아 공격에 나섰고 16일엔 수도 다마스쿠스 국방부 청사까지 공습하며 시리아 정부군 철수를 압박했다.
그러나 정부군 철수 뒤 드루즈와 베두인의 충돌이 재개되는 모양새라고 17일 <가디언>은 전했다. 신문은 시리아 언론을 인용해 드루즈가 베두인 마을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정부군은 철수하며 드루즈 지도자들과 휴전 합의를 했지만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베두인 군사 사령관은 휴전이 정부군에만 적용되는 것이며 드루즈 무장 세력에 대한 새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18일 시리아 정부는 스웨이다에 병력 재배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내전으로 황폐해진 국가를 수습 중인 시리아 과도정부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17일 <로이터> 통신은 스웨이다 주민들, 기자들, 감시 단체를 취재해 정부군이 도착한 뒤 스웨이다에서 폭력이 오히려 급격히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정부군이 주민들에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스웨이다 주민들은 통신에 이번 사태로 소수 민족을 보호 관련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과도정부는 내전 때 각지에서 활동하던 무장 세력들을 국가군에 통합하려 하고 있지만 스웨이다의 드루즈 민병대는 이를 거부 중이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시리아 분석가 나나르 하와크는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에 "시리아 정부는 최근 충돌로 약화됐고 군사적으로도 물러나야 했으며 드루즈 공동체 및 국가를 지지하지 않는 다른 공동체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부, 특히 스웨이다에서 존재감이 약화되며 시리아 정부는 지정학적 손실도 입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군이 드루즈 민간인을 학대했다는 신뢰할만한 보고도 있다며 "시리아 정부가 안보 정책을 개혁하고 군에 책임을 묻지 않는 한 드루즈와 다른 소수 민족들에게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 확신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드루즈 보호를 명목으로 시리아를 공습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아사드 정권 붕괴 뒤 이스라엘이 시도해 온 시리아 내 세력 확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도이체벨레를 보면 미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시리아 부문 책임자 찰스 리스터는 이스라엘이 아사드 정권 붕괴 뒤 시리아를 1000회 가량 공습했고 시리아 영토 180제곱킬로미터(㎢) 가량을 점령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정부는 전혀 반격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시리아 남부를 비무장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를 지낸 알론 핀카스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네타냐후 총리는 "알샤라(시리아 임시 대통령)가 통제하는 강한 중앙 정부를 가진 통일된 시리아를 원하지 않는다. 드루즈와 베두인이 통제하는 남부,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북부) 지역을 상대해야 하는 약한 중앙 정부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리아 공격이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이 군사력만으로 중동을 재편하고 있다는 "망상"을 강화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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