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집권 초기였던 2023년 한국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국가성평등지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국가성평등지수가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가족부는 17일 '2024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결과' 발표를 통해 지난 2023년 성평등지수가 65.4점을 기록해 2022년(66.2점) 대비 0.8점 하락했다고 밝혔다.
국가성평등지수는 한국 특성에 맞게 개발된 지표를 통해 계량화된 수치로, 한국의 성평등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성평등 정책과제 및 발전 방향을 도출하도록 활용되고 있다. 고용·소득·건강·교육·돌봄·양성평등의식·의사결정 등 7개 영역 23개 세부 지표에서 남녀의 격차를 측정한 값으로, 남녀 성비가 완전 평등한 상태는 100점, 완전 불평등한 상태는 0점으로 처리한다.
국가성평등지수가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처음 집계를 시작한 2010년 66.1점에서 2021년 75.4점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의사결정(32.5점, 1.8점↑), 소득(79.4점. 1.1점↑), 고용(74.4점, 0.4점↑) 등 영역에서는 증가세를 보였으나, 양성평등의식(73.2점, 6.8점↓) 영역의 하락 폭이 커 전체 지수 하락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성평등의식 영역 가운데 특히 가장 많이 후퇴한 지표는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으로, 무려 16.4점(60.1점→43.7점)이 떨어졌다. '경제적 부양 및 가족의 의사결정은 남성이 하고 가사·가족 돌봄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에 동의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당 지표는 3년 주기로 시행하는 여가부의 가족실태조사 결과가 반영된 값이다.
보고서 연구책임자인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위원은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은 주관적 인식을 반영한 특성이 있어 명확한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돌봄 기관이 운영되지 않거나 원격 수업이 늘어나는 등 가족 내 (여성의) 가사·돌봄 부담이 늘어난 점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 외 양성평등의식을 구성하는 다른 지표인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3.3점↓), 성차별 경험률(0.7점↓)도 모두 하락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에서는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 성차별 경험률 두 지표 모두 남성보다 여성에서 하락 폭이 커 성별 격차가 커진 상황"이라고 서술했다. 이처럼 양성평등의식 영역이 모두 하락세를 보인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언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 등인 만큼 육아지원 제도, 일·가정 양립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 전반의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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