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성훈 경호처장 직무대행(경호차장)이 대행에서 사퇴하고 2선으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차장이 직무대행에서 물러남에 따라 직급서열상 선임인 기획관리실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22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김 차장은 21일자로 경호처장 직무대행에서 사임하는 인사명령에 서명했다. 김 차장 본인이 인사권자인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어 스스로 2선 후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지난 15일 이달 말(4월 30일까지)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 '사퇴'의 의미가 사표를 내겠다는 것인지, 보직에서만 물러나겠다는 것인지는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김 차장은 내란 수괴 혐의로 법원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 전 대통령의 '호위 무사'로 불리는 인물로, 수사기관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함께 대통령실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이기도 하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표를 낸 후 김 차장이 직무대행으로 경호처를 이끌면서 경호처 내부에서는 불만이 쌓여왔다. 경호처 직원 절반이 인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고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호처를 사조직화했으며 직권 남용 등 갖은 불법 행위를 자행해 조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하기도 했다. 김 차장의 사퇴 결심의 배경에는 이 연판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그간 경호원들에게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반려견 옷을 사오라고 하거나, 대통령 생일 파티를 열며 직원들을 장기자랑에 동원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대통령 생일 장기 자랑 과정에서 직원들이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 등의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그 배경에 김 차장의 부당한 명령이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경호처 직원들 사이에서는 김 차장의 이같은 행동으로 대통령경호처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천직으로 알고 직무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직원들마저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다. 이번 기회에 김 차장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 차장이 직무대행에서 물러난 후 경호처가 김 차장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다만 경호처 관계자는 "내부 감사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차장과 함께 윤 전 대통령 '호위무사'로 알려진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오는 25일까지 휴가를 낸 상태다. 이 본부장 역시 휴가에서 복귀할 경우 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차장의 직무대행 사퇴와 관련해 대통령 경호처는 "인사 관련 내용은 보안 사항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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