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여성교육을 위해 74년의 역사를 이어온 동덕여대가 공학으로 전환된다는 불길한 소문이 퍼졌다. 과거 대학본부가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강행된 학과 통폐합 등 졸속행정의 사례를 떠올리며, 단순한 소문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임을 직감했다. 이 위기감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같은 날, 제57대 총학생회 '나란'은 공학전환 반대 입장문을 발표하고 철회 요구 운동을 시작했다. 중앙래디컬페미니즘 동아리인 사이렌이 게시한 성명문은 나흘 만에 35만 명이 연서명에 참여하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피켓 시위, 화환 시위, 침묵시위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며 저항이 이어졌고 학생들은 저마다 대자보를 붙여 학교 곳곳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총학생회와 총력대응위원회가 여대 무단 공학전환 대응 활동을 이어갔으며, 졸업생들마저 졸업장을 반납하며 연대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목소리는 곧바로 대학본부의 탄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언론과 학교의 합작으로 학생 탄압이 시작됐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공학전환이라는 중대한 학내 사안에 대해 학교 측의 밀실논의와 독재행정을 규탄하며 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대학본부와 일부 언론은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왜곡하여 '불법폭도'로 몰아갔다. 대학본부는 "젠더갈등"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학생들의 투쟁을 폄훼했으며, 래커칠 시위로 인해 5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피해액을 부풀려 주장했다.
대학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동덕여대는 젠더갈등의 공간이 아닌 학문의 전당이며, 학문의 공간인 대학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학생들의 시위를 폭력사태로 규정했다. 또한 학생들에 대해 "젠더이슈를 강하게 주장하는 여성단체 등과 연계해 악의적으로 대학과 법인을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주장했으며, 특히 동덕여대 중앙래디컬페미니즘 동아리 사이렌을 '과격시위' 주동자로 몰아갔다.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은 이미 악마화된 단어다. 그중에서도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사이렌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대학본부는 여성혐오, 안티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여론전을 펼쳤다. 학내에서 발생한 모든 '과격' 시위의 배후에 동덕여대 페미니즘 동아리가 있으며, 여성의당과 여성단체 등 외부세력이 동덕여대 재학생을 조종하고 있다는 거짓 소문이 사실인양 보도됐다.
남초(남성 중심) 커뮤니티는 허위 보도들을 빠르게 퍼 나르며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신상을 유출되고, 허위 사실과 악성 댓글이 쏟아지며 사이버테러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언론은 사이렌의 정정보도 요청을 무시했다.
특히 <주간조선>은 학교 측으로부터 동아리 부원과 학생 대표자의 소속학과, 성씨 등 신상정보를 받아 무분별하게 공개했다. 이 매체는 "캠퍼스 점거와 학내 수업거부에 대해서도 재학생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은 사실상 없었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협박을 받았다"라고 했으며, 학생이 진행한 화환 시위에 대해 "학생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를 통해 모금이 이루어졌다"라며 허위사실을 보도했다.
학생들은 본 적도 없는 상상 속의 '시위대 조직도'를 공개하며, 마치 페미니즘 동아리가 총학생회를 비롯한 모든 학생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공식 창구를 통해 여러 차례 허위사실을 바로잡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를 반영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한 언론사는 없었다. 그렇게 학생들에 대한 사이버테러는 극심해져만 갔다.

학교의 보복성 법적 대응과 학생 탄압, 그에 맞서 맞고소를 이어가다
지난해 11월29일, 동덕여대는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21명을 공동재물손괴, 공동건조물침입, 공동퇴거불응,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이 중 19명의 신원이 특정됐으며,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 의해 최대 54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을 퇴거시키기 위해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퇴거단행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출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현수막 게시, 구호 제창, 근조 화환 설치 등의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불과 고소 4일 전, 학교 정문 앞에서 극우 반여성주의 유튜버 신남성연대는 학생들을 '폭도'로 지칭하며 신상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학생들은 난동을 부리는 신남성연대에 대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시위를 금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것과 다른 이중적인 대응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학교가 학생을 고소하자 언론과 사이버렉카는 더욱더 날뛰었다. 결국 같은 해 12월10일, 총학생회와 사이렌은 <주간조선>, <채널A> 기자 등 총 36인을 고소했다. 법적 대응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학교와 언론의 합작으로 인해 학생들은 살해위협과 성적 모욕, 사이버 스토킹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고, 학우들을 보호할 대책이 시급했다. 다행히, 고소 이후 동덕여대 학생을 향한 위협과 언론사의 '받아쓰기'식 기사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학교의 부당 징계 남발과 내부 분열 시도
언론플레이에 제약이 생기자 학교는 올해 1월9일과 13일, 학교는 일부 학생들에게 시위 과정에서의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에는 이 자료가 차후 민형사상 소송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됐다. 이는 명백히 보복성 법적 대응으로, 학생들에 대한 탄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학생들이 건물 내·외부를 불법 파손했다거나 관현악과 소속 한 교수가 시위대에 무릎을 꿇었다는 허위 주장을 제기하며 이를 "있어서는 안 될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했다. 총학생회와 사이렌이 주도했다고 진술하면 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회유하며 내부 분열을 시도했다.
단순히 시위가 열린 날 등교했다는 이유로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징계 대상으로 삼은 사례도 있었으며, 추가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도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근거로 학생들을 징계위에 회부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현재까지 학교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징계위에 회부된 학생 수는 50명을 넘어섰다.
무고한 학생을 대상으로 남발된 고소와 징계는 여전히 취하되지 않았으며, 학생들은 계속해서 크고 작은 불이익을 겪고 있다. 학생대표자들의 장학금 미지급, 동아리 성과금 미지급, 그리고 54년 전통의 교지편집위원회 교지편집비 중단 등, 온갖 핑계를 대며 학교는 비열한 보복성 조치를 가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저항
학생들을 불법으로 몰아 색출하듯이, 범죄자를 검거하듯이 징계를 남발하고 보복하듯이 법을 남용하는 대학본부의 행보는 학생인권을 침해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고 있다. 학생들은 부당함에 맞서고 권리를 외칠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고소와 징계는 학생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학내 갈등 해결의 창구를 닫아버린다. 보복성 법적 대응은 학생들을 위축시키고 학내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명백한 탄압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학문적 성장과 인격 형성을 지원해야 할 기관이다. 하지만 동덕여대 본부는 학생들을 법적 고소 대상으로 몰아가며 본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 학생들을 고소하고 징계를 남발하는 것은 단순히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학본부는 고소를 즉각 철회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투쟁을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잔 적이 없다. 학교의 고소, 경찰의 강압 수사, 온라인에 떠도는 신상정보 및 루머와 쏟아지는 협박 메시지. 아침이 밝으면 어제보다 강도 높은 위협이 가해졌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민주 없는 민주동덕 시위부터 학생총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웠다. 학교는 고소당한 학생들이 숨죽이고 위축되기를 바랐겠지만, 어림도 없다. 학생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으며, 마침내 우리의 '민주동덕'을 되찾을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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