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중이 밀집한 식당, 피난민이 몰린 학교 등을 폭격해 수십 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 의지를 공식화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봉쇄 해제 없이는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강경하게 대립하는 중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 관련해 새 정보가 나올 것이라며 주목을 끌었다. 한편 외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후 가자지구 임시 정부를 미국이 이끄는 구상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7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 중 하나인 알와흐다 거리에 위치한 식당 내부 및 인근 교차로에 이스라엘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현장을 살핀 기자는 교차로 근처에서 사람들이 "피에 흠뻑 젖고 조각난 채" 널브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식당 내부에서 의자에 앉은 채 죽은 남성, 피에 덮인 어린이들이 움직임 없이 땅에 누워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미 CNN 방송은 사망자 중엔 최근 딸을 얻은 언론인 1명도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33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
알자지라는 이 식당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식사할 수 있는 드문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 식당이 지난해 이스라엘이 인근 알시파 병원에서 지상 작전을 펴는 동안 파괴됐지만 최근 천막과 임시 구조물을 통해 재건됐고 판매용 외에도 매일 수백 개의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 인도주의 단체가 가난한 이들과 난민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6일과 7일 연속으로 피난민이 몰린 학교를 폭격하기도 했다. BBC는 하마스가 운영하는 민방위대에 따르면 7일 가자시티 동부 투파 지역의 알카라마 학교가 폭격 당해 1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지 난민촌의 유엔 운영 학교인 아부 후메이사에 대한 폭격으로 33명이 숨진 뒤다.
<로이터> 통신은 부레이지 난민촌 힉교 폭격 목격자 알리 알샤크라가 해당 학교에 300가구가 살고 있었으며 "이스라엘 점령군이 아이들이 살고 있는 학교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여기 건물이 있었는데 완전히 무너졌다"며 "밀가루 포대, 쌀, 공동 부엌에서 받은 식사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가자지구 휴전을 둘러싼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자지구 점령 구상을 공식화하며 "한 가지는 분명하다. 들어 갔다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비군을 소집해 영토를 유지할 것"이며 "주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동될 것"이라고 강제 이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내각이 5일 가자지구를 무기한 점령하고 주민들을 가자지구 남부로 이주시키고 현재 반입을 막고 있는 원조 물자 배분에 대한 통제권을 이스라엘이 갖는 계획을 승인했다는 보도 또한 나왔다. <AP>는 다만 이 계획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3~16일 중동 순방을 마친 뒤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 계획이 하마스가 휴전 협상에서 양보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짚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기아 전쟁"을 계속하는 한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BBC를 보면 하마스 정치국 고위 간부인 바셈 나임은 6일 "가자지구의 우리 국민을 상대로 기아 전쟁을 계속하는 한 새 제안에 대한 어떠한 협상이나 참여도 무의미하다"며 지난 3월1일 가자지구 휴전 만료 뒤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 봉쇄가 그 자체로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하마스는 별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세 강화 결정은 이스라엘 인질을 "희생시키겠다는 명백한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길어지며 인질 사망이 계속되자 인질 가족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지만 정작 이스라엘군이 인질 귀환을 최하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7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하레츠>가 가자지구에 대한 새 공세 계획을 설명하는 군사 문서에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격퇴, 해당 지역 작전 통제, 해당 지역 무장 해제, 하마스 정부 목표물 타격, 인구 이동 및 집중에 이어 가장 중요하지 않은 목표로 인질 귀환을 꼽았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 문서는 6일 지휘관들에게 제출됐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 및 군은 지금까지 인질 귀환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밝혀 왔다.
이 보도는 7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남은 생존 인질 수가 기존에 알려진 24명이 아닌 21명일 수 있다고 인정한 가운데 나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질) 21명이 살아 있는 것은 확실하고 논쟁의 여지가 없다"면서 "불행히 다른 세 명은 생존 중인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생존 인질이 21명이고 3명이 사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사망한 인질을 포함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은 총 59명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7일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 관련 새 제안에 대한 추가 정보가 곧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아마 향후 24시간 안에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다만 이날 중재 작업과 밀접한 관계자가 새 제안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재자들이 열심히 노력 중이고 접촉도 끊이지 않았지만, 구체적 제안은 없다"며 "하마스는 여전히 종전을 위한 완전한 휴전을 원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종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취임 직전 '선물'처럼 체결된 가자지구 1단계 휴전 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소유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발언을 일삼으며 영구 휴전으로 가는 길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7일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5명을 인용,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후 가자지구 임시 행정부를 미국이 이끌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의 무장이 해제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미국이 임시 정부를 주도하고 이후 독자 생존 가능한 팔레스타인 정부에 넘기는 구상이다. 논의는 초기 단계로 임시 정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합의에 도달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미국 외 다른 국가도 임시 정부에 참여할 수 있지만 하마스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
<로이터>는 이러한 구상이 실현된다면 이라크 침공 이래 미국의 가장 큰 중동 개입이 될 것이라며 소식통들이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중동의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게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다만 이 구상에선 가자지구 주민 대량 이주가 전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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