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김대중의 DJP 연합, 노무현의 대연정, 그리고 2025년은...?
거듭 말하지만 혐오와 적대 정치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국민발의제 개헌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지구별 행성 자체를 뒤흔드는 대위기가 인류멸망시계 90초 전과 마찬가지로 바로 눈 앞에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기후지옥과 불평등의 쓰나미에 더해 상상도 할 수 없는 AGI-초지능의 세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권력에 눈먼 자들의 적대정치로는 결코 이 다중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국민발의제 개헌이 가능하려면 대연정 연합정치를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12.3 윤석열의 난 당시 204명의 탄핵 연대, 연합정치를 경험했습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공세와 극심한 경기 침체, 전쟁의 짙은 먹구름 앞에서 독일 연방의원들이 대연정에 합의했습니다. 한국도 대연정 연합정치 이외에는 탈출구가 없습니다.
1997년 김대중의 DJP 연합, 노무현의 대연정 구상은 지금 여기 오늘의 한국정치와 국민들을 살리는 선각자들의 선례입니다.
1997년은 한국인들에게는 뼈아픈 상실과 상처의 기억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김영삼의 어설픈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한국 경제를 완전히 거덜내 버리고 IMF 사태가 터졌습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노동자들, 가게를 접은 소상공인들, 잘 나가던 기업을 헐값에 외국 자본에게 팔아 넘겨야만 했던 기업인들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범람하고 하루하루 생존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시대 배경 아래 1997년 12월 대선이 치러집니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은 다시 정치 일선에 복귀해 국민회의(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합니다. 그리고는 김종필의 자민련(자유민주연합), 신한국당 민정계의 박태준과 함께 DJP 연합을 꾸려 신한국당의 이회창을 누르고 대선에서 승리합니다.
김대중은 이같은 연합정치를 통해 IMF를 극복하고 오늘날 IT 강국이자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대열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합니다. 실로 혁명과도 같은 경천동지의 대변혁이었습니다. 반세기 동안 언제 다시 전쟁이 터질지 모를 휴전 상태의 20세기 남북 관계를 대화와 평화의 새 시대로 진입시킨 일대 전환점이었습니다.
2005년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도 한국 정치의 지역구도를 타파핡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노무현은 중대선거구제 실시와 국무총리, 심지어 대통령 직까지 당시 한나라당에게 양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와 대표 비서실장 유승민은 장난하는 거냐며 일언지하에 거부했습니다.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의 거부는 2년 뒤 치러질 2007년 대선에서 6공의 17번째 제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는 이명박에게 패했고, 5년의 와신상담 끝에 2012년 18번째 왕으로 등극합니다. 그리고는 누구나 알고 있듯 2017/2018 촛불시위로 주권자 국민들의 힘에 의해 봉황 무늬 왕좌(王座)에서 쫒겨납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습니다
연대와 합작은 힘이 셉니다. 그리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공동체를 제공합니다.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처하는 트럼프 정도면 화살 한두 개 정도 부러뜨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러나 연대연합의 동아줄로 묶여진 204개 탄핵연대의 화살은 누구도 쉽사리 꺾을 수 없었습니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수백 수천만 주권자 국민들의 연대연합 광장정치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최초의 정부 수립부터 연대연합을 실천한 정부를 구성했습니다. 1919년 4월 13일 수립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좌우합작의 대연정 정부였습니다. 연대와 연합 정치는 임시정부의 헌법 정신이기도 했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습니다. 일제 36년간 가장 강력한 항일운동 조직체는 1927년~1931년 활동했던 좌우합작의 신간회 운동이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자마자 전국에 걸쳐 조선 인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좌우합작의 인민위원회는 일제가 물러간 직후의 치안과 행정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며 조선 인민의 자치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근친혼과 단일종 재배는 멸종으로 이어집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대와 합작의 정치야말로 대한민국이 날 수 있는 좌우의 날개입니다.(박승옥, <주권자 국민이 만든다, 제7공화국>, 55쪽, 2025.)
국민을 개돼지가 아니라 주권자 주인으로 섬기는 정치인이라면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던 연대와 연합 정치를 실천하는 것은 시대정신이기도 합니다.
6공 헌법의 헌법 개정 의결정족수인 2백명 이상의 의원이 연대연합의 힘으로 권력구조-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국민발의제 개헌으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2024/2025 탄핵의 시대정신입니다.
헌법 개정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하므로 시간이 부족하다느니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느니 다 궁색한 핑계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20대 국회 개헌특위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6공 국회에서 시민들이 참여한 개헌 논의는 지겹도록 반복돼 왔습니다. 오직 남은 것은 국회의원들의 개헌에 대한 의지와 행동뿐입니다.
왕좌의 게임을 하고야 말겠다는, 그래서 제왕이 되고야 말겠다는 탐욕, 각종 이권과 공직 회전의자 전리품 분배를 받고야 말겠다는 탐욕만 버리면 됩니다. 그 탐욕의 끝이 감옥과 치욕, 죽음이라는 사실의 살아있는 증거, 윤석역-김건희를 눈 앞에서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수박' 이재명과의 중간 지대 전쟁?
2개월 전인 2월 18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선언'은 구구절절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민주당의 뿌리는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16일 창당된 한민당입니다. 한민당은 창당 때는 좌우합작의 정당이었는데 곧바로 호남 지주층 중심의 우익 친일파 정당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우익 정당이 1987년 6월항쟁의 승리로 탄생한 제6공화국에서 민주화운동과 시민사회운동 출신의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해 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시작하면서 좌우합작의 중도진보 정당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특히 2009년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사망 이후 2010년 문성근, 최민희 등이 주도한 야권단일정당 '100만 송이 민란' 운동은 민주당을 경상도를 포함한 수도권 중심 '민주-진보' 정당의 정체성으로 뚜렷하게 확장시킨 주권자 시민정치운동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은 '영리한' 선택이 아닙니다. 너무도 '당연한' 선택입니다. 적어도 승패가 분명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처럼 치고 나가야 골을 넣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재명 대표의 말대로 진보의 가치는 정의당이나 진보당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22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단 1명도 국회에 진출하지 못했고, 진보당은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정도로 진보 정치력은 약화되어 있고 존재감이 미미할 따름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농민의 대중정치운동은 늘 각국의 현실과 시대변화에 맞게 변화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진보정당은 노동자-농민의 정치운동을 조직하고, 노동자 농민의 요구를 캠페인으로 조직하는 일상의 대중정치운동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물론 표의 등가성이 극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소선거구제의 탓도 큽니다.
이재명의 중도보수 천명은 나는 중도진보를 참칭한 '보수 수박'이었다는 커밍아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수박' 논쟁이 얼마나 무익한 언어폭력이고,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윤석열 식의 배제와 혐오 정치인지 성찰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왕 중의 제왕 수박은 오랜 시간 진보를 참칭했던 이재명입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맞습니다. 생명체로 깨어 있는 5천만 국민의 정치는 그 자체가 생명체로 깨어 있고, 변화무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6월 3일 대선은 이재명과 민주당의 소망대로 개싸움 구경같은 재미가 일도 없는 하나마나한 '어대명'의 선거로는 결코 진행되지 않을 것입니다.
조만간 아마도 국힘당은 태극기와 윤석열의 당으로 맨 오른쪽 감옥과 죽음의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흔들거릴 것입니다. 그러면 곧바로 중간 지대에 소용돌이가 몰아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뻔히 알 수 있습니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뒤흔들 선거공학, 선거 전략이 무엇이 있을까요? 다름 아닌 윤석열의 제왕 정치, 적대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 대연정과 제7공화국 국민발의제 개헌입니다. 그것도 아마 국힘당 출신 후보자들이 준비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재명은 이미 반노동-친자본의 길로 들어서 있습니다
탄핵 선고 보름 전인 3월 20일 삼성 이재용은 이재명을 공개리에 만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보다 정보력이 뛰어난 삼성이 윤석열 탄핵은 기정사실이고, 21번째 6공 제왕이 될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벌써 구축해 놓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대통령 책상에 삼성의 보고서가 놓여 있었을 정도로 노무현 정부를 삼성 정부로 만들었던 사실과 맥을 같이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삼성의 정보력이란 무슨 특별한 게 아닙니다. 잇따라 폭로된 삼성 X파일과 장충기 문자 공개, 2007년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의 삼성 비자금 폭로 등에서 밝혀진 것처럼 돈으로 판사, 검사, 관료, 기자들을 매수하고 관리하고 조종하는 힘입니다.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흙수저 노동자 출신 이재명의 이재용 '친견', 연일 우클릭 발언과 행보는 그가 이미 반노동-친자본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탄핵과 사회대개혁 광장정치 시민들은 대연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을 찍었던 국힘당원도 이재명을 지지하는 민주당원도 광장에서는 손을 맞잡고 행진했고, 한 목소리로 탄핵을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2025년 4월 현재 1,739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연합해 탄핵 집회를 주도했던 '비상행동'도 '내란종식-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으로 이름을 바꾸고, 탄핵 이후의 사회대개혁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결코 2016/2017년 촛불처럼 뿔뿔히 흩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결코 1987년처럼 비판적지지, 후보 단일화, 독자후보론 등으로 분열돼 6공 구체제 기득권 정당과 정파에 줄서지 않을 것입니다.
주권자 국민부터 대연정과 국민발의제 제7공화국 개헌 캠페인을
물론 개개인별로 이재명의 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활동가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의지와 선택의 문제지만 현명한 선택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가장 좋은, 그리고 힘있는 선택은 광장정치의 힘으로 정당정치와 연대연합하는 것입니다. 이미 비상행동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조직화된 시민정치운동의 핵입니다.
오늘날 21세기 주권자 시민의 광장정치 운동은 20세기 대의정의 낡은 정당정치와는 확연하게 판이 다른 세로운 정치 세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운동으로 등장해 있습니다.
아직도 6공 구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정치 현실에서 대연정과 국민발의제 개헌은 국회에 의석이 없거나 소수인 정당이 제안하면 그 파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탄핵에 찬성했던 국힘의 한동훈 계열이나 조국신당 등이 제안하면 그 위력은 대선을 흔들만큼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에 의석 하나 없는 광장정치의 비상행동이 힘을 모아 대연정과 국민발의제 개헌을 의제로 던지면 그 파괴력은 초대형 태풍이 됩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나 국힘의 한동훈 계, 조국신당은 말할 것도 없고 녹색당이나 정의당, 진보당도 그 태풍의 비바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한동훈계가 먼저 대연정과 국민발의제 개헌을 던지고 비상행동이 이를 적극 찬동하고, 이재명과 민주당이 엉거주춤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대명은 순식간에 강풍에 날아가는 간판이 되고 말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노조법 개정에만 20년을 기다렸습니다.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시민들, 김용균과 한화오션 비정규 노동자들, 농민들 등등 99% 주권자 국민들은 수십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거듭거듭 광장정치는 낡은 6공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권자 정치운동입니다. 비로소 제대로 겉과 속이 똑같은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정치운동입니다.
갑오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4.19 혁명과 5.18 민중항쟁의 선조들이 '지금 여기'에 도착해 마적떼 도둑 정치꾼들을 한 순간 솔론의 개혁가들로 일깨우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가장 강력한 안전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부활의 정치이기도 합니다.
미래세대에게 그나마 미래를 넘겨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연정과 국민발의제 제7공화국 수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여의도 정치인들을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촉진자의 채찍질, 주권자 국민이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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