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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청나라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지가 한국에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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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청나라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지가 한국에 중요한 이유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의 민족주의 강화 움직임 속 기로에 선 <청사> 편찬

1. 국정 교육에 나타난 통일적 민족인식과 애국주의 강화

현대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다. 중국의 다민족 정책은 각 민족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보다는 절대 다수인 한족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문화적 '일체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정부의 정책과 더불어 교육 현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과정에서 국정교과서를 도입한 이래, 2019년에는 고등학교 과정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2021년에 초중고 전 과정에서 국정교과서를 도입했다.

초중고 시기는 아직 지식의 구조가 정립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역사교육은 어떠한 역사적 사건, 대상, 인물 등에 대해서 지나치게 편향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즉, 현재 정부 주도의 국정교과서 운영은 미래세대의 역사 인식에 정부의 의중이 쉽게 반영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교과서의 내용이 개정되는 과정이다. 본래 교과서의 내용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학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및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국은 국정교과서를 개정할 때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정되는 것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개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대 역사가들이 판단해야 할 현대사의 내용마저 곧바로 교과서에 반영됐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정형화된 역사교육을 받은 중국의 미래세대가 정부의 의도대로 애국주의에 젖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역사교육의 국정화 기조는 중등교육 과정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고등교육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화민족공동체론을 교육하는 대학의 학과 개설과 2024년부터 시행된 <중화민족공동체개론>을 대학의 필수 교양 교과목으로 지정한 점이다.

2. 중국의 역사서술 정치화가 불러일으킨 역대수사 문화의 단절 위기, 기로에 선 <청사> 편찬

중국은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나라부터 마지막 통일왕조인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왕조(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복잡한 왕조(정권) 변천 속에서 두 번째 통일왕조인 한나라 이후 유지되어 온 전통은 전임 왕조의 역사를 정리해서 편찬하는 역대수사문화이다.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가 멸망한 이후, 새롭게 등장한 중화민국은 이 같은 전통에 따라 청나라의 역사를 정리해 편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청사고>라는 이름처럼 완성된 결과물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오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즉 청나라 역사 편찬은 현대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고, 2002년 중국정부는 인민대 청사연구소 다이이 교수를 중심으로 청사편찬위원회를 출범시켜 청나라 역사서인 <청사>를 편찬하도록 했다.

2002년 출범한 청사편찬위원회는 2018년 9월에 비로소 <청사>의 초고를 완성해 제출했다. 중국정부는 2019년 1월 중국역사연구원을 출범시키고 약 20년에 걸쳐 수정 보완되어 온 <청사>를 검토하도록 했다.

<청사> 편찬이 임박했을 것이라는 국내외 학계의 기대와 달리 이후 오랜 기간 공식적인 결과 발표가 없어 세간의 의혹이 더욱 불거졌다. 그리고 2023년 6월에 심의가 완료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외적으로 <청사> 출판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고조됐다.

그런데 2025년 4월까지 <청사> 출판 소식은 요원한 상태다. 대외적으로 정보를 공개를 제한하는 중국의 특성상 구체적인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예일대학의 장타이수(張泰蘇) 교수가 SNS에 공개한 내용을 통해 유추해 보면, <청사>의 서술이 미국 신청사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출간이 보류된 것으로 짐작된다. 청사편찬에 중국정부의 의중이 개입되었다는 점을 비판한 장타이수 교수의 글은 지금도 SNS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신청사는 1980년대부터 미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기존 한족 중심의 '한화론'에서 탈피하여 만주족을 중심으로 새롭게 청사를 인식하고자 한 학문 조류이다. 신청사 학파로 분류되는 학자들은 청나라를 중국의 전통왕조 중 하나로 국한 시키는 게 아닌, 내륙아시아적 전통을 유지해 온 국가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신청사 학파의 학자들은 기존 한문 위주의 사료 연구를 비판하고 만주족의 고유 문자인 만문사료를 통한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신청사 학파의 등장은 한족 중심의 역사 해석을 북방 유목민족이 설립한 왕조에도 그대로 투영해 온 중국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청사> 편찬 작업이 서둘러 착수된 것도 이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또한 만문 사료를 활용한 청대사 연구가 신청사 학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의 청대사 연구에서도 만문사료의 이용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그런데 만주족의 독자성을 드러내는 연구는 중화민족 다원일체를 강조해 온 현재 중국정부의 입장과 반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청사> 출판을 반려한 중국역사연구원에서 중국정부의 의중을 반영해 <청대국가통일사>를 출간하였다.

3. <청대국가통일사>의 내용과 한중 역사 분쟁의 새로운 쟁점

<청대국가통일사>의 서문에는 "신청사에서 강조한 만주족의 특수성과 청조를 '정복왕조'로 지칭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고, 청은 역대 전통왕조의 역사적 연속성 속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사> 편찬이 반려된 이유가 신청사의 영향이라는 점을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느껴지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청대국가통일사>에는 한족과 만주족(유목민 집단)의 민족 간 대립 구도를 강조한 신청사의 논지를 반박하듯, 청대 만리장성을 경계로 형성된 북방 소수민족과의 다양한 민족관계 및 청조의 변경 정책을 한문화의 전통을 계승한 대일통의 실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만리장성을 기점으로 문명과 야만으로 구분하던 기존 중국의 전통적 관념에서 탈피한 것으로, 관내(만리장성 이남)와 관외(지금의 동북지역)의 지리적·문화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실 동북지역에서 형성된 국가를 살펴보면, 주로 압록강 및 대동강 일대에서 중앙집권적인 국가를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청대국가통일사>는 이 같은 한반도와의 연관성에 대한 서술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중화민족이 역사적으로 하나의 공동체(다원일체)를 이룩해 왔음을 주장하기 위해 동북지역에서 발원한 여러 민족(종족)이 오랜 기간 한문화의 영향 속에서 발전해 온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더욱 심화되어 동북지역에서 발원한 여러 민족의 기원까지 모두 중화민족의 연원에서 출발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만주족이 동북지역에서 오랜 역사적 연원을 갖은 민족(종족)이며, 만주족이 중화민족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동북지역은 고금을 막론하고 현재 중국의 일부였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청대국가통일사>와 같은 교양서적뿐만 아니라 SNS와 같은 사회관계망을 통해서 대중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만족세계표(滿族世界表).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의 '만어' 계정 갈무리.

위 도표는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WeChat)에서 만주족의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는 대중계정 <만어>에서 발췌한 만족세계표(滿族世界表)이다. 이 도표에 나타난 것처럼, 중국은 만주족의 연원을 숙신족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근원인 예맥족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예맥족이 건립한 부여-고구려-발해까지 자연스럽게 만주족(숙신계)의 일부인 것처럼 인식되는 문제를 초래한다.

즉, 포스트 동북공정은 중국정부의 의중이 녹아 든 만주족과 청나라의 역사 서술에서 시작될 여지가 농후하다. 이에 우리는 <청사> 편찬을 단순히 중국 역대 왕조 중 하나인 청나라의 역사를 서술하는 사업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본 역사서의 편찬과 내용에 담겨질 중국정부의 의중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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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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